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 눌렀더니 월세 전환 확 늘었다

지방세연구원, 임대차시장 동향과 임대차2법의 효과 보고서 발표

올해 4월부터 월세비중이 전세비중 앞질러

금리 인상으로 전세 수요 줄은 것도 영향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2년째가 되는 올해 8월에 전세보증금이 급등하는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우려와는 달리 전세가격은 안정화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리인상 시기에서 임대료 규제의 부작용은 전세가격 상승이 아닌 '전세의 월세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31일 이런 내용의 '임대차시장 동향과 임대차2법의 효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른바 '임대차 3법'으로 불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는 2020년 7월 31일, 전월세신고제는 2021년 6월 시행되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존속기간을 2년으로 하고 계약갱신시 임대료 인상도 5%로 제한됨에 따라, 임대차 2법 시행 후 최초 만기 시점이 되는 올해 8월 임대차시장에 관심이 집중됐다.

2017년 이후 전국 종합주택유형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에 최고점 달성 후 보합세를 이어가는 반면, 월세 관련 가격지수는 최저점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며 가장 최근 올해 6월에 최고점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 전세가격지수의 전월 대비 변동률은 월세 관련 가격지수의 변동률보다 낮아졌으며 이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은 보합세를, 월세 관련 가격지수 변동률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금리 인상기의 월세비중 변동폭은 4.94%p로 다른 기간에 비해 크고, 기간 내 전월 대비 월세비중 변동폭의 평균도 0.53%p로 가장 높았다.

금리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상환이 부담되면 임차인에게 전세의 월세전환 유인이 발생하고, 전세가격 상승기에 임대차2법으로 인해 전세보증금 인상이 제한될 경우는 임대인에게 전세의 월세전환 유인이 발생하는 것.

작년과 올해를 비교할 때, 작년에는 월세비중이 전세비중 보다 높은 월이 없으나 올해에는 최근 3개월인 4월~6월에 월세비중이 전세비중 보다 높았다.

가장 최근인 6월에 월세비중이 전세비중 보다 높은 지역은 서울, 울산, 세종, 충남, 경북으로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는 최근 전세의 월세화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역으로 올해 2월에 최초로 월세비중이 전세비중을 초과했고, 이후로 현재까지 계속 월세 비중이 전세 비중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아직은 전세의 월세화 전환 초기.. 모니터링 필요"

보고서는 "저금리 이후 계속되는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수요 감소와 이로 인한 전세의 월세화, 전세가격 보합 및 월세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 전세가격지수의 상승은 둔화되어 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월세 관련 가격지수는 상승을 지속하며 전세가격지수의 변동률보다 높은 변동률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시장에서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현재의 상황은 전세가격 하락을 예상할 수 있는 요인으로 추후 전세수급동향을 지켜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보고서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전세의 월세화가 시작되었음을 관찰할 수 있다"며 "올해 들어 서울 등을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확정일자데이터를 통해 나타나고 있으나 뚜렷한 전환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보증금 부담이 큰 전세의 수요는 감소하고, 보증금 부담이 덜한 월세의 수요는 증가하는 전세의 월세화가 전월세수급동향 데이터를 통해 나타났다"며 "임대차계약 갱신시 계약형태를 전세에서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작년보다 올해에 높은 것으로 실거래데이터에서 관찰된다"고 했다.

전세가율과 관련해서는 "수도권과 광역시의 전세가율은 전세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그동안의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8개도의 전세가율은 전세가격의 상승으로 전세가율이 상승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8개도의 전세가율은 상승세에 있지만, 그 원인은 개별 아파트단지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추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고서는 "임대차2법으로 인한 전세보증금 상승은 제한적이나, 전세의 월세화 및 월세가격 상승이라는 변형된 형태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전체 임대차계약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비중이 약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계약 및 갱신시점별로 임대인이 신규계약에 이월하고자 하는 전세보증금 상승률 미반영분의 수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전세제도로 인해 금리인상 시기의 임대료 규제의 부작용이 전세보증금 상승이 아닌 전세의 월세화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주택 임대차시장은 뚜렷한 변화가 보이기보다는 방향의 전환이 관찰되기 시작하는 전 환기의 초입으로 추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