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의 건의사항은 반영된데 반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의 건의사항은 단 한 건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시 말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할 때 재벌단체의 얘기만 듣고, 노동·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건의사항을 받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입을 꾹 닫은 모습을 보였다.
27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4개 기관(한국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조폐공사·한국투자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건의한 사항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88개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경련은 상속세법과 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총 154가지의 세제 개편 종합건의를 정부에 제출했고, 기재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이중 73개가 반영됐다. 여기에 대한상의도 108개 건의사항 중 32개(중복 제외)가 수용됐다는 것.
특히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겨 있는 비과세 감면제도를 놓고 '부자감세의 새로운 얼굴'이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공제율 확대,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 기업 간 주식 등의 교환에 대한 과세특례 신설, 외국 납부세액공제 한도 계산방식 변경,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프로스포츠구간 비과세 신설 등을 추진하면서도 정부는 부자감세를 하지 않았다고 얘기하지만, 부자감세의 새로운 얼굴"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총리가 재벌단체 만나서 이런 건의를 받은 것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이 한국노총, 민국노총 방문해서 세법개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같은 당 홍종학 의원도 "매년 세법개정을 할 때 마다 특정이익단체 요구한 세법은 반영한데 반해, 노동단체나 시민단체의 세법은 반영된 것이 단 한 건도 없다"며 "재벌과 슈퍼부자들의 논리에 그대로 동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그쪽(노동·단체)에도 자료제출을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한편 김 의원은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해 부족한 세수를 메워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현재 비과세되고 있는 항공료에 대해 가령 5년 동안 세금을 부과했다고 한다면 세금 추정액은 약 1조5000억원에 이른다"면서 "자가용 자동차를 타는 사람은 세금을 내는데 자가용 항공기를 타는 사람은 세금은 내지 않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자가용 항공기 유류세 신설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항공기 비과세 감면은 국제관례로 하고 있다"면서 "자가용 항공기에 대한 세금부과는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