◆…"요즘엔 '원스톱' 서비스가 대세" = 현금영수증, 연말정산간소화, 전자세금계산서 등 각기 다른 곳에 흩어져 있던 서비스가 23일 '홈택스' 하나로 통합되면서 납세자(세무대리인)가 과거보다 편리하게 세무업무를 볼 수 있을 뿐더러 직원들의 업무효율도 월등히 향상 될 것으로 보인다.
을미년 (乙未年) 새해를 맞은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국세청은 역사적인 순간을 두 번이나 맞았다.
국세청 개청 이래 수십년 동안 떠나지 않았던 서울을 떠나 세종시로 이전한 것과 더불어 20년을 사용하던 국세행정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개편,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된 것이다.
국세행정시스템(TIS)은 지난 1990년대 중반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이어졌지만 국세청은 지난 20년 동안 사용하던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 2011년부터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착수, 4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끝에 결실을 맺게 됐다.
사업기간 동안 투입된 예산(사업비)은 무려 2000억원, 투입된 인원은 80명(차세대 시스템 추진단 현원 기준)으로 민간 사기업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부족한 규모이지만 차세대 시스템 추진단은 이를 열정으로 극복했다.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80여명의 직원들이 불철주야 시스템 개발에 매진했다. 오죽하면 본청이 세종시로 이전하던 지난해 12월,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추진단은 국세행정시스템 구축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서울에 남아 업무에 매달리고 있다.
시스템의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설 연휴를 온전히 반납한 추진단 직원들과 임환수 국세청장, 설 연휴 마지막날에는 2만명 전 직원이 출근하는 등 국세청이 시스템 개통에 목을 매는 이유는 온전히 '8' 때문이다.
숫자 '8'. 중국에서는 숫자 '8'(ba)의 발음이 '돈을 벌다' 할 때 '벌다(fa)'와 비슷하다고 해서 행운의 숫자로 여겨지는데 국세청 입장에서는 숫자 '8'이 이런 의미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동안 국세청이 제공해 납세자들이 이용한 홈페이지는 총 8개.
홈택스, 현금영수증, 전자세금계산서, 연말정산간소화, 근로장려세제, 공익법인공시, 국세법령정보, 고객만족센터 등이다.
납세자들은 각기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각각의 홈페이지에 방문해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를 거치고 여러 가지 증빙서류들을 제출하는 등 번거로웠지만 이제는 홈택스(www.hometax.go.kr) 홈페이지 하나면 모든 민원이 해결된다.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스마트폰으로도 세금납부·고지·체납내역, 민원처리 현황 등이 조회가 가능하고 일부 간이과세자는 부가가치세 신고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상속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 대해 수정신고나 경정청구 등의 전자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신고 부속서류, 증빙서류 등을 전자적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납세자의 세무서 방문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게끔 했다.
납세자와 국세청 모두 납세협력비용이 줄어드는 일종의 돈을 버는 차세대 시스템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세대 시스템은 납세자에게 '88(팔팔)'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 직원들 입장에서도 차세대 시스템은 업무를 획기적으로 도와주는 '88'한 시스템이다.
차세대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납세자 통합분석 툴'을 제공하는데 이 분석 시스템이 숨어있는 세원을 발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전언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무기'인 셈이다.
납세자 통합분석 툴은 개인통합분석, 은닉재산추적, 자료상연계분석, 법인통합분석 내용 등을 제공하는데 그동안 납세자의 신고내역이나 납부현황 등을 분석해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과거 같으면 부가세 신고시 매번 100만원을 신고하던 사업자가 갑자기 매출을 적게 신고했다거나 세금계산서가 이상하던가 하는 것들을 국세청 직원이 일일이 정보를 분석해야 했지만 이제는 프로그램이 알아서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국세청 직원들이 시스템에 로그인을 하면 자신이 처리해야 할 업무와 처리기한, 현황 등을 볼 수 있어 업무가 지연되거나 누락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납세자의 만족도는 높이고, 숨은 세원은 속속들이 찾아내고 직원들의 업무 능률은 배로 올리는 시스템인 것이다. 현재로서는 시스템 개편으로 인한 효과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국세청은 납세협력비용과 세원 발굴, 업무감축 비용을 비롯해 성실신고 지원을 통한 성실납세 문화 조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시스템이 개통되는 첫날인 23일 오전, 박만성 차세대 국세행정 추진단장은 구내 방송을 통해 전 직원들에게 "좋은 활은 좋은 궁수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며 "국세청 직원들이 좋은 궁수가 되어 활(차세대 시스템)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국세청은 시스템 개통 초기 예기치 못한 오류와 접속지연, 이용자들의 혼선을 발생할 것을 대비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문제 발생시 신속하게 조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직원들에게도 민원에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당부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스템 개통과 국세청 환급금 조회가 맞물려 국세청 홈페이지의 접속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시스템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국세청에 문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