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1%p↓·경찰국예산 예비비 등 '김진표 2차안'에
野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 뜻 존중해 중재안 수용"
與 "언 발에 오줌누기... 7가지 쟁점도 정리 안 된 상태"
與 "국회가 '경찰국 된다, 안 된다' 얘기? 삼권분립 위반"
與 "법인세 1%p 받고 나머지 협상? 현실적으로 어려워"
◆…15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예산안 협상시한인 15일까지도 합의에 실패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대치의 핵심인 법인세를 1%포인트 인하하고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예비비로 우선 지출하도록 하는 '2차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수용을 보류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에서 여야 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쟁점이 있는 항목이 이것 외에도 6∼7가지 더 있다"며 "그것이 정리되지 않은 채 (중재안을) 받겠다, 안 받겠다 할 수 없는 사정"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법인세뿐 아니라 ▲임대주택 ▲이재명표 지역화폐 ▲기초연금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등 예산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필요한 나머지 부분에 대한 협상을 더 하고 이것이 일괄적으로 합의되면 합의되고 안 되는 것이지 이것만 받고 나머지를 또 추가로 협상해 나가기는 어려운 사정"이고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나머지 항목들에 대해 여야 간에 더 협의해서 이견이 좁혀질 때 수용할지 말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며 "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일단 보류하고 나머지 협상을 계속해서 최종적으로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법인세 1%포인트 인하'와 관련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하자는 세법 개정안을 제시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초(超)부자 감세'라고 규정하며 반대해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법인세를 1%포인트 낮춘다는 건 사실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실질적 감세효과가 없는데 국제적으로 직접투자 유치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1%포인트를 내려서 어떤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회의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가 지적했듯이,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25%)은 지방세율 10%까지 합하면 27.5%에 달한다. 일본(23.2%), 미국(21%), 영국(19%)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2%보다 높으며, 특히 OECD 회원국 중 제조업 비율이 높은 아일랜드(12.5%), 체코(19%), 헝가리(9%) 독일(15.8%)보다도 높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주재 비공개 긴급 중진의원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1% 인하의) 기업경쟁력 개선효과가 생각만큼 많지 않고 세율체계를 단순화하겠다는 취지는 구현될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처음 낸 (1차) 중재안(법인세율을 3%포인트 내리되 시행시기는 2년을 유예한다)에 대해 우리는 '충분히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민주당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깨졌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예비비로 우선 지출하도록 하는 안에 대해서도 "정부 내 국 단위의 기관을 만드는 문제는 행정부 내에서 결정할 일이지 국회에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두 건만 합의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들도 아직 여전히 남아 있다. 총 639조 원에 대한 증액과 감액 요구사항이 여러 건 있고, 지난번 협상테이블에 올라온 것도 여덟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전체 감액규모와 증액규모가 결정되면 한꺼번에 타결지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오늘 저녁과 내일 오전까지 해서 최대한 노력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의장의 중재안이 민주당의 입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해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39조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서 4조 원가량 삭감한 민주당의 자체 예산안은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