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 국세청장이 작년 6월 취임하면서 한 이 말은 '신규직원'에 대한 국세청의 고민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관리와 교육을 통해 젊은 직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세청장의 각오는 신규직원들의 대규모 이탈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1년) 동안 재직기간 5년 이하 국세청 직원들의 퇴직 인원은 2019년 114명, 2020년 159명, 2021년 18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당시 이 문제를 지적한 의원은 국세청의 높은 업무 난이도와 책임감, 그리고 다른 부처보다 긴 승진소요기간을 이유로 꼽았다.
최근에는 전체 공무원들의 공통 관심사로 떠오른 '박봉' 문제까지 영향을 미치며, 가뜩이나 선호도가 높지 않았던 국세청의 인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모습이다.
"일은 힘들고 월급은 쥐꼬리"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낮은 급여를 신규직원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9급 초임 공무원의 월급은 약 180만 원으로, 주 40시간 최저임금 기준 월급인 200만 원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것.
한 세무서 직원은 "예전에도 공무원 월급이 많지는 않았지만,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상대적으로 공무원 월급이 더 낮아 보이게 됐다"며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체감했고, 생활물가도 하루가 다르게 뛰는데 공무원 월급은 별 차이가 없으니 신규직원들이 못 버티고 이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은 월급에 비해 높은 업무 강도도 국세청을 떠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한 세무서 직원은 "급여가 낮아도 업무가 편하다면 참을 수 있겠지만, 계속된 야근과 주말 근무, 입사 후에도 각종 세법에 대한 공부를 놓지 못하는 현실이 신규직원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 같다. 워라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원이라면 퇴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세무서는 악성민원도 많아 멘탈이 약한 신규직원들은 버티지 못하고 국세청을 떠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국세공무원은 책임질 것도 많다. 자칫 과세를 잘못하면 온전히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 최근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가상자산 등 신종탈세는 직원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했는데, 이 같은 게 국세청 직원이 지고 있는 책임의 단편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학원가에는 국세공무원의 업무강도가 높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지방직 시험과 국세청 시험에 둘 다 합격하는 경우 지방직을 선택하는 이들이 꽤 많다는 전언이다.
서울의 한 세무서장은 "최근 같이 근무하던 신입 직원이 갑자기 고향으로 간다길래 지방 세무서로 지원하는 줄 알았는데, 지방직 공무원으로 시험을 재응시해 고향에 내려간다는 얘기였다"고 말했다.
국세청의 구조적인 문제도 신규직원 이탈에 한몫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세청은 본인이 원하는 세무서에서 최대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사발령을 하고 있지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원치 않는 세무서로 발령이 날 수도 있기 때문.
한 국세청 직원은 "직원들은 대부분 본인의 집 근처 세무서에서 근무하고 싶어하는데, 교육원에서의 성적이 낮고 원하는 세무서가 포화상태면 어쩔 수 없이 다른 세무서로 발령이 날 수 있다"며 "특히 지방 출신 직원이 수요가 많은 인천청이나 중부청 산하 세무서로 발령이 나면 퇴직을 고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신규직원 주요부서 근무기회 확대"… 승부수 통할까?
한편,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국세청은 신규직원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국세행정 역량강화 TF'를 출범하고, TF의 대표과제로 '신규직원 주요부서 근무기회 확대 등 신규직원의 빠른 성장 지원'을 선정한 것도 이에 대한 일환 중 하나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신규직원을 시내 관서에 우선적으로 배치해서 멘토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 중이다. 또 재산세나 법인세 업무를 경험해보지 못한 신규직원이라면 전보 때 기준을 세워서 경험해볼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 신규직원의 성장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교육원에서 3단계 교육(교육 전, 중, 후)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효과 자체가 단기간에 나오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근무 여건을 만들어 놓고 근무 환경이 좋은 분야에서 역량과 숙련도를 쌓으면 조기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