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尹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으로서 진심어린 사과 원해"

또 다른 유가족 "尹대통령의 '공식적인 사과 담화문 발표' 있어야 한다고 생각"

故송채림 씨 아버지

"채림아, 너 좋아하던 마라탕 사서 어제 갔었는데 맛있게 먹었니? 아빠가 다음에 갈 때는 너 좋아하던 햄버거 사가지고 갈게. 그곳에서 너 하고 싶었던 거 다 하고 만약에 다음에 만나게 되면 네가 아빠를 먼저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故이지한 씨 아버지

"지한아, 아빠가 돈 번다고 같이 있어주지 못하고 같이 놀아주지도 못하고 너무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너무 앞만보고 달려와서 뒤도 보고 옆도 봤어야 되는데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못 했고 나중에 보면 엄마, 아빠가 너를 못 알아보더라도 혹시라도 못 알아보더라도 네가 꼭 엄마, 아빠 알아보고 꼭 찾아서 다시 엄마, 아빠 찾으러 꼭 와라."

10.29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송채림 씨의 아버지와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가 24일 라디오 전화 인터뷰 말미에 희생된 자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겨달라는 요청으로 한 말이다.

이들 유가족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우선 배우였던 고 이지한 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지한이는 항상 나보다도 남을 더 배려하고 그리고 항상 후배들을 챙기는 그런 아이였어요. 항상 저희가 그런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사람이 살면서 남는 건 사람밖에 없으니까 항상 주변에 사람을 두고 살아라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라고 소개했다.

고 송채림 씨 아버지는 딸에 대해 "채림이는 2000년 월드컵 둥이로 올해 21살"이라고 밝혔다. 이어 "꿈이 패셔니스트,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었다"며 "집에서 쇼핑몰도 구성해 놓고 짬짬이 시간 나는 대로 아르바이트도 다니고, 주말에는 도자기 굽는 도예공방 가서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이렇게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은 그런 아이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마치 그냥 어느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느낌이. 이 드라마가 딱 끝나면 우리 채림이가 아빠, 뭐 해? 하고 나올 것 같은 그런 심정"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집이 대전인 고 송채림 씨 아버지는 참사 당일인 10월 29일로부터 12시간이 지난 30일 낮 12시 정도에 경찰한테서 송탄 장례식장에 딸이 있다는 연락을 처음 받았다고 말했다.

사고소식을 딸의 친구들한테 들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운전을 못 할 거 같아 다음 날 첫 기차를 예매해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런데 전화 통화가 안돼 남대문 경찰서를 찾아가 위치 추적을 하기도 했다며 이후 용산 주민센터와 순천향 병원 등을 오가며 딸을 찾아 해맸지만 결국 경찰에게서 12시쯤에 처음 송탄 장례식장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故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참사 당일로부터 거의 한달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느냐는 질문에 "29일 이전과 그 이후는 채림이 아버님도 말씀을 하셨지만 드라마나 영화 같다"며 "말로 표현이 안 된다. 29일 이전까지는 저희 집은, 저희 가정은 정말 재벌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집이었다. 항상 웃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송채림 씨 아버지 역시 "그날 이후부터 아침 해가 뜨는 것이 무서웠고 아침에 눈 뜨는 것이 고통이었다. 진짜, 하루가 너무 길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도 모르겠고 너무 힘이 든다"고 전했다.

이들 유가족은 한 달 간 정말 힘든 과정을 지냈는데, 정부에서 다른 가족들과 만날 수 있게 안내를 하거나 이런 과정들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고 송채림 씨 아버지는 "우리 애를 보내고 제가 뭐를 해야 되나, 너무 무기력한 아빠 아닌가"라며 "사실 많은 분들이 위로를 해주시지만 전혀 위로가 안 됐다. 그냥 내가 뭘 해야 하나, 뭘 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었다. 혼자 고립된 것 같은 그런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런데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기사가 난 것을 보고 일단 문자를 보내고, 연락이 돼서 다른 유가족들을 만나게 됐다. 오늘까지 희생자 기준으로 한 40분, 희생자 당 2분씩 들어와 계신 분들도 있어서 유가족이 총 70분이 조금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혼자 고립돼서 속앓고 계신 분이 굉장히 많을 것"이라며 "제가 오늘 인터뷰하려고 결정 했던 이유 중에 하나도 그런 분들이 연락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옆에서 위로해 주고, 좋은 말을 하셔도 사실 위로가 되지 않았다"며 "저도 이 단체톡방에 들어와서 서로 사연 이야기하고 내 딸 사진 올려서 같이 공유하고 다른 희생자 분들의 사진 보면서, 사연 듣고 위안받고 이게 사실은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진행자(김광일)가 22일 약 30여 명의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그리고 피해자가 참여하는 진상규명, 피해자 간의 소통 보장' 등을 포함해 6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윤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는 어떤 걸 뜻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고 이지한 씨의 아버지는 "절에 추모하러 갔다가 생각 나서 하는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으로서의 진심어린 사과를 바란다"며 "행정부 수반으로서 사람을 잘못 쓴 것에 대한, 국내 안전을 지키지 못한 진심어린 대국민 사과를 원한다"고 밝혔다.

또 故 송채림 씨 아버지는 "대통령님의 유감표명이나 이런 정도가 아니고, 공식적인 사과 담화문 발표 정도는 있어야 된다고 생각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렇게 해야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늘부터 국회가 국정조사에 돌입하게 되는데 당부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故이지한 씨 아버지는 "국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두고, 협상 도구로 사용한 것 자체가 너무 화가 났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예산안 심의를 협조해 주면, 이거(국정조사 협조) 해 줄게"라고 하는데, "이것은 국민들이 느끼는, 희생자 가족이 느끼는 그런 슬픔이나 감정은 전혀 배려하지 않고 당리당략을 위해서 그 무엇도 다 이용하는 게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과연 올바른 처사일까요?"라고 반문하면서 "답답하다"는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