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세무사 출신 국회의원인 백재현 의원(민주당, 행안위 소속)이 세무사들의 또 다른 숙원인 '조세소송대리권'을 가질 수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합니다.
국세청, 조세심판원을 상대로 한 조세불복과정 이후 법원에서 진행되는 행정소송에서도 세무사들이 변호사와 같이 법률 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입니다.
그런데 개정안 발의 소식을 접한 세무사회는 환영과 감사를 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화들짝 놀라면서 잠시 '멘붕' 상태에 빠졌다는 후문입니다.
지난해 개정한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격 자동부여 폐지법안의 경우 공인회계사가 상대였다면 이번 개정안은 더 큰 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변호사들이 상대라는 점에서 지난해보다 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한데 이번 발의는 시점이 전략적이 아닌 '불쑥' 나온 느낌 때문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 국회의 사정으로 볼 때 발의된 법안이 심의되려면 이번 정기회보다는 내년 임시국회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강한 상대가 있는 법안을 덜컥 내놓으면서 상대방에게 방어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것 아니냐는 게 세무사회의 생각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조세소송대리권 추진'을 위해 사활을 건 승부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진 세무사회 집행부는 소송대리권 쟁취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며 장탄식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같은 세무사회의 우려와는 달리 백재현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도 세무사회보다 더 많이 고민했다. 세무사들이 소송대리권을 가진다는 것은 무엇보다 논점이 명확해야 한다"며 "절차적 기술보다는 개정안에 대한 논리와 국민편익 등 대의명문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개정안은 변리사의 경우 지난 50년 동안 특허와 관련 대리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 또 세무사들이 아닌 국민의 편익증대를 위해,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법안 발의를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연구와 토론을 거듭해 왔다"면서 "이번 법안은 세무사들보다는 납세자들의 권익을 위해 세무사들에게도 소송대리권을 주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개정된 세무사법과는 달리 변호사들이 상대인 만큼 단순한 방법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세무사회 측에서는 여전히 세무사회측과 교감 없는 이번 법안 발의에 '심드렁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왜 세무사회 측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어두운 표정을 지을까요? 자못 속내가 궁금합니다.
세무사들에게 소송대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법안이 과거 한차례 발의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관련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못했던 '아픈 추억' 때문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속사정이 있는 것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