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입'으로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책, '현실성'은 떨어진다

올해부터 바뀐 세법에 따라 연말정산을 통해 세금을 더 내거나 돌려받는 세금이 크게 줄어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13월의 월급'이라는 연말정산의 수식어를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바꾸어 달아야 할 판이다.

지난 2013년 세법개정 당시, '5500만원 이하 봉급자는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연말정산 결과, 환급세액이 줄어들면서 세부담이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는 근로자들이 속출하면서 연말정산 쇼크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부피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경기침체 여파로 봉급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마당에(2014년 3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실질임금상승률 0.08%) 단돈 1~2만원이라도 세금을 더 내는 것은 고소득 근로자이든 저소득 근로자이든 상관 없이 기분이 좋을리가 없다.

정부가 근로자를 '봉'으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은 지극히 당연한 '조세저항'이다. 

사태가 불거지고 정치권이 먼저 반응을 보이자 입을 굳게 닫고 있던 기획재정부가 사태 진화를 위해 나섰다.연말정산 세부담 증가를 완충하기 위해 추가세액 분할 납부, 간이세액표 개선, 자녀관련 공제제도 재개편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 세금폭탄 '진화'에 나선 정부 =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우선 세금폭탄 논란에는 일부 동의했으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서민층의 세부담 증가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013년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자의 세부담은 증가한 반면, 저소득층에게는 오히려 세제상 지원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연말정산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으로 인해 세부담이 증가되는 측면을 감안해 지난 2013년 세법개정시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최대 16만원 확대했다"며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평균 세부담이 증가하지 않고, 총급여 7000만원 이하는 평균 2만∼3만원 수준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법개정에 따른 근로자의 체감 세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날 수 있는 있겠지만, 이는 7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에게만 해당된다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 다름없다.

또 세액공제 전환을 통해 고소득자의 세부담 증가로 마련된 재원으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하거나 자녀장려세제를 마련하는 등 세정상 지원도 늘렸다는 것이다.

다만 올해부터 바뀐 세법에 처음으로 적용되는 연말정산을 통해 13월의 월급이 크지 않거나, 추가로 세액을 납부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음에 따라 보완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말정산 관련 브리핑을 통해 "올해 3월까지 연말정산이 완료되면 이를 토대로 소득계층별 세부담 규모를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라며 "(납세자들의)세금부담이 적정화되도록 세제개편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부랴부랴 내놓은 보완책, 성난 민심 달래기는 역부족 = 기재부가 밝힌 보완책에는 간이세액표를 개정하거나, 추가세액을 분할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 등이 담겨 있다.

여기에 자녀수·노후대비 등에 대한 공제항목 및 공제수준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세법을 손질하겠다는 목표점도 설정했다.

기재부는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에서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를 다시금 원상복귀 시킨다는 데에 국민의 정서가 용인할 수 있다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창용 세제실장은 "평소에 많이 내더라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게 좋다는 정서가 많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간이세액표 개정 부분은 시행령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바로 조정이 가능하다. 다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돌려받게 해주기 위해서 많이 떼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 역시 '조삼모사'식 정책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문제는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올해 연말정산은 지금 이대로 근로자들이 '세금폭탄'을 떠안는 형태로 종결지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완대책 추진이 지금 당장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특히 추가세액을 분할해 납부하는 제도를 포함 자녀관련 공제 제도의 재개편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적어도 2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을 통과시켜야 아슬아슬하게 이번 연말정산에 적용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상황에 쫓겨 여론 무마용 진화대책으로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납부체계 등을 검토해야 할 시간도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임시국회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답이다.

아울러 당장의 자금압박을 줄이는 정도의 효과만 있을 뿐, 근본적 대책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한 자녀관련 공제 제도도 과거의 것을 그대로 부활시켜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정책 시행후 한번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없던 일로 되돌리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선뜻 선택하기 힘든 문제다.

정치권에서도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5%p 정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올해 연말정산에서 적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쇼크를 맞은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목표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작금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한 '그림의 떡'같은 법안을 제정하려는 것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