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테라 사태가 일어난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이번 '테라USD'와 '루나' 코인의 몰락은 두 가상화폐가 상장폐지된 수준을 넘어 디지털자산 시장 전반에 시스템적 위기를 몰고 왔다. 훗날 어떠한 형태로든 새롭게 정의내려지겠지만 '디지털자산발 금융위기'를 촉발한 사건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 사태로 업계가 가장 크게 입은 상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급격한 감소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부터 쭉 하락세를 보이던 가상화폐 시총은 루나·테라 사태가 터진 5월 9일 1조5642억달러에서 6월 19일에는 8208억달러로 47.5% 폭락, 한달만에 반토막났다.
보이지 않는 내상은 더 큰 문제다. 테라 붕괴 이후 셀시우스, 바벨 파이낸스 등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의 잇따른 인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연쇄적 파장이 보여주는 것은 소위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 시스템'이 외형은 혁신적인데 그 속은 여전히 전통 금융시장에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크립토 겨울을 맞은 디지털자산 업계가 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테라USD 체계의 붕괴를 불러온 원인이 무엇인지 그 작동원리에서부터 하나하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테라가 1달러를 유지할 수 있는 원리는?
테라USD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지불결제 수단으로 만들어진 디지털자산이다. 이를테면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을 사는데 사용된다. 국내의 경우를 예로 들면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를 1만9650개의 테더(USDT)로 살 수 있다. USDT는 1달러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디파이에 예치해 이자 수익을 얻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현실 세계에서 수많은 국가가 자국 통화를 발행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쓰일 수 있는 기축통화의 지위는 달러, 유로, 파운드 등 단 몇 개만이 갖고 있는 것처럼, USDT(테더), USDC(유에스디 코인) 등은 디지털자산 업계의 기축통화로 볼 수 있다. 테라USD는 앞서 언급한 두 스테이블 코인에 이어 전세계 시총 3위를 기록했던 스테이블 코인이므로(5월 6일 기준) 현실에 빗대보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실감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담보의 성격과 존재 여부에 따라 각각 법정화폐 담보, 가상자산 담보, 알고리즘 기반으로 구분된다. 테라USD의 경우 루나와의 차익거래를 통해 1달러 가격을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 코인은 테라USD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차익거래를 유도하는 수단이다.
차익거래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테라USD의 가격이 1달러로부터 '0.01달러'가 오르내리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0.01달러의 이익일지라도 살뜰하게 챙기려고 노력하는 모범적인 차익 거래자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테라USD의 가격이 0.99달러로 떨어질 경우 테라 보유자들은 1달러 상당의 루나와 교환해 테라USD를 소각하는데, 테라USD는 공급 감소 효과로 가격이 오른다.
반대로 테라USD가 1.01달러로 오른다면 루나 보유자들은 가지고 있던 루나를 소각해 새로운 테라USD를 만들 수 있다. 테라의 공급량 증가로 인해 가격은 1달러로 내려간다.
테라USD의 1달러 '가격'이 루나와의 차익 거래를 통해 고정된다는 점은 확인했다. 그렇다면 테라USD에는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어서 180억달러의 시총을 기록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것일까?
◆ 테라의 디파이, 최고의 연수익을 약속하다
테라USD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기 앞서 현재 미국인들이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받는 연이자가 1% 전후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소비자 금융 서비스 회사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온라인 저축 상품은 0.4%에서 1.25%까지의 연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돈이라도 테라를 사들여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인 앵커프로토콜에 예치하면은 1년 뒤에 19.45%나 주니까 이에 열광한 투자자들이 몰렸고, 테라USD에 대한 신규 수요가 급증했다. 한편, USDC는 같은 스테이블 코인임에도 디파이에 예치시 연 3~5.5%에 해당하는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데 그쳐, 테라폼랩스가 약속한 20%의 연이자는 디지털자산 업계 내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붕괴 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고수익 보장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 "성장하는 경제의 통화가 성숙하고 안정적인 경제의 통화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테라를 '성장하는 경제의 통화'로 멋지게 비유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앵커프로토콜의 여수신 제도는 '성장하는 경제'의 정책으로 보기 힘든 '역마진 구조'를 갖고 있었다. 대출 이자가 예금 금리보다 낮은 12.4%에 불과해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앵커프로토콜은 당초 대출이자와 담보자산의 스테이킹 이자수익이 예치이자를 상회하는 마진구조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적자상태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는 올해 2월 리포트에서 앵커프로토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내년 3월경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테라폼랩스는 고금리를 보장하는 한편, 테라를 대출받아 앵커프로토콜에 예치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의 역마진을 이용한 거래 수요까지 알뜰하게 끌어모았다. 단,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려면 신규 고객들이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에는 미러프로토콜도 있다. 미러프로토콜은 테라USD를 담보로 맡기면 애플, 테슬라 등 미국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mAssets'이라고 하는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러프로토콜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이 증권성이 있는데도 테라폼랩스가 이들을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연방 증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 밖에 테라와 루나와의 교환을 용이하게 해 차익거래를 지원하는 테라 생태계 내 탈중앙화거래소 테라스왑이 있다.
◆ 테라는 다른 코인보다 담보 능력이 우수했을까?
앞서 테라USD가 1% 전후의 좁은 범위에서 오르내릴 경우 루나와의 차익거래를 통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한다는 점을 살펴본 바 있다. 그런데 왜 1% 전후의 좁은 범위를 가정한 것인가? 테라가 10% 이상 폭락해 개당 0.9$ 밑으로 떨어질 경우 차익 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어서다.
차익 거래자들은 테라 1개를 루나 1달러어치랑 교환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루나로의 교환에만 몰두해 시중에 루나가 넘친다. 따라서 1달러 상당의 루나를 받았더라도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급락한다. 회사는 결국 루나로 테라 가격방어도 못하고, 이쯤 되면 테라USD에 대한 신규 수요도 줄면서 19.45%의 연수익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당연히 테라의 디페깅은 가속화된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페깅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테라를 루나로 교환하게 놔두면 자칫하다가 둘 다 공멸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 미리 마련해놓은 준비금이 있다면 테라USD를 구매하는데 사용해 페깅을 복구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지난 3월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경우 테라USD의 환매에 대비해 3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준비금을 모았고 이를 통해 테라의 달러 대비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테라폼랩스의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테라의 가격 붕괴 직전인 지난달 7일 트위터를 통해 준비금 내역을 공개했는데, 전체 담보 중 비트코인이 8만394개, 바이낸스코인은 3만9914개, USDT 2628만1671개, USDC 2355만5590개, 아발란체 197만3554개, 테라USD 69만7344개, 루나 169만1261개였다. 당시 디지털 자산 담보 총액은 31억9372만달러였다.
LFG는 가상자산 담보를 40억달러 규모까지 늘렸으나 일주일간 테라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38억달러어치를 태우면서 6월 19일에는 5336만달러만이 준비금으로 남았다. 거의 모든 준비금을 쏟아부었지만 테라USD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 가격 방어에 실패했고 현재는 건질 수도 없게 됐다.
USD코인(USDC)은 유통량과 담보를 매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USDC의 담보는 6월 17일 기준 552억달러로 USDC의 유통량과 일치해 다른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가령 모든 보유자들이 환매를 요청하더라도 140억달러까지는 1USDC당 1달러로 교환해줄 수 있다. 나머지 412억달러 또한 미 단기 국채이므로 가격변동성이 심한 가상자산을 담보로 갖고 있는 테라폼랩스의 경우보다 훨씬 안전하게 설계됐다. USD코인은 이렇듯 100% 담보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테라가 무너지고 법정화폐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에 디페깅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1달러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테더의 경우 USDT 발행량을 초과하는 824억달러 규모의 달러 자산 담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 및 은행예금이 41억달러에 불과해 환매 요청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위험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달 발간된 테더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담보 중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을 비롯해 기타 단기 예금 등의 자산은 전체의 86%에 해당하는 706억달러이다. 나머지 14%에 해당하는 118억달러는 담보대출 및 회사채, 가상자산으로 구성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기술경영자는 "루나·테라 쇼크에도 고객이 1테더당 1달러 비율로 환매 요청하면 전부 들어줬다"면서 "기업어음(CP)를 줄이고 미국채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업계가 가장 크게 입은 상처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급격한 감소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부터 쭉 하락세를 보이던 가상화폐 시총은 루나·테라 사태가 터진 5월 9일 1조5642억달러에서 6월 19일에는 8208억달러로 47.5% 폭락, 한달만에 반토막났다.
보이지 않는 내상은 더 큰 문제다. 테라 붕괴 이후 셀시우스, 바벨 파이낸스 등 암호화폐 대출업체들의 잇따른 인출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연쇄적 파장이 보여주는 것은 소위 '탈중앙화 금융 디파이 시스템'이 외형은 혁신적인데 그 속은 여전히 전통 금융시장에 위기를 초래하는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크립토 겨울을 맞은 디지털자산 업계가 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테라USD 체계의 붕괴를 불러온 원인이 무엇인지 그 작동원리에서부터 하나하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테라가 1달러를 유지할 수 있는 원리는?
테라USD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지불결제 수단으로 만들어진 디지털자산이다. 이를테면 거래소에서 다른 코인을 사는데 사용된다. 국내의 경우를 예로 들면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1개를 1만9650개의 테더(USDT)로 살 수 있다. USDT는 1달러 가격을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디파이에 예치해 이자 수익을 얻는 용도로도 활용된다.
현실 세계에서 수많은 국가가 자국 통화를 발행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쓰일 수 있는 기축통화의 지위는 달러, 유로, 파운드 등 단 몇 개만이 갖고 있는 것처럼, USDT(테더), USDC(유에스디 코인) 등은 디지털자산 업계의 기축통화로 볼 수 있다. 테라USD는 앞서 언급한 두 스테이블 코인에 이어 전세계 시총 3위를 기록했던 스테이블 코인이므로(5월 6일 기준) 현실에 빗대보면 얼마나 대단한 성과인지 실감할 수 있다.
◆…사진=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 순위(2022년 4월 19일 기준). 사진=코인마켓캡 캡처
스테이블코인은 담보의 성격과 존재 여부에 따라 각각 법정화폐 담보, 가상자산 담보, 알고리즘 기반으로 구분된다. 테라USD의 경우 루나와의 차익거래를 통해 1달러 가격을 유지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루나 코인은 테라USD의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차익거래를 유도하는 수단이다.
차익거래 매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테라USD의 가격이 1달러로부터 '0.01달러'가 오르내리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0.01달러의 이익일지라도 살뜰하게 챙기려고 노력하는 모범적인 차익 거래자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테라USD의 가격이 0.99달러로 떨어질 경우 테라 보유자들은 1달러 상당의 루나와 교환해 테라USD를 소각하는데, 테라USD는 공급 감소 효과로 가격이 오른다.
◆…테라USD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루나로 교환해 가지고 있던 테라를 소각한다. 테라의 공급량이 감소해 이내 가격이 오른다. 사진=블룸버그 제공
반대로 테라USD가 1.01달러로 오른다면 루나 보유자들은 가지고 있던 루나를 소각해 새로운 테라USD를 만들 수 있다. 테라의 공급량 증가로 인해 가격은 1달러로 내려간다.
◆…테라USD 가격이 상승하면 가지고 있던 루나를 소각해 새로운 테라USD를 발행한다. 테라의 공급량이 증가해 가격이 떨어진다. 사진=블룸버그 제공
테라USD의 1달러 '가격'이 루나와의 차익 거래를 통해 고정된다는 점은 확인했다. 그렇다면 테라USD에는 도대체 어떤 '가치'가 있어서 180억달러의 시총을 기록하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의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한 것일까?
◆ 테라의 디파이, 최고의 연수익을 약속하다
◆…테라 생태계. 테라 블록체인 플랫폼에 마련된 디앱의 개수만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사진= coin98Analytics 트위터, 한국블록체인협회
테라USD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기 앞서 현재 미국인들이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받는 연이자가 1% 전후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소비자 금융 서비스 회사 뱅크레이트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온라인 저축 상품은 0.4%에서 1.25%까지의 연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2022년 6월 기준 온라인 저축 상품. 사진=뱅크레이트 캡처
그런데 같은 돈이라도 테라를 사들여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인 앵커프로토콜에 예치하면은 1년 뒤에 19.45%나 주니까 이에 열광한 투자자들이 몰렸고, 테라USD에 대한 신규 수요가 급증했다. 한편, USDC는 같은 스테이블 코인임에도 디파이에 예치시 연 3~5.5%에 해당하는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데 그쳐, 테라폼랩스가 약속한 20%의 연이자는 디지털자산 업계 내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붕괴 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고수익 보장에 대한 일부 회의적인 시각에 대해 "성장하는 경제의 통화가 성숙하고 안정적인 경제의 통화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테라를 '성장하는 경제의 통화'로 멋지게 비유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앵커프로토콜의 여수신 제도는 '성장하는 경제'의 정책으로 보기 힘든 '역마진 구조'를 갖고 있었다. 대출 이자가 예금 금리보다 낮은 12.4%에 불과해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앵커프로토콜은 당초 대출이자와 담보자산의 스테이킹 이자수익이 예치이자를 상회하는 마진구조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적자상태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는 올해 2월 리포트에서 앵커프로토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내년 3월경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앵커프로토콜 현금흐름 추정. 해시드는 앵커프로토콜의 마진구조가 52주 후에는 흑자전환돼 더 이상 이자준비금을 수혈할 필요가 없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HASHED, 한국블록체인협회
테라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에는 미러프로토콜도 있다. 미러프로토콜은 테라USD를 담보로 맡기면 애플, 테슬라 등 미국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mAssets'이라고 하는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러프로토콜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이 증권성이 있는데도 테라폼랩스가 이들을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연방 증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사진=미국 주식 가격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인 mAsset. 이 파생상품들은 테라USD로 사고팔 수 있으며, 애플, 에어비앤비,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미국 주식 가격을 추종한다. 사진=미러프로토콜 웹사이트 캡처
이 밖에 테라와 루나와의 교환을 용이하게 해 차익거래를 지원하는 테라 생태계 내 탈중앙화거래소 테라스왑이 있다.
◆ 테라는 다른 코인보다 담보 능력이 우수했을까?
앞서 테라USD가 1% 전후의 좁은 범위에서 오르내릴 경우 루나와의 차익거래를 통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한다는 점을 살펴본 바 있다. 그런데 왜 1% 전후의 좁은 범위를 가정한 것인가? 테라가 10% 이상 폭락해 개당 0.9$ 밑으로 떨어질 경우 차익 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할 수 없어서다.
차익 거래자들은 테라 1개를 루나 1달러어치랑 교환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루나로의 교환에만 몰두해 시중에 루나가 넘친다. 따라서 1달러 상당의 루나를 받았더라도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급락한다. 회사는 결국 루나로 테라 가격방어도 못하고, 이쯤 되면 테라USD에 대한 신규 수요도 줄면서 19.45%의 연수익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당연히 테라의 디페깅은 가속화된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조정하더라도 담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페깅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테라를 루나로 교환하게 놔두면 자칫하다가 둘 다 공멸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때 미리 마련해놓은 준비금이 있다면 테라USD를 구매하는데 사용해 페깅을 복구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지난 3월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경우 테라USD의 환매에 대비해 3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준비금을 모았고 이를 통해 테라의 달러 대비 가치를 유지하겠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사진=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트위터 캡처.
테라폼랩스의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테라의 가격 붕괴 직전인 지난달 7일 트위터를 통해 준비금 내역을 공개했는데, 전체 담보 중 비트코인이 8만394개, 바이낸스코인은 3만9914개, USDT 2628만1671개, USDC 2355만5590개, 아발란체 197만3554개, 테라USD 69만7344개, 루나 169만1261개였다. 당시 디지털 자산 담보 총액은 31억9372만달러였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공개한 테라 담보내역. 사진=LFG 트위터 캡처
LFG는 가상자산 담보를 40억달러 규모까지 늘렸으나 일주일간 테라 가격을 방어하기 위해 38억달러어치를 태우면서 6월 19일에는 5336만달러만이 준비금으로 남았다. 거의 모든 준비금을 쏟아부었지만 테라USD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 가격 방어에 실패했고 현재는 건질 수도 없게 됐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의 준비금 내역. 지난달 40억달러에 달했던 준비금은 테라 붕괴 사태때 거의 소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LFG 제공
USD코인(USDC)은 유통량과 담보를 매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USDC의 담보는 6월 17일 기준 552억달러로 USDC의 유통량과 일치해 다른 스테이블 코인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
가령 모든 보유자들이 환매를 요청하더라도 140억달러까지는 1USDC당 1달러로 교환해줄 수 있다. 나머지 412억달러 또한 미 단기 국채이므로 가격변동성이 심한 가상자산을 담보로 갖고 있는 테라폼랩스의 경우보다 훨씬 안전하게 설계됐다. USD코인은 이렇듯 100% 담보 능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테라가 무너지고 법정화폐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에 디페깅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도 1달러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USDC의 담보 내역. 사진=USD코인 홈페이지 캡처
테더의 경우 USDT 발행량을 초과하는 824억달러 규모의 달러 자산 담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 및 은행예금이 41억달러에 불과해 환매 요청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위험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달 발간된 테더의 자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담보 중 현금 및 현금 등가물을 비롯해 기타 단기 예금 등의 자산은 전체의 86%에 해당하는 706억달러이다. 나머지 14%에 해당하는 118억달러는 담보대출 및 회사채, 가상자산으로 구성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기술경영자는 "루나·테라 쇼크에도 고객이 1테더당 1달러 비율로 환매 요청하면 전부 들어줬다"면서 "기업어음(CP)를 줄이고 미국채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테더의 담보 내역. 사진=테더 보고서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