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견제' 對 '직접 통제'... '경찰국 신설' 두고 대립 첨예

전국 경찰서장 회의... "'경찰국 설치',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 주장

김창룡 전 경찰청장, 퇴임 1개월 앞두고 사의... 尹대통령, 면직안 재가

김대기 "경찰, 견제와 균형 필요... 민정수석실 폐지로 기능 없어졌다"

경찰 내부 반발 확산... 전문가들도 '찬(견제)·반(흑역사) 입장' 갈려

이상민, 모임 주도 '하나회' 지칭...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 비판 자초

이전 문재인 정권의 경찰 직접 통제로 무너진 '행정안전부 장관-경찰청' 지휘라인을 정상화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과 행안부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규칙은 법치주의 훼손이라는 경찰 내부·야권의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지난 15일 행안부장관의 경찰 고위직 인사제청권 등 실무를 지원하는 조직으로 행안부내 3개 과, 총 16명으로 구성되는 '경찰국(국장 치안감)'을 다음달초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설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권,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경찰국장과 인사지원과장은 경찰공무원만으로 보임 가능하며 특히 인사부서의 경우 부서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이 경찰공무원으로 배치된다.

지난 6월 27일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번 제도 개선안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8월 2일부터 시행된다.

이 같은 정부의 '경찰국 신설' 결정에 대해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김창룡 전 경찰청장, 퇴임 1개월 앞두고 사의... 尹대통령, 면직안 재가

먼저 김창룡 전 경찰청장이 지난달 27일 행안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현행 경찰법 체계는 국민적 염원이 담겨 탄생한 것이라며 폭넓은 의견 수렴과 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다.

이 장관은 김 전 청장의 사의 표명에 면직을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면직안을 재가했다. 김 전 차장 후임에는 윤희근 경찰청 차장이 내정됐다.

이 같은 조치에는 지난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국기 문란"이라고 질타했다. 다음날(24일)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도 "(경찰청장) 임기가 이제 한 달 남았는데 그게 뭐가 중요한가"라며 김 전 청장 퇴진을 기정사실화했다.

김 전 청장은 6일 퇴임식 없이 임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2020년 7월 2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약 1년 11개월만이다.

김 전 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무력감, 자책, 부끄러움과 참담함에 동료 후배들 앞에 설 수가 없었다. 영원히 사라진 퇴임식의 꿈은 가슴에 묻으려 한다"고 토로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 열려... "'경찰국 설치',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 주장

이날 현장 회의에는 총경급 경찰관 50여명이 참석했으며, 화상으로도 140여명이 참석했다. 또 전국 356명의 총경들이 무궁화 화분으로 동참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국민, 전문가, 현장 경찰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미흡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과 함께 법령제정 절차를 당분간 보류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바로 설 수 있도록,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경찰'로 개혁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청장 직무대행에게 전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은 오후 공식입장 자료를 통해 "모임 자제를 촉구하고 해산을 지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점에 대하여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복무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한 후, 참석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에 대해선 '복무규정 위반'을 이유로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또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총경들에 대해서도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은 경찰 내부망에 잇따라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야권은 정치권력의 경찰통제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대기 "경찰, 견제와 균형 필요... 민정수석실 폐지로 그 기능 없어졌다"

대통령실도 이례적으로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부적절한 행위’라고 정면 비판했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24일 오후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엔 검찰국이, 국세청 경우에도 기재부에 세제실이 있어 관장하고 같이 협력하고 있다"며 "경찰은 ‘검수완박’으로 3개 청(廳) 중 가장 힘이 셀 지도 모르는데,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검찰청·경찰청·국세청 등 권력기관 중 경찰청만 견제 장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전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그 역할을 해왔지만 민정수석실이 없어지면서 그 견제 기능 자체가 없어졌다는 점을 언급한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급격히 비대해진 경찰의 권한남용을 억제하는 업무를 담당할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의 강한 집단 반발에 대해 "문재인 정권 하에서 경찰 지도부가 보여 온 그간의 행태를 생각하면 피해자였던 저로서는 정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충견 노릇을 자처했던 경찰의 흑역사는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제1호 개혁 대상일 것"이라며 "반(反)개혁, 조직 이기주의에 집착하는 세력은 척결의 대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서장협의회를 만들고 경찰의 중립성을 논의하는 이 움직임에 대해서 전두환 정권식 경고와 직위해제로 대응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분노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평검사 회의는 되고 검사장 회의는 되는데 왜 경찰서장 회의는 안 되냐"고 반문하며 "이게 징계 받을 사안이냐. 총경급 경찰서장들의 입을 묶는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고 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서 용기를 낸 경찰서장들에 대해서 제재가 가해진다면 민주당은 좌시하지 않겠다"며 윤희근 신임 경찰청장 청문회에서 엄정하게 따지고 관련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것임을 경고했다.

이재명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퇴행적 경찰 장악시도 중단하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 경찰은 민주인사들을 고문 탄압하고 정권을 보위하는 기구로 작동했다. 4.19 민주혁명은 이승만 경찰독재에 대한 저항이었다.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1991년 내무부 소속 치안본부가 경찰청으로 독립했다“며 ”행안부의 경찰 통제는 이런 역사의 발전을 거꾸로 되돌리는 개악"이라고 힐난했다.

윤희근 청장 후보자, 직협과 간담회... 내부 반발 막기엔 역부족

경찰서장 회의는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21일 경찰청에서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가진 이후 진행된 점이 주목된다. 간담회에는 윤 후보자를 비롯한 지휘부 10명,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협 위원장과 각 시도경찰청 직협 대표 19명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 등으로 인한 내부 혼란 수습에 주력 중인 지휘부가 그간 삭발과 단식 등을 통해 강력히 반발해온 직협 측에 소통 자리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윤 내정자는 "중립성과 책임성이라는 경찰제도의 기본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새로운 운영제도의 과정을 면밀히 살펴나가겠다"며 지휘부를 믿고 논의과정에서 보여준 에너지를 경찰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모아주길 당부했지만 헛수고가 된 셈이다.

앞서 경찰 노조 격인 직협 소속 4개 경찰서 직협회장들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릴레이 삭발 시위에 나선 바 있다.

직협 회장단은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역, 용산역에서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할 예정이다.

다음달 2일부터 행안부 경찰국이 본격 출범하게 된다. 정부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경찰국 신설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 경우 행안부가 향후 경찰 인사권을 비롯해 감찰·징계 등 광범위한 기능과 업무를 관장하면서 실질적으로 지휘·통제를 하게 된다.

경찰 내부 반발 확산... 전문가들도 '찬·반 입장' 갈려

하지만 경찰 내부망에는 ‘시대 흐름 역행’을 이유로 격하게 반발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현 정부가 경찰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과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권력 확대에 따른 ‘견제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과거와 같은 통제 강화로 ‘경찰이 정치권력에 종속되었던 흑역사를 되풀이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국 신설’을 찬성하는 쪽은 현 정부조직 상에 행안부장관이 지휘하는 기관 중 경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 없다는 주장이다.

현재 법무부는 내부에 검찰국을 두고 검찰 지휘·업무 감독과 예산을 점검하고 있고, 국세청도 기획재정부에 세제실을 두고 이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경우 행안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인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외에 별다른 견제 장치가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권한이 커진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견제 기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경찰에 대한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행안부장관이 경찰 고위급에 대한 최소한의 인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쪽은 과거 정치권력에 종속되었던 경찰조직을 민주적이고 독립적 기관으로 개편해 큰 문제없이 운영되어온 경찰을 또다시 정치권력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맞춰 권한을 축소하고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국가수사본부 출범, 지자체 자치경찰제도 시행, 국가경찰위원회 운영 등을 통해 경찰업무 전반을 통제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과거 내무부 시절 '치안국'이나 '치안본부'와 같이 경찰 권력에 대한 통제를 반드시 정부가 직접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이 행정부 조직이기는 하나 사법부와 밀접하게 연관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경찰을 행정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경찰의 독립성 확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상민, 경찰서장 모임 주도 그룹 '하나회'로 지칭...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 비판 자초

이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경찰국 신설 취지와 배경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누적돼 총경회의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경찰청에서 위법성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고 그 후속처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서장 모임을 주도하는 특정 그룹이 있다는 것"이라며 "하나회가 그렇게 출발했고, 12·12같은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경찰대 출신 경찰을 겨냥한 셈이다.

이 장관은 아울러 "경찰이 독립돼 있는 나라는 없다"며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하지 않으면 헌법과 법률이 행안부장관에게 부여하는 지휘·감독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돼 경찰은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와 더불어 완벽히 독립된 제4의 경찰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국 신설을 두고 윤 정부가 지나치게 강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장관이 직접 브리핑을 갖고 강경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민생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경찰 내홍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민주적 절차에 따른 견제가 아니라 정부가 직접 통제에 나선다면 경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해질 것이며,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를 제어할 수단이 없어질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민들은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가 자행한 불미스러운 행태에 대해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정부는 31년 만의 신설되는 경찰국이 과거 치안본부와의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날 이 장관은 발언이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전두환식'이라고 비판한 점에 대응한 발언이라고 하더라고 '나가도 너무 나간 발언'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