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펀더멘털 변화 없이 주가 올린 게 본질적 문제"
연태훈 "미공개중요정보 이용여부 관건...준법감시인까지 철저히 조사해야"
이준서 "증선위에 기소권 부여 검토"
성희활 "법 개정해도 책임주의 원칙 난관"
김준석 "주가폭락 전말 밝혀야...ATS 출범 대비"
◆…23일 한국거래소에서는 금융위·금감원·거래소·남부지검이 공동 개최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진수 기자]
23일 한국거래소에서는 금융위·금감원·거래소·남부지검이 공동 개최한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가 열렸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주가조작에 반복적으로 가담한 인물은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며 "회사도 거래소와 협의를 통해 조회공시, 자발적 공시로 '왜 오른지 모르겠다'라고 시장에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주가 '폭락'이 아니라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게 본질"이라며 "주가폭락이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없었다면 문제가 아닌가. 주가상승 상태에서 금융당국 조사로 주가가 폭락하면 당국 책임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 공시나 뉴스 없이 통정매매를 통해 장기간 주가를 끌어올린 게 본질적인 문제인데 인식이 부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화이트해커를 고용해 해킹 사건을 해결하는 것처럼 전직 불공정거래 사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제도(리니언시)를 고려해볼 만하다"며 "범죄 모의단계에서 내부제보자에 대한 적극적인 포상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리니언시는 불공정한 담합 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면제 또는 감면해주는 제도다.
연 실장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행위가 벌어졌는지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대규모 주식을 매도한 대주주 2명(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은 '이정도면 자리를 깔아야 하지 않나' 싶다. 해당 기업의 준법감시인을 포함해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액결제거래(CFD)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 프론트에서는 특정 종목에 주문이 몰린다는 걸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개매매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이상신호를 포착했다면 감독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준서 동국대 교수는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는 것과 함께 중장기적으로는 증권선물위원회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거래소와 금감원의 경우 이상거래 적출시스템을 넘어 이상기업 모니터링팀을 신설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불공정거래 수법이 날로 진화해 기존 시스템으로 적발하기 어려운 만큼 특정 기업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당이득 산정에 있어 피해자가 구체적인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엄격한 책임주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며 "대법원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자본시장법 개정 후 시행령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위헌성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헌법재판소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공정거래법에만 있는 '동의의결제'를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동의의결제는 기업이 소비자 피해 보상을 제안하면 사건을 종결해 소비자 피해를 신속히 복구할 수 있는 제도다.
그는 "과징금이나 벌금이 국고로 귀속돼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별도 절차를 밟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며 "금융범죄에도 동의의결제를 도입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억제하면서도 피해구제까지 한번에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폭락을 촉발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전말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반대매매가 시장충격을 주는 형태가 불가피했는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자간매매체결회사(대체거래소, ATS)가 곧 출범한다"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양태가 한층 복잡해지는 만큼 플랫폼간 데이터 취합 분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