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시각차… 尹 '완화' 시사, 대통령실 '속도 조절' vs 민주 '초부자감세' 비판

尹 "상속세 과도한 할증 과세 공감대 필요"

대통령실 "다중 과세 측면 숙고, 제도 개편 과정에서 논의 할 수 있어"

민주 "초부자감세 그랜드슬램"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네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 할증세까지 있다. 재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주가가 올라가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 같은 강소 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며 상속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어 "대통령령으로써 할 수 있는 거라면 정치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있어도 과감하게 밀어붙일 수 있지만, 법률 개정 부분은 국민들께서 좀 뜻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18일 각종 언론 매체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내놓은 잇단 감세 정책이 총선용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 상황은… 건전 재정 외치면서, 돈 안 걷겠다는 게 전부'(조선일보 18일자), 총선앞, 한달새 20건 쏟아낸 '감세-현금성 지원'(동아일보 18일자) 등 윤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18일 오후 대통령실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와 관련해 관련 입법 논의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상속세 부분은 원래 어제 민생토론회를 하면서 (윤 대통령이) 언급을 해서 논의가 나왔고. 현재 따로 상속세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성 실장은 이어 '상속세와 같은 세금 형태를 다중과세'라고 정의하면서 "이런 다중과세 형태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세가 가지는 특성 상 국민적인 합의가 가능한 수준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성 실장은 그러면서 "일방적으로 상속세를 폐지한다거나 강화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갈 수는 없다"며 "다만 상속세가 갖고 있는 다중 과세 측면에서 좀 더 숙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과거와 달리 현재는 세원 확보에서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돼 많은 세원들이 포착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소득세 등 다른 세금을 통해 이미 세금을 낸 이후에 다중 형태로 세금을 걷는 부분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상속세 완화 시사 발언에 대해 '초부자감세 그랜드슬램'이라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18일 오전 국회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주식양도소득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에 이어 상속세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초부자감세 시리즈 마지막 퍼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정도면 초부자감세 그랜드슬램"이라고 맹폭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어 "이에 더해서 어제 윤석열 대통령은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과세해서 나눠 가져야 한다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초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이라는 실체가 밝혀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동수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역시 "윤 대통령은 세법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정책을 남발한다"며 "역대급 세수펑크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과 국가의 미래 위한 R&D예산 등이 가차 없이 삭감되는데도 자산가를 위한 감세만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무차별 감세 발언은 4월 총선을 겨냥한 '표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줄어드는 세수에 대한 대안도 없으며 세법 개정 절차를 무시하는 독주다. 경제도 모르고, 세법도 모르는 윤 대통령의 선거용 감세추진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