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해임을 권고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9일 13차 회의를 열고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한 ㈜효성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에게는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당해회사 감사업무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증선위 관계자는 "효성 및 삼정회계법인에 대한 자본시장법 상 과징금 부과조치는 향후 금융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1998년 효성물산 등 계열회사를 합병하면서 불량 매출채권 등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고 승계한 후 가공의 유형자산 및 재고자산으로 대체 계상해 자기자본을 과대 계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효성 측은 IMF 당시 보유하고 있던 3000여억원의 해외부실이 외환위기로 인해 1조원에 육박하자 회사를 살리기 위해 생각해낸 '궁여지책'이었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IMF가 권고한 사항 중에서 모든 기업은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추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룹차원에서는 부실의 진원인 효성물산을 청산하려 했지만 정부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구나 기업이 청산절차에 들어가면 그 채무는 채권단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에, 당시 주채권은행인 한일은행이 앞장서 반대를 표명했기에 시기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친이계'로 분류되는 조 회장이 현 정권의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재계 관계자는 "조석래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인 만큼 전경련 회장직을 맡는 등 친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이유로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많았다. 15년이 지난 과실을 이제야 들추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효성의 회계분식에 대해 이 같은 결론이 내려짐에 따라 세간의 관심은 현재 진행 중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관련된 공판으로 집중되고 있다.
조 회장은 분식회계 등을 통해 차명으로 재산을 은닉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상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
재판부는 지난달 16일부터 공판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매주 1회씩 총 18차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