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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의 세금-①]…국책사업 손실액 4조원

  • 보도 : 2006.07.05 09:30
  • 수정 : 2006.07.05 09:29

국민이 낸 세금을 흔히 '혈세'라고도 한다. 그만큼 세금을 낭비하지 말고 꼭 필요한 곳에 잘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런 세금을 잘 쓰고 있을까.

세수확보를 위해 [쥐어짜기식 세무조사를 한다. 아니다]. [봉급생활자들에 비해 자영업자들의 과표는 투명하지 못하다. 그래서 과표를 끌어 올려야 한다. 아니다].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 아니다] 등 세금을 더 거두고 덜 내려는 노력들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낸 '혈세'가 거두는 노력에 비해 너무나 쉽게 낭비되고 있다면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조세일보가 엄청난 세금이 투입된 국책사업들에서 얼마나 많은 세금이? 왜?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새어 나갔는지를 조명해 봤다. 지금부터라도 '세금 씀씀이 감시'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과제를 던져 주었다. -편집자주-

사업계획 부실, 비리, 환경단체 반발 등 사유도 다양
국책사업부터 지자체 개발사업까지 '종합세금낭비세트'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발표한 '주요 국책사업 중단사례 분석'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 간척사업,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 등 6개의 대규모 국책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액은 4조1793억원에 이른다.

국가가 실시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에는 막대한 세금이 동원되기 때문에 이러한 사업들이 잘못 시행되거나 중도에 중단돼 표류하게 된다면 당초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세금이 사용되는 것은 당연지사.

우리의 국책사업을 돌아보면 당초 사업계획부터가 부실하거나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세금이 낭비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중 하나는 국책사업이 정치적으로 희생양이 된 것.

선거철의 무분별한 공약남발은 밀어붙이기 사업 추진으로 이어졌고 이는 대부분 준비 부족으로 연결, 환경영향평가와 갈등영향분석으로 시간을 지체하거나 국민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정책실패와 세금낭비로 연결됐다.

◆…새만금 공기연장 7500억원 손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두환 정권시절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황인성씨가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1987년 대선 공약으로 개발하면서 출발했다.

1987년 7개월간의 짧은 타당성조사 실시 이후 91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

당초 국토확장과 농경지 확보가 목적이었으나 전라북도가 복합산업단지조성 개발계획을 들고 나왔고 용도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1996년 시화호 수질오염문제가 대두되면서 환경단체들의 백지화요구와 함께 사업중단에 이르게 됐다.

이미 방조제 공사가 상당수 진척된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노동계, 종교계, 문화예술인까지 나서서 반대한 새만금사업은 2003년 전북 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공사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항소와 항소를 거듭하는 지리한 법정싸움으로 확대됐다.

2006년 3월 결국 대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공사는 재개됐고 지난 4월, 첫 공사를 시작한지 무려 15년만에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완공됐지만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년 6개월간의 공사지연에 따른 손실액은 7500억원에 달했다.

대한상의는 또, 새만금 사업을 만약 철회했다면 5조4218억원의 부가가치가 날아갔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만큼 새만금 공사는 국책사업에 의한 '종합세금낭비세트'라고 할 정도로 그 부실의 내용이 심각하다.

이미 1998년 9월 22일에 발표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1991년 착공당시부터 공유수면매립법이나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사업계획 변경절차나 환경영향평가 및 기타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었다.

또 농수산 용지개발을 전제로 한 1989년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새만금 담수호 유역내의 오염물질 발생량을 실제보다 적게 추정하는 등 담수호의 수질대책이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 이후에 벌어질 환경단체와의 장기전은 예견된 일이었다.

◆…국민 세금 12조원으로 만든 고속철도 KTX

환경단체의 반발로 법적 분쟁까지 갔다가 공사를 재개한 고속철도 KTX 공사도 그 세금낭비의 과정이 새만금 간척사업과 유사하다.

1992년 착공된 경부고속철도는 건설초기부터 사전준비 부족으로 논란을 벌이다 사업기간이 당초 6년에서 18년으로 늦어졌다.

사업비도 당초 5조8000억원에서 18조4000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우여곡절 끝에 2004년 1단계 개통이 이뤄졌지만 대구∼부산간 2단계 사업은 '도롱뇽 소송'으로 유명한 천성산 환경문제 등으로 갈등이 계속됐다.

경주역의 위치결정에도 5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7년 1월 경주 우회노선이 결정되기까지 경주 경유를 반대하는 고고학계·불교계와 찬성하는 주민들간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천성산 터널공사와 관련, 환경단체가 청구한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는 등 새만금 사건에 이어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개발쪽의 손을 연이어 들어주면서 명분은 서게 됐으나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2년 만에 개통된 고속철도 건설사업은 국민 1인당 약 43만원의 세금을 들였다는 통계가 말해주듯 '세금 먹는 하마'로 이름을 떨쳤다.

그럼에도 1단계 개통전까지 '21세기 최적의 교통대안', '꿈의 열차' 등 현란한 수식어로 미화되기도 했다.

KTX의 문제는 환경에만 있지 않았다.

광명역의 경우 서울시내로의 차량 진입과 교통난을 완화한다는 목적으로 4000억원을 들여 건설했지만 승객감소 등 간이역으로 전락했으며 12조원 넘게 들여 개통한 KTX의 수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4년 개통직후부터 잦은 고장으로 '고장철'이라는 오명까지 붙은 KTX는 기존철도의 선로지분을 삼켜 통일호의 운행이 중단되는 등 서민에겐 부담을, 철도공사엔 적자를 안겨주고 있다.

◆…경인운하 뚫느냐 마느냐 40년간의 논란

사업 시작 전부터 논란이 극대화되어 손도 못 대보고 사업 계약비를 손해본 경우도 있다.

경인운하의 경우 1965년부터 논의를 거듭해 왔으나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2003년 정부가 사업자인 경인운하(주)와의 사업계약을 해지하면서 1500억원 이상의 국고 손실을 감수했다.

경인운하 사업의 시초는 경인지역의 상습적인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시작된 굴포천방수로건설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말까지 총 사업비 5천600여억원을 들여 인천시 서구 시천동∼계양구 귤현동 사이에 임시방수로를 확장하겠다던 이 사업은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노태우 정부와 김영삼 정부를 거치면서 민간자본유치 방식의 경인운하 건설사업으로 확대돼 기존에 계획됐던 방수로는 폭 100m 규모의 대형 운하건설로 바뀌게 됐다.

건교부는 컨소시엄을 통해 경인운하(주)와 시설협약을 체결, 총사업비 1조8400여억원을 투입하고 이 중 정부가 4400여억원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2000년 10월 착공해 2007년에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경제성 논란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인한 사업승인 지연으로 현재는 굴포천의 1단계 방수로 공사인 임시방수로만 2003년에 완공된 상태이다.

이후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기존의 경인운하 사업은 경제적 타당성이 낮고 왜곡돼 있다고 분석했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경인운하는 아직도 계획단계에 있다.

건교부가 지난 2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경인운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굴포천 방수로 확장공사가 이달 말경에 완료됨에 따라 경인운하로의 확장여부도 연내에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지만 지금껏 낭비한 시간과 국고는 되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순환할 수 없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서울 및 수도권 주변의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한 서울외곽순환도로는 2001년 6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2년넘게 공사가 지연되면서 51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서울을 큰 원으로 두르는 전체 127km중 퇴계원부터 남쪽으로 판교∼평촌∼김포∼일산을 잇는 91km는 이미 개통 됐지만 북쪽으로 일산∼의정부∼퇴계원 구간은 북한산을 관통하는 문제 때문에 오는 2008년 6월에나 완전 개통된다.

특히 북한산을 관통하는 사패산 터널 공사는 북한산 국립공원을 훼손한다는 환경단체의 반발은 물론 불교계까지 수행환경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결국 2001년 11월 북한산국립공원의 15개 산봉우리 가운데 가장 북쪽에 자리하고 있는 사패산 터널(4.6km)의 공사가 중단된 데 이어 2003년 4월에는 인근 수락산, 불암산 터널공사도 중단돼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노선재검토위원회가 구성됐다.

그러나 노선재검토위원회도 합의도출에 실패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불교계의 협조를 구하면서 겨우 공사를 재개하게 됐다.

지난 6월 2일 착공 5년만에 북부구간이 사패산 터널구간만 제외한 채 개통됐지만 2년여간의 개통지연으로 입은 사회적.경제적 손실은 수조원으로 추산된다.

또 공사기간 지연으로 입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업체가 결정한 비싼 통행료는 여전히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민간자본이 투입된 북부구간은 GS건설 등이 출자한 서울고속도로(주)가 1999년 28km당 4000원으로 통행료를 책정했다가 공사기간이 연장되자 5000원으로 인상안을 내 놓았고, 최근 다시 3000원으로 통행료를 결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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