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비리·TK 인사편중 '난타'…청렴성 요구 '봇물'(종합)

18일 진행된 임환수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 척결 요구와 인사편중·적체 해소방안, 세수확보와 역외탈세 근절 등에 대한 의원들의 특단의 대책 마련 요구가 쏟아졌다. 전반적으로 국세청장으로서의 '자질검증'에 초점이 모아졌다.

임 후보자가 군 복무 중 대학원을 수강한 것에 대한 특혜 시비도 일면서 임 후보자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궁지에 몰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이외에 큰 '고비'는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 의원은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임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전 청장들이 지방청에서 조성한 불법 자금을 받아 현직 국세청장 신분으로 구속되는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도 있었고, 미술품 상납비리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임 후보자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09년 당시 조사1국 7팀 직원 전원이 세무조사 선처에 대한 댓가로 뇌물을 수수한 일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도 서울국세청 조사1국 비리 사건을 언급하며 "직원 10명이 9개 업체에서 3억1100만원을 수수했다"며 "후보자도 조사를 받았냐"라고 물었다.

임 후보자는 "조사를 받은 적 없다"고 선을 그었고 김 의원은 "당시 국세청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냐"라고 묻자 임 후보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1국의 한 팀을 적발하고 조사국장은 경고까지 받았는데 승진에 아무런 지장이 없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임 후보자는 "당시 조사국장으로서 백번 송구스럽다"며 "(세무조사 비리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조사공무원의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장으로 취임하면 고위공무원단에게 '국세청 위기는 항상 고공단의 부적절한 처신에 따라 시작된다'고 선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분야 오래 근무했고 국세청 주요보직에 있었던 경험으로 감히 말하면 국세청 고위 간부들의 문제라기 보단 특정 개인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세(稅)피아 비리창구 우려…재취업 관행 '일침'

국세청 퇴직공무원들이 세무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세무법인이나 로펌에 가는 이른바 '세(稅)피아'에 대한 의원들의 맹공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경제관련 부처 공무원 177명이 로펌에 가 있다. 이 중 61명이 국세청 출신으로 가장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느냐"라고 지적했다.

임 후보자는 "세정에 대한 전문성 때문"이라고 짤막하게 답하자 조 의원은 "로비창구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 왜 안일하게 대답하느냐"라며 "학연, 지연, 혈연으로 로비하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임 후보자는 침묵을 지킨 채 고개만 끄덕이다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오후 보충질의에서 "지난해 발표된 국세행정 쇄신방안을 보면 본청과 지방청 국장이 100대 기업을 사적으로 만나지 못하도록 했다"며 "국세청 분들이 정말 기업 관계자를 만나지 않았냐"고 물었다.

임 후보자는 "고위공무원이라면 기본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의원은 "로펌에 있는 분들은 (국세청 직원들이) 만나도 되는 것인가. (그 분들이)재벌들을 대변하는 세무대리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라며 "쇄신방안을 보면 로펌을 통해 고위공무원을 만날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임 후보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한 뒤 획기적인 쇄신방안 마련요구에 대해 "나름 생각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면 말하겠다"고 밝혔다.

"TK 인사편중·인사적체 문제 해소 대책 마련"

박근혜 정부의 경제팀과 국세청 고위직 출신 대부분이 대구·경북(TK) 출신인 것에 더해 비고시 출신들의 인사적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주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호중 의원은 "임 후보자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것과 TK(대구·경북) 편중 인사의 사례라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국세청 인사구조가 고위직으로 가면 갈수록 영남으로 쏠려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행정고시외 비고시 출신에 따른 인사적체 문제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2만명의 국세청 직원은 97%가 비고시 출신인데 사무관으로 승진하기까지 31년이 걸린다"라고 강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은 "90%의 국세청 직원이 6급 이하다. 평생 박봉으로 일하다가 6급으로 끝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라며 "이들에 대한 사기진작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인원이 6급 이상으로 승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는 "국세청장이 되면 능력과 평판에 따라 인사하되, 지방청장 같은 기관장은 전국 조직이기 때문에 지역을 고려한 인사를 할 것"이라며 "그것이 국세청장의 가장 큰 임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야, 세수확보 우려·역외탈세 근절 대책 방안 요구

어려운 세입여건과 날로 지능화 되어가는 역외탈세에 대한 의원들의 대책 마련을 하라는 요구도 이어졌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세수진도율이 전년 동기보다 낮다. 지난해는 전체적으로 8조5000억원 부족했는데 올해는 8조~10조원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세청이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겠냐"라고 질의했다.

임 후보자는 "결정적인 것은 8월 말까지 있는 법인세 중간 예납"이라며 "성실신고를 담보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를 실효성 있게 집행하겠다"며 "고액 현금 중심으로 체납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고액소송은 패소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세수확보 측면으로 역외탈세에 접근하면 후유증이 나올 수 있다. 추징액을 중심으로 통계를 내는 것은 아무 필요없다"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역외탈세를 방지하고 역외탈세를 시도한 이들에 대해 국가 간 협조를 얻어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역외탈세는 우리나라 국경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어서 애로사항이 많다"며 "OECD 국가의 모든 국세청이 가장 큰 임무로 생각하고 있는 등 역외탈세 방지는 국제적 트렌드"라고 말했다.

野, 군 복무 대학원 특혜 의혹 '맹공'

임 후보자가 군복무 중 대학원(서울대학교)을 다닌 것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의 맹공이 이어지자 임 후보자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임 후보자가 대학원을 수강한 것이 참모총장 위탁교육(장기복무로 선발된 자에 한해 군에 필요한 정책전문가 육성을 위해 주간 또는 야간 위탁교육을 하는 것)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임 후보자는 "당연히 아니다"라고 답했고 김 의원은 "당연한 것이 자랑스럽냐. 군 복무 중 행정대학원 다니는 것이 자랑스럽냐"라며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 잘못을 인정할 것이냐"라고 몰아붙였다.

임 후보자는 김 의원의 사과 요구에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한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임 후보자는 다른 의원의 질의에서 "서울공항에서 근무했는데 어떻게 지휘관에 보고를 안했겠냐. 영외거주 장교여서 오후 5시 퇴근이었고 학교는 오후 7시30분에 시작했다"며 "당연히 인사계통에는 보고를 하고 대학원에 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