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법-
재계의 반발이 극심했음에도 불구,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제)가 결국 현실화됐다.
앞으로 기업들이 당해 연도 발생 이익의 일정부분을 투자, 임금인상, 배당에 활용하지 않은 '미활용액'에 대해 과세가 이뤄진다. 기업의 이익을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연간 1800만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중소기업 접대비 기본한도도 2400만원까지 늘어난다. 접대비 한도 인상분만큼 기업들이 돈을 더 쓰게 돼 민간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간접외국납부 세액공제' 적용범위도 축소된다. 일각에서는 해당 제도가 외국진출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이중과세를 해소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축소하는 방침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법인세법을 통과시켰다.
□ 과다한 사내유보금 과세된다 = 내년도 세법개정안(정부안)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 당해연도 발생한 기업의 당기순이익에서 투자나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으로 활용하지 않고 쌓아둔 금액(미활용액)에 대해 단일 세율 10%로 과세하기로 했다.
단 지금까지 축적된 사내유보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했다. 과세칼날은 대기업 계열사(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기업)전체와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기업에 들이댄다.
실질적인 과세권은 2년 뒤인 2017년부터 발동된다. 임금상승 규모 등을 기준으로 과다 사내유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과세유예기간을 설정한 것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이익을 투자나 임금증가 등의 재원으로 쓸 경우에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소리다.
특히 과세규모를 결정하는 적정유보소득의 기준과 투자액의 범위는 내년 시행령 개정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안은 과세기준이 되는 적정유보소득을 당기소득의 60~80%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투자액의 범위는 기계장치 등 대통령령으로 하는 자산에 대한 투자 합계액으로 명시돼 있다.
이 같은 애매한 규정이 구체화 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세부담에 큰 차이가 날 수 있으며, 투자액의 범위에 해외투자나 부동산 투자 등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따라 개별 기업에 대한 과세규모가 크게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제도도입에 따른 세수효과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2013년 기준 729개의 법인이 1조738억원을 추가로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 도입이 '행동변화'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과거 기업실적을 토대로 내린 결과다.
□ 중소기업 접대비 기본한도, 1800→2400만원 = 중소기업의 접대비 기본한도가 연간 1800만원에서 2400만원으로 600만원 인상된다.
개정안에 따라 중소기업은 연간 600만원(월 50만원)의 접대비를 추가로 손금산입(기업회계에서는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지만 세법 회계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방식)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손금산입 한도를 초과해 접대비를 지출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세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3년 신고기준으로 '법인세법'상 한도를 초과해 접대비를 지출한 중소기업은 약 11만9000개로, 개정안과 같이 접대비 손금산입 한도를 인상할 경우 해당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
또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추가과세 면제제도가 1년 연장된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이 보유한 비사업용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추가과세 면제제도의 적용기한을 연장해 대기업에 비해 경제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아울러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 대상도 줄어든다. 현행 별장과 그 부속토지를 모두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대상에 포함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별장을 추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별장의 부속토지에 대해서만 추가 과세하기로 했다.
□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 요건 강화 =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제도의 지분율 요건이 현행 10%에서 25%로 인상된다. 해당 제도는 외국소재 자회사가 외국정부에 납부한 세금을 자국소재 모기업(내국법인)이 간접적으로 납부한 세금으로 인정해 이를 모기업(내국법인)이 국내에서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그동안 국내 투자를 통한 배당소득에 비해 국외 투자를 통한 배당소득을 과세상 더 우대하는 것은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의견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 내국법인의 국내투자에 대해서는 지분율 등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이중과세를 조정해 주는 반면,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지분율 10%만 넘으면 이중과세 금액을 전액 조정해 주고 있어, 세제측면에서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를 더 우대하고 있는 상황.
다만 간접외국납부세액 공제를 축소할 경우 기업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해외소득의 국내유입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또 내국법인이 해외부동산 등 투자명세서를 과세당국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한다. 법인의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는 자금은닉 및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아 해외 과세정보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내년 7월부터 법인은 면세 재화·용역 공급에 대한 면세계산서를 전자적 방법으로 발급해 그 발급명세를 국세청에 전송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내후년(2016년)부터 가산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