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환치기…'관세 경찰'이 판 뒤엎다

지난해 환치기 적발금액이 무려 5조239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까지 8000억원 수준에 머물렀으나 5년 새 6배 이상 폭증하는 등 그 규모가 대형화되어가는 추세다.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을 뜻한다.

관세청 광주본부세관은 환치기를 포함한 불법자금 흐름을 감시하기 위해 이전보다 더 면밀한 첩보 수집과 분석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484억 규모의 환치기를 했던 외국인을 체포해 탈세 및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최근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지난해 국내서 환치기한 외국인을 검거한 공로로 '올해의 광주세관인'이 된 신기현 관세행정관을 만나 그 과정에 대해서 들어봤다.

Q. 본인과 소속 부서 소개부탁드립니다.

A. 저는 2007년도 공직에 임용된 이후, 약 16년 이상 여수와 군산 등 여러 공항만 세관에서 외국무역선(기) 입출항 수속, 수출입관련 업무 및 범칙사건 수사 등 업무를 했습니다. 이 가운데 12년간은 범칙사건 수사업무을 전문적으로 했습니다.

제가 있던 광주세관 조사과는 관세법, 대외무역법 및 외국환거래법 등 여러 무역관련 규정들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전문적으로 수사합니다. 무역 및 관세행정 분야의 경찰이라고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듯합니다. 저는 현재 조사과에서 이동해 세관운영과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환치기란 무엇인가요?

A.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 계좌를 개설한 뒤 어느 한 국가의 계좌에 일정금액이 입금되면 다른 나라의 계좌에서 이를 현지화폐로 지급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로, 은행을 통해 송금하지 않더라도 외환송금이 가능한 거래방식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A국에 사는 아는 사람에게 외환을 송금하려는 자가 한국에서 환치기상에게 송금액과 수수료를 주면, 해당 환치기상은 자신이 관리하는 A국 계좌에서 이를 아무개에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마약밀거래와 불법 수출입, 탈세, 도박, 불법체류자의 대외 송금 등 불법적인 거래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송금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불법 외환거래자는 관련 증빙이 필요 없고 일정액 수수료만 지급하면 손쉽게 외환송금이 가능한 환치기 거래를 선호합니다.

Q. 국내 환치기 규모와 주로 사용되는 수법은 무엇인가요?

A. 환치기 거래는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범죄라서 그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 작년에, 관세청에서 적발한 환치기 등 불법외환거래 규모가 5조 원을 넘었습니다.

환치기상은 거래 시 제3자 명의의 대포통장을 이용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은행계좌에 환치기 거래 외에도 내국거래를 혼재시키는데 이는 일종의 물타기로 환치기 내역 특정을 어렵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또한 환치기상은 거래당사자들 간 범행증빙을 남기지 않기 위해 주로 추적이 힘든 해외 SNS를 이용하는 치밀함도 갖추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규모 불법자금을 가상자산시장에서 암호화폐 형태로 변환한 후 전자지갑 방식으로 이전시켜 이를 현지화폐로 바꾼 다음 거래대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쓰고 있습니다. Q. 484억원 규모 환치기 베트남 피의자를 체포하셨는데, 수사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A.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제선이 감소하고 방역이 강화돼 외국인의 출국이 어려워지자, 이들의 외화반출에도 많은 제약사항이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을 악용한 베트남 국적자(피의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환치기 계좌로 불범자금을 거래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피의자의 소셜네트워크를 확인해보니 피의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은행계좌와 환치기 의뢰인을 찾고자 하는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이에 저희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피의자 신원을 비롯한 환치기 계좌 거래내역을 재빨리 확보했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하루에 수십회 이상 불특정 다수와 대금거래한 내역이 포착되는 등 혐의 규모가 커졌고, 국외 도주 우려도 큰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장을 받아 체포했습니다.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피의자를 조사한 결과, 약 1년 4개월 동안 총 484억원 상당을 환치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후, 피의자는 검찰로 구속 송치되었고 재판 결과 유죄 판결을 받아 처벌받은 다음 자국으로 추방됐습니다.

Q. 수사 과정 가운데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아무래도 쓰는 언어가 다르다 보니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자료수집 단계부터 베트남어를 번역하면서 관련 증거를 수집했고 피의자 대면 조사 시에는 항상 통역을 붙여야 했기에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피의자는 세관직원에 의해 검거될 무렵, 여권을 소지한 채로 서울 및 수도권 일대를 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피의자가 본인이 수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면 바로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출국정지 조치했습니다.

수사팀은 피의자 주소지 등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추적수사를 한 결과, 마침내 피의자를 자택에서 체포하고 관련 증거물을 압수했습니다. 검거 과정 자체가 긴 여정이었고 많은 수고가 따랐기에 피의자를 체포해 우리 세관 사무실로 데려오는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크게 남습니다.

Q. 올해 환치기 범죄 전망은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책은?

A. 지난해 관세청에서 적발한 불법외환거래금액이 약 5조원 이상이었다는 사실을 볼 때, 올해 규모도 그 정도가 될거로 전망합니다.

마약류를 비롯한 불법 밀수출·입 거래대금과 탈세 관련 조사 시, 각 위반행위뿐만 아니라 불법대금의 형성 및 전달과정 등에 대해 이전보다 더 면밀한 첩보 수집과 분석을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불법체류자 등이 어떤 방식으로 자국에 돈을 보내는지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으며, 가상자산 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불법자금 흐름에 대해 동향분석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불법대외거래 적발을 위한 다각적 정보분석 과정은 계속 이뤄질 것입니다.
A. 먼저 광주세관에는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가진 직원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 상을 그분들이 아닌 제가 받아 민망합니다. 그간 탁월한 성과를 내신 분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랜 기간 전문성을 갖고 수사업무를 해 온 이력과 잠복 및 추적활동 끝에 베트남 국적의 환치기상을 검거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불법자금의 유통 경로 일부를 잘라냈다는 사실에 대해 높게 평가해 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불법거래 억제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Q. 앞으로 어떻게 공직 생활하실 것인지 각오나 목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도 우리 사회는 갈수록 더 빠르게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이 펼쳐지고 좌충우돌하면서도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부터는 급격히 변화되는 시대에 발맞추어 업무 전문성을 기르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유연한 사고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조직의 화합에 기여하는 멋진 공직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