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정치사회 > 정치

[기자수첩]

국익과 진실, 무엇이 우선인가?… 당신이 '포청천'이라면

  • 보도 : 2022.11.21 15:21
  • 수정 : 2022.11.21 18:00

'언론, 정쟁 한 가운데 서다'… 대통령의 위험한(?) 언론관

드레퓌스 사건,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국익 앞에 희생된 인권 옹호

민주주의 핵심가치 '언론의 자유'… 제한에는 보다 구체적인 근거 제시돼야

헌법수호 위해 언론 자유 위축시킨다면 '형용모순(形容矛盾)'

조세일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둔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단체들이 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동남아 순방 과정에서 '대통령 전용기'에 특정 언론사(MBC)의 '탑승을 배제'한 사태를 둘러싸고 국내·외 언론단체 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언론 탄압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논란에 이어 지난 금요일(18일)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탑승 배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악의적 행태'를 보인데 대해, '헌법수호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해명해 또 다른 논란으로 대통령의 언론관이 위험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1일에는 대통령실이 지난 금요일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의 충돌을 문제삼아 도어스테핑 자체를 중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서 '언론'이 정쟁의 한 가운데 서게 되면서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는 것은 아닌지, 헌법 가치를 내세운 윤 대통령의 취재 제한이 정당한 것인지, 윤 대통령의 언론관이 위험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 섞인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 언론, 마지막까지 추구해야 하는 것… 오직 '진실 추구'

고(故) 리영희 교수는 살아생전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 그리고 언론이 나아갈 길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리 교수는 '전환시대의 논리', '10억 인과의 대화', '베트남전쟁' 등을 통해 중국과 베트남 등 당시 금기시 돼 있던 사회주의 국가들의 실체에 대해 개안(開眼)의 계기를 만들어 준 학자이자 언론인으로 기억된다.

조금 더 나중에 출간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저서에서는 그의 사상이 편협함보다는 합리적 사유에 바탕해 있다는 설득력 있는 언표로 읽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가 현직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나중에는 대학 강단에 선 교수로서 생전에 강조한 것 중 하나가 "언론은 국익이나, 민족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닌, 오직 '진실'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 점이다.

최근 리 교수의 주장이 자꾸 떠오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를 둘러싸고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가 국익 우선주의를 내세워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 국익이란 재판정에 끌려나온 '언론(피고인)'… 진실과 국익이 대립한다면?

국익을 위해 '진실과 거짓'을 찾아 헤매는 언론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도 상관없는 것일까?

언론은 숙명적으로 '진실을 추구할 운명'에 있다. 그것은 때로는 '목숨을 내걸고 지켜야 하는 가치'라고 리 교수는 역설한다.

만약에 진실과 국익이 대립한다면?

고(故) 리영희 교수의 답은 명확하다. 그는 오직 진실만이 언론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라고 주장한다.

이 명제에 대한 답을 예시해 주는 가장 극명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가 '드레퓌스 사건'이 아닐까?

□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국익 앞에 희생된 인권 옹호
조세일보
◆…1895년 1월 13일자 '르 프티 주르날(Le Petit Journal)'에 실린 앙리 메예(Henri Meyer)의 '반역자'. 1895년 1월 5일에 이루어진 드레퓌스의 해임식 현장을 그린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드레퓌스 사건은 보불전쟁 후 19세기 후반 프랑스를 휩쓸었던 군국주의, 반유대주의, 강박적인 애국주의 때문에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프랑스 포병대위 드레퓌스의 간첩혐의를 놓고 프랑스 사회에서 격렬하게 양분돼 다투었던 정치적인 사건(스캔들)으로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대표적인 인권유린, 간첩 조작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정의 실현과 진실규명을 위해 재심을 요구했던 드레퓌스파(재심요구파)는 진보, 좌파, 공화파, 사회주의자들이었고, 반대측(반드레퓌스파)은 재심을 반대했으며 군대의 명예, 국익을 위해서라면 판결이 번복될 수 없음을 주장했고 군부와 로마가톨릭교회, 왕당파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 사건은 1894년에 참모본부에서 근무하던 드레퓌스 대위의 필체가 프랑스 정보요원이 파리주재 독일 대사관에서 빼돌린 문서(명세서)의 필체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외딴섬에 유배되면서 시작되었다.

증거, 범행 동기, 범행 방법과 시기 등이 명확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기소되었으며 실질적으로는 유대인이라는 이유가 드레퓌스를 진범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가족의 구명운동과 소수 지성인들의 노력으로 1897년 진범이 구속되었으나, 명백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부는 신뢰 추락을 이유로 사건을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한 후 진범을 풀어주었다.

이런 사실에 격노한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1898년 1월 신문에 게재해 군부의 부도덕성을 대중에게 고발하며 진실을 알렸다.

이 글은 가히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며 대중을 분노하게 만들었고, 프랑스 사회는 본격적으로 드레퓌스파(재심파)와 반드레퓌스파(재심반대파)로 나뉘어 내전 수준에 준할 정도로 격렬하게 투쟁했다.

시위, 폭동, 결투, 테러, 빈번한 폭력사태와 유혈충돌이 벌어졌고, 가족 간에도 이 문제로 인하여 심하게 다투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정치적인 쟁점으로 비화되었고 국제사회도 이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다소간에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1906년에 재심을 통해 무고함이 입증되며 사건이 종결되었다. (출처 : 위키백과)

다소 길게 인용된 드레퓌스 사건의 교훈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또는 국익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무고한 인간에게 가해졌던 인권유린의 아픔이, 마치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MBC 등에 대한 언론 탄압(으로 느껴지는 상황)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익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국가가 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언론에 부당한 압력(대통령 전용기 탑승 제한)을 가하는 모습에 대해 많은 국내외 언론 종사자들이 언론 탄압에 따른 취재활동의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여론에서도 상당수가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행태에 대해 언론 탄압이라는 생각을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난 9월 미국 방문 당시 발생한 비속어 논란이 국익에 관련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국익을 위해 진실을 감춘다면 그 또한 국익을 헤치는 문제가 아닐까?

백번 양보해 헌법 수호를 위해 언론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하기위해서는 그 전제 조건으로 언론이 가짜뉴스를 생성했다는 구체적인 근거 제시가 뒷따라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과반수를 훨씬 넘는 사람이 '바이든'과 '날리면' 논란에서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 이를 깨끗하게 사과하지 않고 가짜뉴스로, 악의적 행태로 폄훼하면서 취재 제한(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을 가하는 문제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언론은 국익에 앞서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숙명론적 한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진실을 감추는 것이 진정한 헌법수호와 국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드레퓌스 사건처럼 민주주의 공론장에서 성숙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논쟁이 필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미국 순방 길에 논란이 된 발언 영상이 존재하고, 그 발음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MBC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국익을 해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가짜뉴스인지 여부에 대해 먼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보도가 국익을 해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지난 금요일 도어스테핑 직후 벌어진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의 충돌 사태를 기화로 대통령실은 21일부터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면서 윤 대통령 스스로 애정을 갖고 진행해왔던 도어스테핑이 매우 우연하고도, 우발적인 사태에 의해 중단되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발언대로 헌법수호를 위해 헌법에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로 두텁게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것은 일종의 형용모순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첨언한다. 최근 이태원 참사에 대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의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물론 사과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우는 것에서부터 지난 6개월을 돌아보는 반성적인, 혹은 생산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