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독립성·중립성 훼손" 일선 경찰 등,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에 반발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 '빅브라더 행안부' 공고히 하려는 권고안에 유감

서울경찰직협 "행안부 경찰국 시대 흐름 역행…경찰 독립성·중립성 훼손"

경찰개혁네트워크 ""경찰개혁을 행안부 비공개 자문위원회가 좌우해서는 안 돼"

전문가, 자문위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 실질화' 주목

자문위가 발표한 이날 권고안의 주요 내용은 ▲ 소속 청장 지휘 및 인사제청 등 관련 조직 신설을 비롯, ▲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 고위직 검찰공무원 인사 절차 투명화 ▲ 대통령 소속 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한다.

자문위는 헌법, 정부조직법, 경찰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과 관련해 법령 발의·제안, 소속청장 지휘, 인사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수사 규정 개정 협의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현재 행안부 내에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조직이 없기 때문이라고 권고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일선 경찰은 사실상 31년 만에 '경찰국' 기능이 부활하는 것이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전국경찰직협 회장단은 지난 20일 의견서를 내고 "경찰은 1948년 치안국, 1974년 치안본부를 거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1991년 경찰청으로 독립했다"며 "행안부 경찰국 신설 추진은 독재 시대 유물인 치안본부로의 회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당시에도 시행령 꼼수를 통한 권한 비대화가 논란이 된 바 있다"면서 "경찰권이 민주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려면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변칙적 개정이 아닌 '법'에서 규정된 협의체인 국가경찰위원회가 더욱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통제하기 위해 또 다른 비대권력 '빅브라더 행안부'를 만들겠다는 일차원적 발상은 결국 권한 돌려막기일뿐, 결코 권력분립의 본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날 서울경찰 직장협의회 대표단(대표단)은 신설 권고된 행정안전부 경찰 관련, 지원조직(가칭 경찰국)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표단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안부 경찰국 설치를 반대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표단은 "행안부가 추진하는 경찰 제도 개선안은 과거 회귀나 다름없다"며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통해 인사, 예산, 감찰 사무에 관여하고 수사지휘까지 하겠다는 발상은 경찰의 독립성 및 중립성과 민주적 견제 원칙을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으며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하고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경찰위원회를 도입한 것이 그 역사적 증거"라며 "전국 13만 경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합의가 없는 행안부의 독단적 경찰 통제는 민주 경찰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며 법률 취지에 어긋나는 하위법령 개정은 권력에 취약한 경찰 탄생과 직결됨을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대표단은 ▲ 법적 근거 없는 행안부의 경찰 통제 시도 중단 ▲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철회 및 국가경찰위원회와 자치경찰위원회의 역량 강화 ▲ 경찰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국민적 합의에 의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앞서 이소진 경찰청 직협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발표 후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소집했다. 김 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권한이 강화될수록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약화하고 경찰이 정치 권력에 직접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안부의 경찰 직접 통제는 경찰을 대통령,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으로 이어지는 직할체제로 편입시켜 권한 행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개혁네트워크는 "경찰에 대한 정치적 통제가 아니라 민주적 통제의 강화가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 경찰의 인사와 예산을 통제하고 옴부즈만과 시민이 참여하는 다수의 장치로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네트워크는 권고안 논의 과정의 불투명성도 지적했다. 개혁네트워크는 "경찰개혁을 행안부 비공개 자문위원회가 좌우해서는 안 된다"며 "자문위라는 형식만 거쳤을 뿐 밀실에서 논의된 내용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법으로는 ▲ 사법경찰과 행정경찰의 조직 분리를 전제로 한 독립적 수사청 설치 ▲ 자치경찰제도의 지방 이양 ▲ 정보경찰의 폐지 ▲ 보안경찰의 축소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어떻게 분산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할 것인지 공론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민주적 통제강화 방법에 대한 논의를 거쳐 입법을 통해 경찰에 대한 개혁방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공개비판이 나왔다. 경찰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찰국 설치 움직임과 관련, "법치주의 훼손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권과 징계권, 조직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권한이 행안부 장관에게 이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치안 업무에 공이 있는 경찰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해바라기를 한 경찰이 승진하게 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경찰이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게 되는 지름길이 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라고 주장했다.

◆ 경찰 전문가들, 자문위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을 실질화한 점 주목

한편, 전문가들은 자문위가 행안부 장관의 경찰 인사권을 실질화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인사권을 고리로 총경 이상 고위직 775명을 쥐고 흔들며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침해할지가 중요 쟁점인 셈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과 민주적 정당성인데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은 인사권을 이용해 경찰을 직속기관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인사와 예산이 행안부에 완전히 예속되면 경찰의 독립성과 민주성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인사를 경찰청이 독립적으로 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는 것 자체를 무시하겠단 것"이라며 "필요하면 법에 규정된 국가경찰위원회를 통해서 해야지, 행안부가 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현재는 경찰총장이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를 추천하면 행안부 장관이 경찰위원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자문위는 그동안 경찰청장과 청와대에서 했던 인사 추천과 검증을 행안부 장관이 하도록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경찰 인사권을 행안부가 가져오는 것은)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검찰에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하면서 통제되는 면이 있었는데 이게 사라졌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다른 방식의 통제가 추가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인사 통제가 수사 통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신설된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경찰청장 등 고위직을 1차 검증하고 이어 행안부 장관이 실질화된 제청권을 행사하는 구조라면, 자신의 목줄을 쥔 정권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논리다. 이웅혁 교수는 "인사를 쥐면 수사도 알아서 당연히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장 교수는 "검찰이 수사한다고 해서 법무부 검찰국이 직접 수사에 관여하진 않지 않느냐"며 "(경찰 통제란) 여러 행정이나 예산, 인사에 대한 통제를 일컫는 거지 수사에 대한 관여를 얘기하는 건 아니다"고 반박했다.

순천지검장 출신 김종민 변호사도 "지금의 대한민국 경찰은 중국 공안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내가 아는 한 세계 최강의 경찰"이라며 "오히려 검찰 수사가 고검의 항고, 대검의 재항고, 대검감찰부의 매년 정기 수사사무 감사제도가 완비돼 있는 것처럼 경찰 수사도 통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