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겉만 할짝, 대정부질문에 '경제'는 없었다

이틀 동안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렸지만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와 4대강 사업 문제, 기타 지역구 사업 등이 거론되면서 당면 현안인 경제 문제에 대해선 심도있는 질의응답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수조원의 세수결손과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전월세 대책, 세법개정안 등 당면한 문제가 산적했지만 일부 의원들만 지적했을 뿐 이틀 동안의 대정부질문은 '경제'는 없고 '정쟁'으로 얼룩졌다는 평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로 얼룩졌던 21일과 달리 이틀째 열린 2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대정부문은 전날보다 경제에 관한 질문이 더 적은 편이었다. 

영호남의 SOC 사업 등을 비교하며 특정지역에 예산이 쏠린다거나 하는 문제가 거론됐으며 다른 의원은 정부를 향해 질의한 것이 아니라 15분의 질의시간 동안 자신이 속한 지역에 대한 경제발전구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경제와 관련된 질의는 일부 의원들이 조세부담률, 국가부채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문제 등을 거론한 것이 전부였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의 대책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조세부담률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정 총리는 "재정파탄이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2017년 적자폭을 대폭 줄이는 쪽으로 재정운용을 할 것"이라며 "세출을 줄이고 세입 확충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세입확대보다 세출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7년도 조세부담률이 얼마나 될지 물었지만 정 총리가 정확한 수치를 대답하지 못하자 "총리 말이 맞지 않다. 조세부담률이 낮은데 어떻게 세입을 확대하냐"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2017년 조세부담률을 21%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다시 20.1%로 정정한 바 있다.

정 총리는 이 의원의 지적에 "구체적인 수치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답하면 안 되냐"라고 말하면서 의원들의 웃음을 사기도 했다.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 공정성 '도마'

공공기관 고위직 인사의 불공정성 문제도 거론됐다.

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에게 공공기관장 인사와 관련, 당외위원장을 배려해달라고 요구를 받은 것에 대한 것을 문제 삼았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당외위원장 오찬자리에서 "공공기관장 인사나 감사 선임시 소관 부처와 기재부가 관여하는데 장관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밝혔으며 현 부총리는 "전문성이나 국정철학 공감도, 추진력 등 여러 면에서 원외위원장이 좋은 자질을 가졌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현 부총리가 이렇게 말한 것은 낙하산 인사를 한다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고 현 부총리는 "제 발언은 원론적인 것을 말한 것"이라며 "절차상으로 제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공공기관장 인선) 절차가 요식행위라는 것이 문제다. 김성회 전 의원이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현 부총리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 공모절차를 거치고 심의를 거쳐서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월세 상한제와 세법개정안, 세수결손 우려 등과 관련한 질의는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거론됐으며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재활용 폐자원 의제매입세액공제 축소와 관련해 정부는 저소득층에 피해가 안 가도록 했다고 답변했으며 세수결손 우려와 관련해선 증세보다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