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소득증대 3대 패키지 정책의 '허실(虛實)'

일명 '초이노믹스(Choinomics : 최경환 경제정책)'로 불리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이 주식시장 등에 미친 임팩트가 고스란히 담긴, 2014년 세법개정안이 6일 발표됐다.

무수히 많은 제도 개편방안들이 담기긴 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정부가 열심히 밀고 있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다.

구체적으로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두 제도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제도인 기업소득 환류세제다.

이들 제도 설계안을 통해 정부가 시장에 전달하고자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이든 가계든 '지갑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 정부의 '두 얼굴'

어떤 측면에서 보면 획기적인 정책구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소속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주면 세금혜택(법인세 등)을 주고,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은 주주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성향이 짙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증세를 지양하고 감세를 통해 경기회복을 추구하는 레이거노믹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소비진작 등 경제활성화로 연결되는 절실한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가뜩이나 어려운 세수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육책을 쓴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두 제도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제도가 품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명칭이 변경된,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다.

정부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통해 여윳돈이 많은 대기업(적용대상 : 자기자본 500억 초과 법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이 돈을 직원과 주주, 또는 설비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인한다는 복안이다. 일종의 현금수송차 앞에 나가는 '칸보이(Convoy)'이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인 셈.

하지만 여기에 '부비트랩'을 설치해 놓았다.

기업이 정부의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유보금에 세금을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쌓아둔 유보금은 가만히 둘테니 앞으로는 많이 남기지 말고 많이 쓰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걸작이다.

정부의 정책목적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면 세수효과는 제로라는 것이다.

즉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엄포용'제도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어지간한 조세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복잡한 설계도면을 그려놨지만, 정부가 원하는대로 기업이 움직이기만 해준다면 아무런 효용성이 없는,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수많은 조세전문가들과 기업들이 소스라치며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코 도입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법인세율을 인하했는데도 투자는 하지 않고 돈을 쌓아둔 대기업들에게 법인세 인하 효과를 도로 빼앗겠다는 의도에 불과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이 이 제도가 내포하고 있는 아이러니다.

정부의 정책목적이 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으면 세수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책목표가 먹히면 세수효과는 제로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정부의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정책목표 달성이 1차 지향점이지만 안 먹히면 세수라도 건지는, 2차 지향점을 숨겨놓았다.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정책효과도 저하되는 것은 논외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 과세가 되든 되지 않든, 얼마가 과세가 되든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제도와 관련한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져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 여부를 장담하기도 힘들어 정부가 오히려 기업경영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책소비자 현실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로 포장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정부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기 때문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가계들이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활성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면 이는 완벽한 오산이다.

기업들은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 각종 규제에 높은 인건비 부담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지난 십 수년 동안 기업인들이 입에 담아 온 하소연이다.

게다가 국내 1등 기업 삼성전자 조차 위기 운운하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는 등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실탄(현금성 자산) 마저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위기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가계들도 마찬가지다.

치솟는 전세값에 노후 준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에 월급 몇 푼 올랐다고 가족들 몰아 돈을 펑펑 쓰고 다닐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 지 생각은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이대로라면 차제에 월급 인상분을 쓰지 않고 은행에 넣어둔다면 이 또한 정부 말을 듣지 않았다고 과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태세다. 

기업의 금고를 털어(?) 가계의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확 늘고 경제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이상론'에 불과하다. 엄포용 제도를 만들어 놓으면 기업들이 놀라 스스로 돈을 풀 것이라는 생각 또한 착각이다.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들은 이것 저것 계산해 본 뒤 차라리 세금 몇 푼 내고 거액의 투자 또는 배당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정작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책상에 앉아 공상과학 소설만 쓰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70, 80년대 정부의 힘으로 기업을 움직이며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시대는 지났다. 정부의 특혜로 기업들이 성장했으니 이제는 그 과실을 제대로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도 폐기처분해야 할 때다.

기업이 없으면 경제도 없다.

정부가 기업을 경제활성화의 파트너로 삼고 싶다면 기업 목소리를 좀 더 들어주는 편이 낫다.

경제활성화를 함께 만들어갈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 기업을 택해놓고, 뒷주머니에 몰래 따가운 회초리를 숨겨둔 정부의 이중성을 기업들과 또다른 경제활성화을 그려나갈 조각들인 가계들이 100% 수긍할 수 있을지 결코 장담할 수 없다.

만약 세법개정안의 핵심인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의 정책목표를 기업과 가계가 소비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우려와 대안이 정부 관료들이 작성한 비밀보고서 속에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