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화물연대 파업, 물류시스템 볼모, 엄중 대응" 민주 "노동자 겁박, 尹정부 약속파기"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라며 업무개시명령 등 엄중 대응을 시사한 가운데, 야당은 정부가 화물연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윤 대통령은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하나가 되어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다"며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다른 차량의 진출입을 차단하고 정상 운행에 참여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 행위"라며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다.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국민의힘도 화물연대 총파업이 명분과 정당성 없는 파업임을 강조하며 불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약속 위반 때문이란 그들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며 "정부가 예고한대로 파업이 계속되면 운송 개시 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불법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노총은 대부분 소득 상위 10%의 기득권층"이라며 "약자의 흉내를 내면서 주기적으로 파업을 일으키고 입으로는 정의를 외치면서 고용세습과 같은 불공정을 저질러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40% 수준으로 줄었다"며 "시멘트는 하루 20만t 출하를 예상했는데 파업으로 출하량이 1만t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하루 평균 약 5만t 규모의 출하 차질이 예상된다. 전국 건설 현장이 멈춰 서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 의장은 "안전운임제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호주 단 한 곳만 시행한 적이 있는데, 부작용이 커서 2주 만에 폐지했다"며 "대한민국은 시행 결과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나오면 토론할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품목 확대는 파업의 본질과 전혀 다른 문제다. 자동차 캐리어, 위험물 등은 소득도 이미 타 운송 업종보다 높고 규격화·표준화가 곤란하다"며 "세력 확대를 위해 물류시스템을 인질로 삼아 정치적 이득을 보겠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심각한 위기가 초래된다면 업무개시명령도 발동하겠다고 밝혀 대통령의 메시지와 맥을 함께 했다.
  반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파업은 사실상 예견된 파업으로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일어난 것"이라며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로 정부·여당의 약속 파기에 화물노동자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와의 안전운임제 확대를 위한 간담회에서 "정부 성과로 자랑해 놓고 품목 확대가 적절치 않다며 합의정신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지난 6월 한차례 교섭을 거쳐 안전운임제를 지속해서 추진하고 적용 품목 확대 논의도 약속했지만, 교섭 이후 안전운임제 관련 토론은 지난 9월 한 차례 보고가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정협의에서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을 결정했지만 이는 화물연대와 사전 논의 없는 반쪽자리 연장에 불과하다"며 "당장 파업 막기에 급급한 임시 방편으로 당초 화물연대가 요구한 일몰 폐지, 품목확대 등이 다 빠진 빈껍데기 뿐인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물 노동자들은 생명과 안전이라는 너무나 기본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밤낮없이 운전대를 잡는 화물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라며 "정부·여당이 해야 할 것은 법적 대응을 운운하고 노동자를 겁박할 것이 아니라 애초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더이상 시간 끌지 말고 화물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 페이스북 글에 이번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이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부터 시작됐다는 말은 왜 빠졌나"라며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확대 논의'를 합의해놓고, 일몰 한 달을 앞두고 '3년 연장'이라는 후퇴한 대안을 내놓았다. 그것이 이번 파업의 시작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노동자의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노동자가 사측과의 협상을 위해 취하는 최소한의 대항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리 기업 편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너무도 노골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도 '불법'으로 규정하며 엄중 대응까지 예고했다. 그 발언이 노조와 경찰, 사측의 불필요한 대치상태까지 불러일으켰던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파업은 옳지 않은 것인가. 파업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재벌에게는 자유를 외치면서, 노조에 대한 혐오는 감추지 않는다"며 "파업은 불법, 엄중처벌을 이야기 하면서 파업의 원인에 대해선 들여다 보지 않는다. 오직 국민 뜻을 따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민에 노동자는 없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화물연대는 집단 운송거부 등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화물연대의 요구는 ▲ 안전운임제 영구화 ▲ 적용 차종과 품목을 기존 컨테이너·시멘트 외에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확대 ▲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