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27일 발표)은 '맹탕, 땜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지난해는 경제주체(기업)들의 투자심리를 깨우겠다는 목표로 법인세 과세체계를 아예 뜯어고치는(세율 인하 등) 대수술을 고친데 반해, 올해도 같은 목표점을 설정하면서도 곁가지만 손대는 수준에 그쳤다는 시각이 짙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정부 내에서 줄곧 논의되어왔던 '상속세제 개편'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이것저것 소소하게 바꾸고 개선하겠다는 것은 많은데 정작 결정적 '한 방'이 보이지 않다보니, "매년 세제가 누더기가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세법 개정이 너무 빈번하고, 같은 조문에 대해 매번 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라고 주장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도 부진한 투자를 반전시킬 정도로 세제지원에 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세법개정의 당위성을 떠나, 감세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작년에 추진했던 대규모의 감세 정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의 재정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되려 전폭적인 감세 정책이 없다는 것에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라는 국정방향에 맞게 감세기조는 유지했으나, 재정상황을 감안해 대폭적인 감세는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가 답변.(가나다 순)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세법 개정이 너무 빈번하다. 또, 같은 조문에 대해 매년 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세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새로운 개정이 없고, 적자재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없는 점이 아쉽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이번 세법개정안은 굉장히 큰 변화를 꾀한 것 같진 않다. 다만, 미래 대비를 위해 인구, 지역 등 구조적 위기 극복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인구 감소, 지역 불균형,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세제로서 한번 개선해 보자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 이번 세법개정안의 가장 특이한 부분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정부는 내년에만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감세 효과는 내년만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되고, 이러한 세수 전망이 이번의 모든 감세정책을 제대로 추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또한 작년에 추진했던 대규모의 감세 정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의 재정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감세정책을 실시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는 민생회복과 구조적 위기 대응을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번 정부의 국정방향은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로 국민복지와 국가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도 이에 부합하도록 감세기조를 유지했으나, 최근에 어려운 세수환경으로 인한 재정상황을 감안해 대폭적인 감세는 하지 못했다. 즉, 세수효과측면(전년대비 기준)에서 5년간 4719억원이 감세됨으로써 대폭적인 감세기조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기업살리기의 핵심인 법인세는 증세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등 대책의 일환으로 서민·중산층을 중심으로 감세를 추진했지만, 일부 고소득자 및 대기업도 감세기조에 포함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감세기조를 유지하지 못했고, 어려운 재정상황과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특히 저출산·고령화의 대책에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자녀 결혼 자금의 증여세 배제와 자녀장려세액공제확대, 그리고 청년사회진입지원세제 등 생활안정을 위한 국민복지의 향상에 중점을 뒀다.
따라서, 부모로부터 혼인 자금을 지원받지 않았거나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을 받았을 경우, 1억원에 상당하는 금액(또는 1억원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은 결혼 당사자의 소득세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줘야 한다. 증여세는 소득세의 보완 세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더욱 그렇다(증여도 소득의 일종이므로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세로 과세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적용하는 공제 한도 5000만원은 2014년도 세법에서 정했다. 하지만 그간의 물가상승률, 주택가격 상승률, 전셋값 상승률 등을 생각하면 비상식적인 금액이다. 따라서 정액으로 묶어놓은 비과세 금액이나 공제 금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추산되도록 해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매년 세법을 개정하는 수고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진작 증여세 공제한도액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했다면 이번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반감됐을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미래를 대비한 인구나 지역 구조적인 위기를 위한 세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또,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의 일환으로 업종 분류를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했는데, 지속적인 개선의 추세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회발전특구라는 개념은 제가 작년 인수위에 있을 때 도입한 것인데,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세제지원이 올해 신설됐다. 기회발전특구라는 용어도 처음이지만 세제지원까지 밑반찬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한편, 부동산 양도세 알기 쉽게 쓴다고 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양도세는 세무사도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세금이라 '양포사'라는 말도 유행할 정도인데, 이 같은 변화는 납세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조세회피 강화 조치들을 도입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가령, 역외세원 관리 강화를 위해 해외신탁 및 외국 모회사로부터 받은 스톡옵션 등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를 신설하고, 우회덤핑 방지제도 도입, 관세포탈범 명단 공개 등 조세회피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이번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감세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일부 세입 확충 방안이 담긴 것은 긍정적이지만 세수 축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에 청년층의 결혼 및 취업 등이 어려운 상황이고, 이는 저출산·고령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에 대한 세제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소득재분배에 대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결혼회피 등에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주택마련 등을 위한 증여세 완화는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시급성한 조세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출산장려를 위한 자녀장려세액공제의 확대도 저출산의 대응책으로 마련한 측면이 있다.
바이오산업 등 최첨단 신기술산업을 국가전략기술산업에 포함해 법인세의 세제지원을 활성화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는 미국 등 첨단산업을 안보적 차원에서 대폭적인 세제지원을 통해 육성하는 국제적 추세에 비추어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 다만, 시설투자와 R&D 투자에 한정하고 있는데, 토지 혹은 건물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등에서 국가전략산업에 대해 토지 혹은 건물에 대한 세제지원도 실시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과 외국인 기술자의 소득 감면 기간 연장 등은 투자 세제지원과 연계성을 높여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발전특구에 대해 기업이전·운영·투자단계에 따른 각종 세금지원은 지방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국세인 소득세·법인세가 제주특별자치도 혹은 지역특구에서 지역별로 차등지원된다는 면에서, 지방 발전을 위해 기업발전특구 외에도 여타 지역까지 확대해 패키지로 세제지원하는 방안들을 더욱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세법 조문 중 소득공제, 비과세 금액 등 정량으로 표시된 부분(배우자 공제 150만원)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해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의 증세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처럼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세법 개정없이 매년 자동적으로 금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부동산세제의 원칙은 '거래세 완화 보유세 강화'인데,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부분에 대해 세법개정을 했으나 아직 미흡한 측면이 존재한다.
아울러 주택의 정의 등 민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세법에서 그대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 중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이 주택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공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조세심판원 소액 판단기준 5000만원은 대폭 상향 조정해 적어도 2억원 정도로 할 필요가 있다. 서민들의 2억원 이하 고지처분은 법원에 가서 다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해외금융계좌 이외에 해외부동산 보유현황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지속적인 세수 펑크로 기업 지원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세법 개정안에 여러 가지 내용들이 들어가면서 구색은 갖췄지만, 세수 감소의 영향으로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중요한 부분이 담기지 않았다.
가업상속공제 같은 경우에 조금씩 풀어가는 상황이지만, 너무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 '접대비'도 '업무추진비'로 용어를 변경했는데, 이것도 오래된 논의였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회에 참여해 10년 전부터 접대비를 업무추진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작년에서야 바뀐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같은 경우도 소분류에서 중분류 이후엔 대분류로 조금씩 변화하기 보다, 방향이 맞다면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사소한 문제긴 하지만, 지금도 가업상속공제라는 말을 쓰는데, 가업이란 성격은 다 사라졌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에 '가업'보단 '기업'으로 바꿔야 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증여재산 공제 확대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 소득공제 확대 등은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노후 연금소득 세부담 완화 역시 복지 산업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보험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폭염과 폭우 그리고 한파가 반복되면서 피해를 입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도입 등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점은 큰 문제이다.
이번 감세 정책에는 뜬금없이 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가지고 있는 토지, 건축물을 팔고 다른 토지, 건축물을 구입한다면 처분 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서 세제지원을 해주겠다는 정책도 포함됐다. 이는 비영리 기관인 대학에 영리추구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정책에서 대학의 공공성에 해를 가할 위험성이 우려된다.
이미 반도체 등 이른바 국가전략 기술에 막대한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는데도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바이오 의약품까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게다가 영상콘텐츠 투자 세제지원 확대도 포함시켰다. 마치 우리나라 재벌들이 영위하는 대표 산업이라면, 모두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 서운한 분야가 한곳도 없게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내년부터 각종 부자감세 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는 마당에 추가로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책임 있는 방향이 아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번 세제개편안을 현 정부의 '기업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라는 국정방향에 부합한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세수감소 등에 의한 재정악화가 큰 원인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감세기조는 예정대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평균 보다 높은 상황을 유지했다는 면에서, 법인세율 인하와 과세표준구간의 단순화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의 소득재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장려세제가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가급적 최저임금(민간기업부담)보다는 근로장려세제(정부부담)를 통해 근로자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나, 경직적인 최저임금정책이 근로장려세제 등 조세정책을 오히려 제약하는 상황이 됨으로써, 근로자복지와 경제활성화에 비효율성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1999년 이후 상속세 및 증여세의 과세표준과 세율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함으로써, 1세대 1주택자 등 일반 소득층까지 과세대상이 됨에 따라, 증여회피로 인해 고령층에 재산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청년층의 결혼지연 및 산업자본화이 지연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번에 자녀결혼자금 1억원 증여세 배제조치는 소득재분배의 측면에서 비판소지도 있지만, 청년층의 사회진입과 결혼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줌으로써 저출산·고령화의 완화에 일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녀장려세액공제의 대폭 확대도 바람직한 조세정책이라 할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세법 개정이 너무 빈번하고, 같은 조문에 대해 매번 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라고 주장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도 부진한 투자를 반전시킬 정도로 세제지원에 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세법개정의 당위성을 떠나, 감세 효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엇갈린 시각'을 보였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작년에 추진했던 대규모의 감세 정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의 재정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되려 전폭적인 감세 정책이 없다는 것에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라는 국정방향에 맞게 감세기조는 유지했으나, 재정상황을 감안해 대폭적인 감세는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문가 답변.(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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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3년도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총평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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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이 너무 빈번하다. 또, 같은 조문에 대해 매년 세법이 개정되면서, 납세자의 세법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새로운 개정이 없고, 적자재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없는 점이 아쉽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이번 세법개정안은 굉장히 큰 변화를 꾀한 것 같진 않다. 다만, 미래 대비를 위해 인구, 지역 등 구조적 위기 극복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인구 감소, 지역 불균형,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 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세제로서 한번 개선해 보자는 의지가 엿보이는 것이 이번 세법개정안의 가장 특이한 부분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정부는 내년에만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감세 효과는 내년만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되고, 이러한 세수 전망이 이번의 모든 감세정책을 제대로 추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또한 작년에 추진했던 대규모의 감세 정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도의 재정은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감세정책을 실시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추구한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부는 민생회복과 구조적 위기 대응을 위해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제대로 된 세입확충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번 정부의 국정방향은 '기업 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로 국민복지와 국가경제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도 이에 부합하도록 감세기조를 유지했으나, 최근에 어려운 세수환경으로 인한 재정상황을 감안해 대폭적인 감세는 하지 못했다. 즉, 세수효과측면(전년대비 기준)에서 5년간 4719억원이 감세됨으로써 대폭적인 감세기조를 유지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기업살리기의 핵심인 법인세는 증세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등 대책의 일환으로 서민·중산층을 중심으로 감세를 추진했지만, 일부 고소득자 및 대기업도 감세기조에 포함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감세기조를 유지하지 못했고, 어려운 재정상황과 내년 총선 등을 의식해 특히 저출산·고령화의 대책에 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자녀 결혼 자금의 증여세 배제와 자녀장려세액공제확대, 그리고 청년사회진입지원세제 등 생활안정을 위한 국민복지의 향상에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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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3년도 세법개정 중 가장 바람직한 부분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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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혼인 증여 재산 공제제도의 도입이 가장 눈에 띈다. '1인당 1억원 비과세'는 우리나라 결혼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자력으로 결혼 비용을 마련한 이들에게는 세법상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차별과세이고 공평과세 원칙에도 맞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해 결혼한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건강한 사회이고 이를 확산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세법의 사회 계도적 역할이다.따라서, 부모로부터 혼인 자금을 지원받지 않았거나 1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지원을 받았을 경우, 1억원에 상당하는 금액(또는 1억원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은 결혼 당사자의 소득세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줘야 한다. 증여세는 소득세의 보완 세제라는 점에 비추어 보아도 더욱 그렇다(증여도 소득의 일종이므로 일부 국가에서는 소득세로 과세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적용하는 공제 한도 5000만원은 2014년도 세법에서 정했다. 하지만 그간의 물가상승률, 주택가격 상승률, 전셋값 상승률 등을 생각하면 비상식적인 금액이다. 따라서 정액으로 묶어놓은 비과세 금액이나 공제 금액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해 추산되도록 해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매년 세법을 개정하는 수고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진작 증여세 공제한도액에 물가연동제를 적용했다면 이번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의 도입 필요성은 반감됐을 것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미래를 대비한 인구나 지역 구조적인 위기를 위한 세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또,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 요건의 일환으로 업종 분류를 중분류에서 대분류로 확대했는데, 지속적인 개선의 추세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회발전특구라는 개념은 제가 작년 인수위에 있을 때 도입한 것인데, 기회발전특구에 대한 세제지원이 올해 신설됐다. 기회발전특구라는 용어도 처음이지만 세제지원까지 밑반찬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한편, 부동산 양도세 알기 쉽게 쓴다고 하는 것도 의미 있는 변화다. 양도세는 세무사도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세금이라 '양포사'라는 말도 유행할 정도인데, 이 같은 변화는 납세자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조세회피 강화 조치들을 도입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가령, 역외세원 관리 강화를 위해 해외신탁 및 외국 모회사로부터 받은 스톡옵션 등에 대한 자료제출 의무를 신설하고, 우회덤핑 방지제도 도입, 관세포탈범 명단 공개 등 조세회피 관리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이번 개정안은 전반적으로 감세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일부 세입 확충 방안이 담긴 것은 긍정적이지만 세수 축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에 청년층의 결혼 및 취업 등이 어려운 상황이고, 이는 저출산·고령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에 대한 세제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소득재분배에 대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청년의 결혼회피 등에 큰 원인이 되고 있는 주택마련 등을 위한 증여세 완화는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시급성한 조세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출산장려를 위한 자녀장려세액공제의 확대도 저출산의 대응책으로 마련한 측면이 있다.
바이오산업 등 최첨단 신기술산업을 국가전략기술산업에 포함해 법인세의 세제지원을 활성화한 것은 바람직하다. 이는 미국 등 첨단산업을 안보적 차원에서 대폭적인 세제지원을 통해 육성하는 국제적 추세에 비추어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측면이 있다. 다만, 시설투자와 R&D 투자에 한정하고 있는데, 토지 혹은 건물에 대한 세제지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등에서 국가전략산업에 대해 토지 혹은 건물에 대한 세제지원도 실시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한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과 외국인 기술자의 소득 감면 기간 연장 등은 투자 세제지원과 연계성을 높여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발전특구에 대해 기업이전·운영·투자단계에 따른 각종 세금지원은 지방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국세인 소득세·법인세가 제주특별자치도 혹은 지역특구에서 지역별로 차등지원된다는 면에서, 지방 발전을 위해 기업발전특구 외에도 여타 지역까지 확대해 패키지로 세제지원하는 방안들을 더욱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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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3년도 세법개정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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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
세법 조문 중 소득공제, 비과세 금액 등 정량으로 표시된 부분(배우자 공제 150만원)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해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세의 증세효과가 나타난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처럼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세법 개정없이 매년 자동적으로 금액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부동산세제의 원칙은 '거래세 완화 보유세 강화'인데,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 부분에 대해 세법개정을 했으나 아직 미흡한 측면이 존재한다.
아울러 주택의 정의 등 민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세법에서 그대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 중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이 주택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공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조세심판원 소액 판단기준 5000만원은 대폭 상향 조정해 적어도 2억원 정도로 할 필요가 있다. 서민들의 2억원 이하 고지처분은 법원에 가서 다툴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해외금융계좌 이외에 해외부동산 보유현황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
지속적인 세수 펑크로 기업 지원에 대한 과감한 세제 지원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 세법 개정안에 여러 가지 내용들이 들어가면서 구색은 갖췄지만, 세수 감소의 영향으로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중요한 부분이 담기지 않았다.
가업상속공제 같은 경우에 조금씩 풀어가는 상황이지만, 너무 '스텝 바이 스텝'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년, '접대비'도 '업무추진비'로 용어를 변경했는데, 이것도 오래된 논의였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회에 참여해 10년 전부터 접대비를 업무추진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작년에서야 바뀐 것이다. 가업상속공제 같은 경우도 소분류에서 중분류 이후엔 대분류로 조금씩 변화하기 보다, 방향이 맞다면 과감하게 풀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사소한 문제긴 하지만, 지금도 가업상속공제라는 말을 쓰는데, 가업이란 성격은 다 사라졌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하고는 맞지 않기 때문에 '가업'보단 '기업'으로 바꿔야 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증여재산 공제 확대나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 소득공제 확대 등은 재산이 있는 사람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해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노후 연금소득 세부담 완화 역시 복지 산업화를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보험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또한 폭염과 폭우 그리고 한파가 반복되면서 피해를 입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세 도입 등에 대해 일언반구조차 없다는 점은 큰 문제이다.
이번 감세 정책에는 뜬금없이 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가지고 있는 토지, 건축물을 팔고 다른 토지, 건축물을 구입한다면 처분 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서 세제지원을 해주겠다는 정책도 포함됐다. 이는 비영리 기관인 대학에 영리추구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는 정책에서 대학의 공공성에 해를 가할 위험성이 우려된다.
이미 반도체 등 이른바 국가전략 기술에 막대한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는데도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바이오 의약품까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게다가 영상콘텐츠 투자 세제지원 확대도 포함시켰다. 마치 우리나라 재벌들이 영위하는 대표 산업이라면, 모두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해 서운한 분야가 한곳도 없게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내년부터 각종 부자감세 정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는 마당에 추가로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은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책임 있는 방향이 아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이번 세제개편안을 현 정부의 '기업살리기를 통한 민간주도경제의 활성화'라는 국정방향에 부합한다고 평가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물론 최근에 발생한 세수감소 등에 의한 재정악화가 큰 원인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감세기조는 예정대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5년간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평균 보다 높은 상황을 유지했다는 면에서, 법인세율 인하와 과세표준구간의 단순화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의 소득재분배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장려세제가 세제개편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가급적 최저임금(민간기업부담)보다는 근로장려세제(정부부담)를 통해 근로자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위해 바람직한 측면이 있으나, 경직적인 최저임금정책이 근로장려세제 등 조세정책을 오히려 제약하는 상황이 됨으로써, 근로자복지와 경제활성화에 비효율성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1999년 이후 상속세 및 증여세의 과세표준과 세율구조를 오랫동안 유지함으로써, 1세대 1주택자 등 일반 소득층까지 과세대상이 됨에 따라, 증여회피로 인해 고령층에 재산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청년층의 결혼지연 및 산업자본화이 지연되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번에 자녀결혼자금 1억원 증여세 배제조치는 소득재분배의 측면에서 비판소지도 있지만, 청년층의 사회진입과 결혼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줌으로써 저출산·고령화의 완화에 일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녀장려세액공제의 대폭 확대도 바람직한 조세정책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