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진 의원 "부동산 등 자산불평등 해소해야"
◆…우리나라의 불평등 정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더 크게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사진 연합뉴스)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피케티지수'가 우리나라에서 최근 10년 넘게 줄곧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 상승률이 국민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지른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7일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2010년 이후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현황' 자료를 보면, 한국의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2020년 11.4배에서 지난해 11.9배로 뛰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9.2배에서 9.6배로 상승했다. 고용진 의원은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더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국민순자산은 전년대비 2030조원 늘어난 1경9809조원이었다. 명목GDP와 국민순소득은 전년대비 각각 6.8%, 6.7%배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민순자산을 명목GDP(2072조원)로 나눈 자산·소득 배율은 9.2에서 9.6으로 크게 올랐고, 국민순소득 기준인 자산·소득 배율도 11.4에서 11.9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2021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가계의 순자산은 1경1592조원으로 전년보다 1133조원 늘었다. 가구수(2128만)로 나누어 보면 가구당 5억4477만원을 보유한 셈이다. 가계가 보유한 주택의 시가총액은 6098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보유한 순자산은 5053조원으로, 가계가 보유한 순자산을 합한 국부는 1경6644조원에 달한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실, 피케티지수는 의원실에서 계산)
불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한국의 피케티지수는 어느 정도일까.
불평등 연구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는 가계와 정부의 순자산을 합한 것을 국부로 정의하고 있다. 피케티가 분석한 방식을 따라 국부를 다시 계산하면 1경5976조원이다. 이를 작년 국민순소득(1662조원)으로 나눈 자본·소득 배율은 9.6배에 달한다. 이는 일본에서 부동산 거품이 정점이던 시기의 7~8배보다 높은 수준이다. 피케티 연구에서 역사적으로 이 수치가 9배를 넘어선 국가는 없었다는 게 고 의원의 설명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국민순소득 대비 국민순자산 배율은 5~9배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이 5.2배로 가장 낮고 프랑스가 9.3배로 가장 높다.
자본·소득 배율이란 한 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부의 가치를 1년 동안 그 나라 국민들이 벌어들인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피케티 연구에서는 베타(β)값으로 부른다. 통상 이 배율이 높을수록 자본에 비해 노동이 가져가는 몫이 줄어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 배율이 높으면 한 사회에서 평균적인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평균적인 부를 쌓는데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자산 분포가 불평등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소수가 고가의 자산을 많이 점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법인의 순자산을 포함해서 계산하면 피케티지수는 11.6배까지 올라간다. 19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거품이 극에 달했을 때 동 수치가 9.8배까지 상승한 적이 있었다.
한국의 피케티지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가 보유한 순자산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정부의 자본·소득 배율은 대부분 1보다 작지만, 한국은 이 수치가 3배가 넘는다. 그만큼 정부가 부유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국민소득 대비 토지자산 비율이 높은 것도 영향을 준다. GDP 대비 토지자산 비율은 2013년 4.0배에서 2018년 4.3배, 작년에는 5.2배로 상승했다.
고용진 의원은 "우리나라의 자본·소득 배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면서 "대부분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