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세계 유일의 4단계 누진 'K-법인세제'…지금 개편해야"

"K-법인세제, 한국 만의 특징…4단계 과세체계 OECD 국가 중 유일"

"미·중 갈등으로 흔들리는 금융허브 홍콩…개편 시점으로 적절"

"상속세 폐지 논의, 국민의 정서 무시할 수 없어"

"글로벌 관점에서 상속세,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 아냐"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는 19일 오후 2~5시 조세일보와 한국납세자연합회·한국조세정책학회 공동주최로 서울시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기업 경쟁력 강화와 납세환경개선을 위한 세제개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토론회 제 1세션 주제인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 개선방안'에 대해 법인세 개편 시 국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25개 세목 전체와 글로벌 스탠다를 함께 고려해야 법인세 개편의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그는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인정 받고 있지만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현 법인세 수준에 대한 지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법인세 인하와 관련한 부분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4단계 누진 법인세 과세체계를 'K-법인세제'라며 OECD 국가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금과 같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K법인세를 바꿀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OECD 국가 중 과세 구간이 4단계인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성이라 K-법인세제로 불린다"며 "세제개편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경쟁을 벌이는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시장 허브로서의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며 그 중심이 싱가포르로 이동하고 있다"며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는 지금 시점이 우리나라가 세제 개편을 통해 무엇인가를 도모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 2세션인 '기업승계 및 상속세 정상화 방안'에 대해 박 교수는 상속세에 대한 국민 정서상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상속세 폐지에 대해 논의하더라도 국민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며 "미국이 지난 2001년 연방상속세를 폐지했다. 일부 정치학자와 세법학자가 상속세를 사망세라고 칭하면서 미국 여론의 부정적인 시각을 심었고 이로 따라 2011년에 연방상속세가 부활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언론이 이런 상속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일 수 있다고 미국 지역 언론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 지역 언론이 세대교체를 겪는 과정 가운데 상속세로 인해 지역 언론이 해체될 수 있는 우려가 커졌다"며 "이를 계기로 지역 언론이 상속세 폐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 기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스웨덴이 경우 자본 유출 등 문제로 지난 2005년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에서 상속세가 폐지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됐다"며 "그 당시 국민 기업이라 부르는 기업의 자본 유출 문제, 국적 이탈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스웨덴은 소득세가 굉장히 높아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폐지되는 데 다소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상속세가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이라고 생각하는 관점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속세가 가진 자들이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이라는 생각은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조금 변할 필요가 있다"며 "공익법인화해서 소유자의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며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길 방법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