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울산 앞바다 빠져나가..."바람강도, 피해범위 여전히 넓어"

강도 '강'으로 상당히 빠르게 벗어나고 있어...울릉도로 시속 62㎞ 북동진

"부산·울산 거쳐 오전 11시쯤 울릉도 30㎞ 근접 부분에서 빠져나갈 것"

중대본 "울산서 1명 실종, 경남·전남 등 3463명 대피, 정전 2만334호"

기상청은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시 부근으로 국내에 상륙해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애초 예상보다는 다소 이르게 동해상에 나간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전 6시 기준 행정구역상 부산 기장군인 부산 동북동쪽 10㎞ 지점을 지날 때 이동속도가 시속 52㎞였다.

이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5hPa(헥토파스칼)과 40㎧(시속 144㎞)로 강도는 '강'이었다. 태풍이 중위도까지 올라와 상륙까지 한 뒤에도 이 정도 세력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한 것인데 현재 힌남노 중심기압은 1959년 사라나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와 비슷하다.

9시 기준 태풍 힌남노는 울릉도 남남서쪽 약 110㎞ 해상에서 시속 62㎞로 북동진 중이며,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133km/h(37m/s)이다.

주요 지점과 태풍 중심의 거리는 울진 110㎞, 포항 120㎞, 독도 150㎞, 강릉 200㎞이다. 이충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무관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7시 기준 태풍 힌남노는 울산지역 가까이 이동한 상태다. 강도는 강으로 상당히 빠르게 벗어나고 있는 중이고 부산과 울산을 거쳐서 오전 11시쯤이면 울릉도 30㎞ 근접 부분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초보다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친 상태로, 포항 쪽이 아니라 울산을 거쳐서 지금 나가는 것으로 조정이 됐다. 그러나 바람의 강도라든지 피해범위는 여전히 넓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배 한국기상산업협회 본부장은 "현재 태풍으로서는 힘을 많이 쏟은 상태"라면서 "내륙을 상륙했다는 얘기는 태풍으로서는 에너지를 공급받을 바다가 아니기 때문에 많이 약해진다. 동쪽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초속 40m가 넘는 바람은 아니지만 초속 20, 30m 바람도 상당히 위력 있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힌남노는 이날 정오엔 동해 한가운데인 울릉도 북동쪽 100㎞ 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오후 6시께는 울릉도 북북동쪽 560㎞ 해상을 지나고 7일 0시에는 일본 삿포로 북서쪽 400㎞ 지점에 도달해 온대저기압으로 약화하겠다.

오전 7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과 해상에 태풍특보가 내려졌고, 인천·경기서해안·충남북서부에는 강풍특보, 서해중부해상과 서해남부먼바다에는 풍랑특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6일까지는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겠다"라면서 "폭풍해일과 해안지역 매우 높은 파도도 주의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남해안은 힌남노와 힌남노가 동해로 빠져나간 뒤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공기 영향으로 최대순간풍속 40~60㎧, 서해안과 동해안에는 20~40㎧ 바람이 계속 불겠다"라고 말했다.

◆ 중대본 "울산서 1명 실종...경남·전남 등 3463명 대피, 정전 2만334호"
  이날 오전 6시 현재 인명 피해는 1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울산에서 25세 남성이 실종됐는데 음주 후 수난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남성은 이날 오전 1시께 울산시 울주군 남천교 아래 하천에 빠졌다.

이충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사무관은 "대처상황보고서 6시 기준 울산에서 음주 후 수난사고 입으신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 한 분이 있다. 현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직접적인 원인이면 수난사고지만 다른 원인이라면 제외될 수도 있는 잠정수치"라고 설명했다.

지자체 등은 산사태·침수 위험지역에서 2661세대 3463명을 사전 대피 조치했다. 경남이 2224명으로 가장 많고 전남 614명, 부산 366명 등이다. 이들은 숙박시설, 마을회관, 경로당 등 임시주거시설이나 친척 집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별도로 전체 7147세대 1만4386명에 예방 차원에서 사전 대피 명령(권고) 조처가 내려졌다. 소방청은 경북 포항에서 칠성천 범람에 따라 대송면 제내리 주민 2239명의 대피를 유도·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와 경기에서 주택이 각각 2채와 1채 침수됐고 제주에서 상가 침수 1건이 집계됐다. 세종에서는 주택 1채가 파손됐다. 이날 오전 0시께 태풍이 근접했던 제주에서는 차량 침수 2건, 어선 전복 1건도 보고됐다.

공공시설은 충북 제천과 경기 광주에서 도로 사면 3건의 피해가 있었고 세종 인도 침하, 제주 도로 파손, 전남 신안 선착장 파손 등 기타 피해도 3건 발생했다.

농작물 침수는 제주도 280ha 등 총 284ha 피해가 있었다.

정전은 총 44건으로 2만334호가 피해를 입었는데 복구율은 현재 13.7%다. 제주 25건, 경남 6건, 부산·울산 6건, 광주·전남 3건 등이다.

여객선은 고흥녹동~거문, 제주~완도, 완도땅끝~산양 등 50개 항로 70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철도는 이날 첫차부터 오후 3시까지 경부선, 호남선 등 11개 노선에서 고속·일반열차 354편의 운행 중지 및 구간 조정이 이뤄졌다.

강풍에 따라 남해고속도로 등 고속도로와 일반도로의 교량 8곳에서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