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남 전 고검장 "장관이 인사 다했는데… 누가 식물총장 하겠나?"

검찰 구성원들 한동훈 장관을 검찰총장으로 인식할 것

尹대통령, "친분과 능력 혼동"… "널리 인재 구해야"

법무부 인사검증단, '대법관·헌재재판관 인사 검증'…"재판 공정성·신뢰성 훼손 가능성 높아" 

행안부 경찰국 신설… "역사의 시계 거꾸로, 매우 부적절"

경찰 집단행동, 검사 집단행동과 본질 같은데 정부 조치는 정반대… '이중 잣대' 비판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장관과 총장 균형 맞을 때 의미 있는 것

양 전 고검장은 2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원래 검찰 인사는 법무부장관, 민정수석, 검찰총장이 협의해서 관리해 왔던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없애 버리고, 검찰총장은 임명도 안 한 상태에서 법무부장관이 평검사에서 고위직까지 인사를 다 단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사가 끝났는데 누가 총장이 된들 거기에 무슨 힘과 권위가 실리고, 영이 서겠느냐"며 "그래서 요즘 식물 총장이니, 바지 총장이라는 말들은 이런 현실을 뼈아프게 지적하는 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편으로 "총장 인선이 늦어지는 이유가 현재 (법무부) 장관이 인사를 다 해버리는 체제에서 과연 이 정부가 검찰총장 자리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인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총장 자리를 굳이 가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따라서 (검찰총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 전 고검장은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과) 세간의 평가가 다르지 않다"며 "사람 생각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동훈 장관이 언론에서 지적하기를 민정수석 (역할)도 하고, 검찰총장도 하고, 법무부 장관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리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일리 있다"고 동의했다.

진행자가 "한동훈 장관에게 그런 지적을 하면 '(한 장관이) 어느 때보다 검찰 의견을 많이 반영했다'고 항변한다"고 다시 묻자, 양 전 고검장은 "검찰 출신으로서 검찰을 오래 했었기 때문에 여러 검사 후배들을 통해 인사에 관한 의견을 들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런 (내부) 의견보다는 검찰청법에 정해진대로 검사 임명과 보직에서 공식적인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게 진짜 의견을 들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양 전 고검장은 '이번 정부들어 대통령실를 비롯해 각 정부 부처와 국정원, 공정위나 금감원까지 검찰 출신들이 정말 많이 들어갔고, 심지어 대통령실의 살림을 하는 곳에 수사관도 가 있다며 검찰 출신들이 사방팔방에 많이 가 있는 점에 대해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런 것 때문에 세간에서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각 해당 부처에서 수십 년씩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이 분명 있을텐데 그 사람들 다 제쳐 버리고 거기에 검찰 출신을 앉혔을 때 국민들이나 그 기회를 박탈당한 공직자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통령은 5년이면 끝난다며, 반면 검찰 조직은 이 국가와 함께 영원한 조직"이라며 "국민과 그 기회를 박탈당한 공직자가 검찰에 대해 '욕심쟁이다'라는 이미지를 갖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코 검찰 조직에 득이 안 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아니라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며 "친분과 능력을 혼동하시면 안 되고,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전 고검장은 또 "한동훈 장관이 (법무부의 인사검증단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은 검열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하는데, 법무부 산하 인사검증단에서 이런 것(검열)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럴 경우 대법관이 될 사람이나 헌법재판관이 될 사람이 검찰과 대척점에 소신을 갖고 설 수가 있겠느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것은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이미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 문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검찰의 중립과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도 폐지하겠다. 예산 편성권도 검찰에 주겠다고 주장을 했다"고 상기시키면서 "그런데 실질적으로 과연 검찰이 동의를 했는가는 의구심이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 내에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과거 내무부 산하에 있던 치안본부가 역사적 아픔을 경험하면서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했던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라며 "매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또 다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며 "역사의 아픔을 경험하고 생긴 경찰청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의 집단행동이나 검찰의 집단행동이 본질에서 같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대응이 정반대로 나타나는 것에 대해서도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양 전 고검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현 정부에서 '우리가 수사지휘권을 폐지했으니, 검찰의 독립을 보장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명분은 된다면서도 "형식적인 수사권 폐지보다는 장관과 총장이 균형 감각을 맞출 수 있는 정도의 총장이 있을 때 수사지휘권 폐지가 의미가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는 형식과 실질이 부합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지휘권 폐지의 의미가 많이 반감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