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진한 민간부문의 벤처기업 투자를 늘리고, 투자위험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엔젤투자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 30%로 한정된 엔젤투자소득공제율을 투자금액 5000만원 이하분에 대해 50%까지 올리고, 전체 종합소득금액에서 연간 공제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한도를 현행 40%에서 50%로 늘린다.
정부는 15일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제5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벤처·창업기업으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을 대폭 늘리기 위해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벤처기업 M&A 법인세·증여세 감면 ▲코넥스 상장기업 투자 비과세 등 5년간 2200억원 수준의 세제지원 혜택이 포함됐다.
특히 정부는 창업 초기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에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는 엔젤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엔젤투자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 "날개잃은 벤처투자 천사들"…엔젤투자, 총 투자액 2% 불과 =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행 벤처·창업 초기의 자금조달 환경은 투자보다는 융자 중심으로 이뤄져 사업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총액 472조원 중에서 99%에 달하는 466조원 이상의 금액이 은행대출(461조4000억원), 정책금융(4조9000억원) 등 융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중소기업들이 벤처투자로 조달한 자금은 5조원에 불과했다. 초기 벤처·창업 기업들에 대한 엔젤투자가 부진함에 따라 자금을 융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엔젤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 엔젤투자 금액은 296억원(39건)으로 지난 2000년 5493억원(1291건)에 비해 1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우리나라 엔젤투자 시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매우 열악하다. 미국의 경우 엔젤투자 규모가 225억달러로서 벤처캐피탈 투자금액 291억달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국내 엔젤투자 규모는 2700만달러에 불과하며, 11억5000만달러 가량의 벤처캐피탈 투자금액과 비교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엔젤투자 금액은 총 벤처투자금액의 2%에 불과하다.
□ 엔젤투자소득공제율 50%까지 확대…"벤처투자로 소득공제" = 정부는 벤처기업들의 창업초기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민간부문의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엔젤투자소득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엔젤투자에 대한 소득공제 비율을 현행 30%에서 50%까지 인상한다. 투자금액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현행 30%의 공제율을 유지하되, 5000만원 이하 투자분에 대해서는 50%의 공제율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의 경우도 엔젤투자소득공제율이 미국(버지니아주) 50%, 일본 40%, 싱가포르 50% 등인 점을 감안하면 엔젤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되는 셈이다.
또한 연간 종합소득에서 엔젤투자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공제한도도 현행 40%에서 50%로 올리기로 했다. 앞으로는 엔젤투자소득공제를 통해 연간 벌어들인 종합소득의 절반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 대책이 시행될 경우 연간 5000만원을 벤처기업 등에 투자했다면 현재보다 약 380만원 가량을 추가로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
소득세율을 38%로 가정할 경우 기존에는 5000만원의 엔젤투자로 570만원(5000만원×30%×38%)의 소득세를 경감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앞으로는 950만원(5000만원×50%×38%)의 소득세를 공제 받게 된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투자대상도 늘어난다. 기존에는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엔젤투자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른 '기술평가'를 통과한 창업 3년 이내 기업도 투자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엔젤투자소득공제 혜택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의료비, 교육비, 공제부금, 청약저축, 신용카드사용금액 등에 적용되는 연간 2500만원의 특별공제종합한도에도 엔젤투자금액은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엔젤투자소득공제율 상향조정을 비롯한 벤처투자 세제지원 방안을 오는 8월 발표할 '2013년 세제개편안'에 담아, 올해 연말까지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현재 엔젤투자와 같이 고수익·고위험 기업에 대해 민간자본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며 "벤처투자 소득공제를 확대해 창업초기 자금조달의 핵심인 엔젤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