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지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불편하고 외롭지만 그보다 더욱 힘든 것은 이제 막 개발되는 도시에서 맨 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현실이다.
1단계와 2단계 세종시 이전 부처들에 비하면 지난해 12월 3단계로 이전한 국세청은 식당과 편의점, 마트, 병원 등이 생겨 어느 정도 고생을 덜하고 있지만 서울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다.
가족들과 생이별한 나홀로 기러기족은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내려온 직원들은 이제 막 개발되는 신도시에서 고군분투하며 생활하고 있다.
아직도 허허벌판에 아파트와 상가들이 공사 중인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국세청 직원들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10가지를 소개한다.
1. 비싸도 너무 비싼 물가…"공무원 등골 휘네"
허허벌판에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세종시는 서울에 비해 값싼 집값과 임대료, 저렴한 물가로 삶의 질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런 기대는 진작에 무너졌다.
오히려 강제로 이주하다시피 한 공무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보니 식당들의 음식값이며 물건값 등을 비싸게 팔았다. 이런 비싼 물가는 높은 상가 임대료 탓도 있었다.
세종시 개발로 인한 투기 붐이 일면서 상가 임대료가 많이 올랐고 이에 식당과 상점 주인들은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 피해는 온전히 울며 겨자먹기로 세종시에 정착한 공무원들이 지게 됐다.
공무원들이 가장 비싸다고 느끼는 것은 '택시비'.
오송역에서부터 나성동 국세청사까지 가는데 2만5000원에서 3만원이다. 21km 거리이지만 차가 전혀 막히지 않아 20분이면 간다. 서울 같으면 2만원도 나오지 않을 거리이지만 세종시의 택시요금은 비싼 편이다.
서울의 택시 요금은 기본 2km까지 3000원이며 142m당 100원, 주행거리가 15km 이하일 때는 35초당 100원이지만 세종시 택시 요금은 기본 1.5km에 2800원이며 105m당 100원, 34초당(15km 이하 주행시) 100원이다.
당연히 서울보다 택시요금이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2. 충청도 사람은 느리다더니…차는 쌩쌩!
충청도 하면 대부분이 '느리다'고 생각하지만 운전할 때만큼은 예외가 된다. 사람도 차도 적은 세종시는 교통체증이 없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 하기 무색하게도 운전대만 잡으면 다들 난폭운전을 하게 되는 모양새다.
직진하는 차량이 우선이지만 세종시에서는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옆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차들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온 공무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은 곳도 많아 사람들이 길을 건널 때는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조심해야 하지만 차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특히 택시의 경우는 먼저 멈추는 일이 없어 택시를 보면 피해가는 것이 속 편하다.
차들이 모두 속도를 내면서 달리다보니 교통사고가 나면 크게 나는 편이다. 서울에서처럼 가벼운 접촉사고 수준이 아니라 차가 완전히 찌그러졌거나 인명사고가 나는 수준이다.
참고로 세종시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는 필수다. 세종시는 공사 중인 곳이 많아 길이 수시로 바뀌고는 하는데 내비게이션 업그레이드를 소홀히 했다가는 엉뚱한 길로 갈 가능성이 많다.
3. 차는 세게 달리면서, 식당은 '느릿느릿'
운전자들이 차는 쌩쌩 몰면서도 유독 느린 곳이 있다. 식당이다.
서울만큼의 맛과 서비스는 바라지도 않지만 서비스 수준이 서울의 절반 밖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것이 국세청 직원들의 중론.
늦게 나오는 것은 기본인데다가 반찬이나 음식을 더 달라고 하면 알았다고만 대답하고 가져다주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심지어 모 식당에서는 반찬을 계속 달라고 하자 "오늘 안에 갖다 드릴게요"라는 말로 직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맛과 서비스가 수준 이하이어도 가격이 저렴하다면 이해라고 하겠지만 가격은 서울 수준이다.
저렴하다고 할 수 있는 2~3만원대 중식당 코스요리는 서울과 비슷한 가격이면서도 나오는 음식의 수준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싶을 정도로 음식이 맛 없다는 전언이다.
4. 와이프도 안심하고 간 세종시, "그래서 더 외롭다"
늘상 함께 붙어있다 떨어지게 된 부부들을 보면 말로는 자유를 얻었다거나 해방됐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나홀로 쓸쓸히 있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다.
심지어는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가기 싫어 밤 10시에 통근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다는 한 직원의 얘기를 듣노라면 혼자 산다는 자유와 해방감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서울에 있는 부인들 생각은 좀 다르다. 내 남편이 세종시 가서 딴 짓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며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려고 하지만 세종시에 한 번 다녀간 부인들은 생각이 싹 바뀐다고 한다.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라고 해봤자 호프집, 치킨집, 고기집 정도이며 단란주점이나 노래방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찾기 힘든 곳이라는 것을 확인한 부인들은 오히려 작은 원룸에서 외로움과 싸우는 남편을 격려해주고 간다는 후문이다.
5. 밤마다 술판 벌이는 옆집…"괴로워요"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국세청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녁과 함께 술을 마시고는 하지만 한 달이 지나다보니 이것도 힘들다. 국세청사 주변 호프집과 식당들을 가서 술을 한 두잔씩 걸치다보면 다른 테이블에 아는 사람이 앉아있고 반가운 마음에 합석을 하다보면 3차까지는 기본이다.
매일 같이 새벽 12시 1시까지 계속 되는 술자리에 지친데다가 택시도 잘 잡히지 않는 세종시의 특성상 국세청 직원들은 술자리 장소를 바꿨다. 안락하고 쾌적한 동료직원의 원룸에서 술을 마시고 집에 갈 걱정없이 함께 자고 출근하는 것.
이에 국세청 직원들이 가장 많이 사는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음 밤마다 음주를 즐기는 직원들의 고성이 들린다고 한다.
반면 음주를 즐기지 않는 직원들은 밤마다 고성에 시달리며 잠을 못 이룬다는 후문.
모 직원은 "매일 새벽 3시까지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겠다. 국세청 직원일 것 같아서 말도 못하고 끙끙 앓고 있다"고 하소연.
6. 얼굴은 자주 보는데, 인사해야 돼? 말아야 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국세청 직원들이 가장 애매하게 생각하는 것이 오피스텔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는 문제이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나 집에서 나올 때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 분명 국세청 직원 같으면서도 인사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국세청 직원들이 많이 사는 퍼스트타워나 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의 경우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국세청 직원인 것 같으면서도 한 번 인사하기 시작하면 계속 인사해야 하는 등 신경쓰인다는 불편함 때문에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는 전언이다.
7. "아침 먹기 너무 힘들어요"
대부분 혼자 사는 국세청 직원들은 아침을 챙겨먹기가 힘들다. 서울에 있을 때는 샌드위치나 김밥 같은 것을 사먹었지만 지금은 그 흔한 샌드위치조차도 사기가 힘들다.
간단하게 먹을만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과음을 한 직원들은 아침에 간단하게라도 해장을 했으면 하지만 그럴만한 식당도 마땅치 않다.
구내식당만이 유일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3500원이란 가격에 비해 나오는 음식은 누룽지와 김치 정도여서 직원들의 불만이 자자했다.
최근에는 라면과 시리얼과 우유, 토스트도 아침 메뉴로 추가해 직원들의 불만이 수그러들고 있지만 직원들은 아직도 수송동 주변에 있었던 다양한 아침 먹거리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
8. 아이 있는 엄마들, 병원가기 힘들어요
세종시에는 병원이 많지가 않아 직원들이 고생이지만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그 고생이 더하다.
세종시에는 소아과가 11개 정도 있지만 이 중 6개는 조치원에 있어 정부청사가 있는 곳과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 정부청사 주변에 있는 소아과는 불과 4개 정도로 환절기나 한겨울에는 아픈 아이들로 북적여 몇 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9. 목욕도 영화도 모두 대전으로 GO!
서울에는 흔하게 널려있던 목욕탕과 영화관도 세종시에서는 사치가 돼 버린지 오래됐다. 주말에 목욕이라도 가려고 하면 대전까지 나가는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영화관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국제시장'을 보기 위해 대전까지 나가서 영화를 봐야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서도 대전으로 나가야 한다.
10. "쇼핑할 곳이 없어요"
세종시에서의 쇼핑은 사치일까. 최근에는 홈플러스가 개장해 주부들이 장보기가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쇼핑에 대한 욕구는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옷이나 액세서리, 잡화, 화장품 등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물건을 구경하거나 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세종시에 개장한 홈플러스에는 중저가의 화장품이나 옷 매장이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오히려 감사하며 쇼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인지 세종시 홈플러스는 평일이나 주말이나 할 것 없이 항상 사람이 많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