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인구재앙...지자체 절반 ‘소멸위험’이라는 섬뜩한 제목의 신문기사를 보았다. 2100년이 되면 우리나라의 인구는 1800만명으로 줄어 들것이 예상된다고 한다. 한때 800명 다니던 초등학교가 폐교 후 지금은 노인대학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다녔던 어린 아이가 노인이 되어 노인대학으로 바뀐 모교에 등교하고 있다.

마을 인근 왕복6차선 도로 횡단보도 신호등 한켠에 쓰레기가 한더미 쌓여 있었다. 종이박스가 펴진채로 겹겹이 쌓여 있고,우산,물병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누가 저 종이박스들을 모아두었나 궁금했었는데, 며칠 후에 보니 웬 할머니 한분이 그걸 모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느 누구도 할머니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저출산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 미래위기를 걱정해야 되는 시대에서 갈수록 우리사회의 노령화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노령화가 진행될수록 그만큼 돌보아야 할 노인이 많아진다.

노인은 많아지고 노인을 부양할 사람은 적어지는 세상이 되면 힘빠지고 병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을 돌볼 여건이 점점 나빠지게 될 것이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먹고살기 힘든 경쟁사회속에서 아픈 부모를 돌볼 여력이 바닥나면 대책이 없을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돌봄이 필요한 늘어나는 노인들을 더 잘 보살펴줄 나라는 없을 것이다. 나라 살림살이가 빠듯해지고 힘들어진다면 노인에게 베풀어야할 의료서비스 등에 많은 신경을 쓸 여력이 줄어들 것이다.

현재 노인을 위한 시설은 상당히 많으며 국가에서도 많은 예산과 시설을 투입하여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요양병원 수와 의료비는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빨라지는 고령화 시계에 대응하기에는 힘겨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해본다.

나라는 노인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힘없는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얼마나 존재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느 영화속 이야기이지만 노인이 일정 연령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그 노인을 산속 깊은 곳에 버렸다. 당사자인 노인도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 들였다.

미래에는 현재보다 더 노인을 위한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을 가져봐도 좋겠다. 국가사회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기 스스로 노년의 삶에 대비해야할 필요성이 더 절실해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영화 ‘올드’에서는 1년이 30분 같이 빠르게 흐르는 세상을 만들어 낸다. 자연의 시간은 변함이 없는데 인간의 시간만 빠른 세상이다. 아이들이 금방 자라서 어른이 된다. 시간의 빠르기는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같은 시간에 인간을 빠르게 늙고 죽게 만드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1시간이 몇 년처럼 느리게 가는 행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있다. 시간이 빠르게 진행되거나 느리게 진행되는 영화는 상상속의 세상이지만 흥미롭다.

만약 영화‘올드’의 세상처럼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지역이 실제로 존재한다면,질병 등 여러 고통 속에서 힘들고 우울한 노년의 삶을 사는 노인들 중 그 지역으로 가길 원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 죽음이 쏜살같이 달려오는 그곳을 바라보는 시간은 삶의 깨달음의 시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