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조세부담률, 정치·사회적 공감대 필요"
해외 주요국들과 우리나라의 조세정책 및 복지수준을 비교분석한 결과, 향후 증세를 하더라도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부터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인세의 경우 이미 OECD 회원국 평균과 큰 차이가 없고, GDP(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당분간 증세할 필요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법인세 증세는 가장 '하책(下策)'이라는 평가다.
조세연구원 안종석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조세연구원 개원 20주년 기념해 발표한 '중장기 조세·재정정책 운용방향' 관련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 "소득세, 부가세 비중 상대적으로 낮아"
안 연구위원은 우선 우리나라의 소득세,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 일반소비세(부가세) 수입이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0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3%이며,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25.1%로 OECD 평균(조세부담률 24.6%, 국민부담률 33.8%)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조세부담률은 멕시코(15.2%), 일본(15.9%), 슬로바키아(16.1%), 미국(18.3%), 체코(19.3%)에 이어 6번째로 낮고, 국민부담률도 멕시코, 칠레, 미국에 이어 4번째로 낮다.
이 가운데 소득세 비율은 3.6%, 소비세 비율은 4.4%로 OECD 평균보다 각각 5.1%p, 2.3%p 낮았다. 반면 법인세(3.5%)의 경우 OECD 평균(2.8%)보다 낮았다.
보고서는 "국민부담율이 낮은 미국, 일본 등 비유럽국가들과 비교할 때 소득세 부담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낮고, 사회보장기여금은 높은 편이며, 소비세는 유사한 수준"이라며 "반면 법인세는 북유럽 국가들을 제외한 다른 지역보다 대체로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보고서는 "국제투자를 통한 조세회피 가능성을 고려할 때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강화를 통한 재분배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금융소득 과세강화 기조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 "정치권 '저부담 고복지' 공약 지속 어렵다"
안 위원은 또 보고서를 통해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른바 '저부담 고복지' 논의는 재정지속 가능성을 평가할 때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저부담-저복지' 상태인데, 북유럽 국가를 포함한 유럽의 부유한 국가들은 '고부담-고복지'형태"라며 "최근 정치권에서 제시된 복지정책과 증세조치를 종합해보면 '저부담-고복지'로 이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속가능한 형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정부와 정치권 사이에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적정 조세부담률' 수준에 대해선 "특별한 정답이 없고, 적용 가능한 정책을 도출하기에는 모두 한계성이 있다"면서 "정부역할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적 선택과정을 통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증세우선 순위는 소득세, 부가세부터"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국가 가운데 국민부담률이 높은 국가들은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국민부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부가세 등 소비세까지 더해지면 전체 세부담의 75%에 이른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소득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35%, 일반소비세까지의 합은 55%로 이 비율이 지극히 낮다. 소득세와 소비세가 전체 조세부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전체 근로자 40% 정도가 세금을 아예 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득세는 최고세율 인상보다는 세율구간 조정과 공제체계 개편방식을 통해 과세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북유럽 국가는 보통 최저 세율 적용대상자와 최고 세율 적용대상자의 소득이 1.5배 안팎인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3.1배 정도"라고 강조했다. 소득세 납세대상자와 부담규모가 복지가 발달된 북유럽 국가들보다 편중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소수의 고소득자가 아닌 국민 대다수가 (소득세)를 납부하는 보편적 과세체계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세금을 내는 방향으로 조세체계가 개선된 뒤에야 복지확충을 위한 증세개편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또 부가세 증세여부와 관련해선 "소득세의 보편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바로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세율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 만큼, 세율 인상 여지는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법인세 증세문제는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열등한 세목이며, 형평성 측면에서도 우수한 정책수단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세부담을 완화해야 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개별소비세와 관련해선 "현재 품목을 유지할 경우 세수 확장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고, 담배세와 주세에 대해선 "국민보건증진과 외부불경제 시정 측면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장기적으로 세수효과는 크게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