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갑작스런 세출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로는 국정과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각 부처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예산을 칼로 딱 자르듯 조정하기 어렵고, 그동안 제대로 세금을 징수하지 못했던 지하경제도 양성화하기가 만만찮은 실정.
직접적인 증세정책도 지양하겠다고 밝힌, 정부는 135조원의 재원 마련을 위해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로 1년 동안 감면되는 국세만 30조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별 다른 세입확충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단순한 세제개편을 통해 비과세·감면을 축소할 경우 상당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역대 정부에서도 세입확충을 위해 비과세·감면 축소를 추진해왔지만, 항상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각종 세제혜택과 이해관계가 얽힌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이 만만찮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조세감면이 계속돼왔기 때문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테마분석]30조 숨은 세원, 조세감면을 논하다'를 주제로 현행 비과세·감면 제도의 실효성과 축소 가능한 감면규모를 분석함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비과세·감면 축소 정책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내놓았던 복지공약 실현을 위해 향후 임기 5년 동안 총 135조원(연간 27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권 출범 첫 해부터 야심찼던 재원확보 계획은 뒤틀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제성장률 하락 등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당장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편성했던 2013년도 세입예산안 216조3763억원보다 올해 실제로 징수할 국세수입이 6조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 지난달 16일 세입경정 6조원을 포함한 총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했다.
세입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 정부는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줄이는 등 강력한 세출구조조정을 실시해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한 세입확충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에 중점을 둔 세제개편을 실시, 오는 2017년까지 총 38조원의 국세수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가 않은 상황이다. 국세청 등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확대로 납세자들의 조세저항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 실질적인 세수확보로 연결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수확보가 녹록치 않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함께 세입확충의 또 다른 주요 방안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비과세·감면 축소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해 2017년까지 총 15조원 가량 세입을 늘린다는 계산이다.
□ 헷갈리는 국세감면 종류…'조세지출·비망항목·경과조치' = 우선 비과세·감면으로 대표되는 국세감면 제도는 종류에 따라 조세지출, 비망항목, 경과조치 등 3개 항목으로 나뉜다.
'조세지출'이란 각종 세제지원 혜택을 규정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감면을 실시하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말한다. 조세지출은 국세감면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올해 조세지출 규모만 총 18조5722억원 가량으로 전체 국세감면액의 62.4%에 달한다.
'비망항목'은 조세특혜제한법이 아닌 개별 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과세·감면 제도로서, 소득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비 공제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비망항목 규모는 총 11조298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11조1462억원 보다 1164억원 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경과조치'는 비과세·감면 조항을 폐지한 이후 종전 규정에 따라 한시적으로 발생하는 비과세·감면을 뜻한다. 올해 경과조치에 따라 발생하는 비과세·감면 규모는 총 1613억원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2450억원과 2011년 6360억원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 국세감면액 '30조원' 육박…"줄여도 모자랄 판에 감면액↑" =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도 조세지출예산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1년 동안 감면되는 국세는 총 29조7633억원에 달한다.
즉 감면을 적용하지 않고, 세법에서 정한대로 세금을 모두 징수할 경우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를 별 다른 노력 없이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정권에서 세입확충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비과세·감면 정비를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국세감면 규모는 꾸준한 증가세를 거듭해왔다.
실제로 지난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로 인해 올해 전체 국세수입총액 대비 국세감면율은 12.1%로 지난해 12.8%에 비해 0.7%p 가량 하락했고, 법정한도인 13.7%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감면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세감면액은 지난해 29조7317억원 대비 316억원이나 늘어났다. 2012년 국세감면 규모가 지난 2011년보다 1296억원 가량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2년 사이 국세감면액이 1500억원 이상 급증했다.
매년 국세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상대적인 국세감면 비율만 줄었을 뿐, 실제 국세감면 규모는 전혀 감소하지 않고 증가만 거듭했다.
올해 국세감면액 주요 증가항목은 외국인투자기업 법인세 감면 2151억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2098억원,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1904억원, 농·축·임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974억원, 근로장려금 지급 850억원 등이다.
정부는 30조원에 달하는 국세감면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일몰이 도래한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일몰을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정비작업에 착수할 계획.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 국회에서 올해로 일몰이 예정된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을 대부분 연장, 실제로 올해 축소할 수 있는 비과세·감면 규모가 2조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연간 국세감면액은 30조원에 달하지만, 올해 정부가 축소할 수 있는 국세감면 규모는 전체의 6.7% 밖에 되지 않는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장은석·이희정·이현재·강상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