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납세자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줄이고 싶은 것이 세금이다. 세금을 작동시키는 원동력, 세법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지 않다. 크던 작던 틈새가 존재한다.
이 틈새에 대한,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태도는 상충된다. 납세자는 이 틈새를 파고들며 과세당국은 막고자 한다. 납세자와 과세당국간 세금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이다.
조세불복은 세금을 줄이고자 하는, 납세자의 '욕망의 분출구'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 줄다리기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세상은 더욱 다이내믹(Dynamic)하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관세청과 풀무원이 벌이고 있는 수백억원대의 관세소송전을 집중 분석하고 그에 따른 정책적 문제를 2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주-
①수백억대 소송전, 풀무원에 두 번이나 패한 관세청
②'대형소송' 만나면 작아지는 관세청, 원인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수 백억원의 탈세를 자행한 사실을 과세당국에 제보하는 댓가로 50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용기있게 제보를 할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관세청이 최근 풀무원과의 380억원대 관세소송에서 탈세정황을 포착했으면서도 정작 결정적인 증언을 얻지 못해 패소하면서 관세청 포상금 제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관세청은 마약밀수를 신고하거나 제보할 경우 최대 1억원, 탈세신고(일반밀수 포함)는 최대 5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체납자 은닉재산을 신고할 경우 지난 3월부터 최대 1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탈세제보에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국세청에 비하면 관세청은 초라하기 짝이없다.
탈세제보는 내부고발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확실하다는 특성상 소위 자신의 '밥줄'을 걸고 제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겨우 5000만원을 받겠다고 누가 선뜻 나서서 제보를 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소한 자신의 인생을 걸고 손을 들고 나서는 제보자의 생계를 보장해주거나 다른 일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풀무원 사건의 경우도 내부고발자에 대해 다른 직장을 구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수준의 보상이 있었으면 증언을 할 수 있었겠지만 보상 수준이 낮은 편이라 쉽사리 나설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 관세전쟁 패인은 '적은 포상금'(?) = 세관 직원들 스스로도 풀무원과의 관세전쟁에서 가장 큰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인정하는 관세청 포상금. 대체 얼마나 적길래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을 것일까.
관세청 포상금은 마약밀수와 탈세제보, 체납자 은닉재산, 공무원 내부 포상금 등으로 나뉜다.
마약밀수(최대 1억원)과 탈세제보(최대 5000만원)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9억원이며 체납자 은닉재산 제보(최대 10억원)에 따른 포상금은 1억6000만원이다. 공무원 포상금은 18억원이 배정됐다.
관세청이 지난 3월 체납자 은닉재산 제보 포상금을 기존보다 3배인 10억원으로 늘렸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에 배정된 예산은 1억6000만원에 불과했다. 1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제보자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지급받을 수 없단 얘기가 된다.
이마저도 지난해에는 6000만원이었다가 올해 겨우 늘려 1억6000만원이 됐다.
세수확보의 핵심인 탈세제보의 경우 마약밀수를 제외한 밀수 제보 등 기타 분야의 포상금까지 포함해 9억원의 예산 안에서 포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총기 등의 밀수제보와 탈세제보 포상금을 같은 예산에서 지출하다보니 탈세제보 포상금의 몫은 더울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대개 포상금은 범칙금액에 따라서 지급하거나 추징세액의 10%를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풀무원에 부과됐던 380억원 관세의 10%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면 38억원이 된다.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하는 현행법상에 비춰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인 셈이다.
공무원 포상금의 경우에는 포상금이라기보다는 심사와 조사분야 직원들의 조사활동비 성격이 강해 민간인에게 지급하는 포상금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 국세청 포상금 예산 102억원…'입맛'만 다시는 관세청 = 양대 세입기관 중 하나인 국세청은 지난해 최대 1억원이던 탈세제보 포상금을 10억원으로 상향조정했으며 올해는 2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국세청이 포상금 지급한도액을 대폭 늘린 이유는 간단하다. 포상금 지급액보다 추징세액이 더 많아 세수확보와 지하경제 양성화에 상당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포상금 최대 지급액이 10억원으로 늘어난 지난해 탈세제보 건수는 1만8770건으로 1억원이던 2012년 1만1087건보다 69.3%로 대폭 늘었다.
추징세액은 지난해 1조3211억원으로 2012년 5224억원보다 무려 152.9% 급증했다. 국세청은 포상금 최대 지급액 상향조정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29억원이던 예산을 올해 102억원으로 3배 이상 확보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상금 최대 지급액이 20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예산을 확보했다"며 "포상금 최대 지급액을 조정한 이후 탈세제보도 많아진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국세청에 관세청은 입맛만 다시는 모습이다. 마음 같아선 국세청처럼 포상금 예산을 대폭 늘리고 싶지만 번번히 예산부족이란 이유로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기업들의 탈세제보는 내부고발자의 역할이 크다. 풀무원처럼 큰 건을 제보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만큼 포상금을 지급하기가 어렵다"며 "지난해 예산을 더 확보하려고 노력했는데 노력한 것이 1억원 정도"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