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미 인플레 감축법 발효·대응방향' 보고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된데 따라, 국내 전기차·배터리 등 제조업체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핵심광물·부품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고, 국내 리쇼어링·투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식으로 국내산업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1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에 따른 대응방향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지난 8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발효된 IRA. 이 법은 미국 내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에너지 안보·기후 변화에 대응하는데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 환경 에너지, 보건, 조세 등 분야에 투입된 예산만 4370억 달러에 달한다. 전기차 관련 미국 내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강화하고 중국 전기차·배터리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자료제공 한국경제연구원)
문제는 미국산 전기·대체에너지 차량을 구매할 때 세액공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데 있다. IRA법에 따라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제 혜택으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투자액의 최대 3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청정 제조시설(전기차·배터리 관련) 투자 세액공제' 항목도 감겨있다. 보고서는 "IRA법이 발효됨에 따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등 제조업체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또 전세계 주요 산업 생산시설이 미국으로 쏠릴 수 있어 이는 국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선 ①최종 조립 조건 ②배터리 핵심광물 조건 ③배터리 부품 조건 ④차종 가격 상한 ⑤구매자 소득 상한 등 IRA에서 규정한 조건들을 갖추어야 한다.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의 핵심광물은 리튬·니켈·코발트·흑연이고, 중국이 주요 핵심광물의 원광석을 대부분 수입해서 처리하기 때문에 상품성 금속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보고서는 "IRA 규정에 부합하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중국에 대한 핵심광물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 수입국의 후보는 칠레,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자국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을 활성화하는 조치에 더해, 전세계 주요 산업 생산시설을 미국 내로 유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제정한 이후 2021년 현재까지 114개 기업만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에 비해 미국 등 주요국으로 진출하거나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봤다.
◆…(자료제공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한국은 해외진출기업복귀법에서 국내 복귀기업을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어 리쇼어링의 다양한 형태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행법의 리쇼어링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을 통해 형태는 다르더라도 국내 경제나 생산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리쇼어링에 대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내 유턴도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비용상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우량기업의 유턴을 추진하기 위해선 세제혜택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보고서는 "예컨대 법인세율은 독일이 25%에서 15%로·대만이 25%에서 17%로·일본이 혁신기술투자기업 20%로 인하했고, 미국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25%를 신설하며 공제율을 올렸다"고 했다.
반도체, 전기차 등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해외투자가 예상되어 투자액이 해외로 쏠리면 국내 투자가 부족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보고서는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연구개발(R&D) 비용 등 조세감면, 보조금 지급 등 지원을 확대해서 자국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총 7조8000억원을 투자해 81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약 2조3500억원 규모의 세액공제(IRA 30%)를 받을 예정이다. 또 삼성은 텍사스주에 20년간 총 250조원을 투입해 11개 반도체 공장을 만들 예정인데,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라 약 62조5000억원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첨단 기술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 등에 대한 지원과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국회에 계류 중인 대기업 20%·중견기업 25%·중소기업 30% 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을 주요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