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이 들려도 신나서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을 것"
"'교통정리'하던 경찰을 '코스프레'로 착각해 안 비켜줘"
참사현장 속 '섹스온더비치 춤판' "인간적으로 옳지 않아"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새벽 현장에 급파된 119구급대원들이 희생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망자 154명과 부상자 149명이 발생한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누군가 뒤에서 고의로 밀어 참사를 유발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져 경찰이 사고 원인 규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생존자 A씨는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네다섯 명의 남성과 여성분들이 '밀어라' 이런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여러 명이 그 말을 따라 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A씨는 "결국 제 뒤까지, 저를 밀게 된 상황"이라며 "비명이 들렸는데 사람들이 신나서 더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파에 끼어 있다가) 의식을 잃어 눈에 초점이 없는 분들도 계셨고 얼굴색이 변하신 분들도 계셨다. 제가 본 것은 여성 두 명, 남성 한 명"이라며 "(저는) 옆(벽)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위에서 '손잡고 올라오라'고 하셔서 구출됐다"고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소방관분들이 되게 많이 오신 상황"이라며 "10~20명 정도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일반인 분들도 열심히 CPR을 하고 있고, 친구인 것 같은 분이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라면서 CPR을 하고 있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거의 몸이 굳은 상태로 뻗어 있는 분들도 계셨다"고 했다.
이어 '너무 어수선하고 복잡한데 구급차가 잘 진입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구급차) 진입은 되게 엄청 어려웠다"며 "핼러윈이다 보니 (경찰의 교통정리도) 코스프레인 줄 알고 사람들이 잘 안 비켜줬다"고 답했다.
또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고 있고 CPR이 한창이던 참사현장에서 유명 팝송 '섹스 온 더 비치(Sex on the Beach)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들에 대한 생생한 목격담도 전했다.
그는 "직접 목격했다"며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고 있다는 게 인간적으로 너무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급차도 보이고 그런 상황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든가. 절대 모를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들과 경찰, 시민들이 응급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뒤늦은 후회일 수 있지만 이 부분이 해결됐었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 갔을 텐데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진행자에게 "가게들의 너무 큰 노랫소리로 인한 현장에서의 의사소통의 불편함" "좁은 도로의 특성상 사람이 몰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서 어떤 상황인지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것" "뒤에서 앞으로 가기 위해 민 사람들"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어 '흐름이 엉키기 시작할 때쯤 구조인력이든 경찰인력이든 누군가 사람들 간에 교통정리를 해 줬으면 어땠겠냐'는 진행자에게 "그분들도 진입하기 무척 힘든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진행자가 '옴짝달싹 못 하는 그 상황이 되기 훨씬 전부터 교통정리가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하자, "엄청 일찍, 한 8시 그 전부터 했다면 (비극이) 없었을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