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향한 수사 신호탄 되나
법원, "혐의 대체로 인정, 그러나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다"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검찰이 3년 만에 강제수사로 전환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 영장청구가 기각됐다.
그러나 법원이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하면서 관련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용무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5일 밤 9시40분께 이른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해 백 전 장관에게 청구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 도망 염려가 없고 상당한 양의 증거가 확보되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백운규)가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을 회유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게 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추가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속된다면 방어권 행사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백 전 장관은 곧바로 풀려났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임기가 남은 산업부 산하 13개 기관장의 사표를 요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행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양지열 변호사는 1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검찰에서 3년도 더 전 사건인데 왜 이제와서 강제수사로 전환해 압수수색을 하는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장윤미 변호사 역시 "상당기간 조사가 진행됐고, 최근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 대대적인 압수수색까지 이뤄져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음에도 왜 검찰은 영장을 청구했을까"라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양 변호사는 검찰의 영장청구 의도에 대해 만약에 (백 전 장관을) 구속 시킬 수 있다면 강제수사로 조금 더 압박해서 그 윗선으로 올라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장윤미 변호사는 박상혁 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행정관)의 참고인 조사 역시 연결고리를 찾아 보겠다는 의도인거 같다며 "비공개로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었는데, 단독을 달고 특정 언론사에서 보도를 했다며 검찰의 유력한 발설지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쌓아왔던 검찰개혁이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과 언론의 유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양지열 변호사는 "정권교체 이후에 각 부처 소속의 기관장들을 계속해서 있도록 할 것이냐, 그만두게 할 것이냐는 굉장히 정책적인, 정치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어제도 국무위원 회의에 14년 동안 처음으로 방송통신위원장과 국민권익위원장 참가하지 않도록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일부에서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짚었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물러나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럼 사안이 본질적으로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뭐가 다른 거죠?"라고 반문했다.
장 변호사는 "이게 일반 사건이라면 영장청구가 기각되면서 당연히 수사의 동력을 잃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검찰이 이 사건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여기서 윗선으로 경유하지 못하면 다른 선으로, 또 다른 선으로 할 것이라며, 여성가족부 정책 개발과 관련해서 또 직권남용 등등의 혐의를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데, 사실상 모든 부처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오해 받을 수 있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의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가 백운규 전 장관에서 박상혁 민주당 의원으로 번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예고했던대로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수사가 시작됐다"며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이 문제를 제기를 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시에 절대 정치 보복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우리가 예고한대로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를 법무부 장관으로 앉혀서 결국 이 일이 진행되고 있는거 아니냐며 정치보복이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그러면서 "이 문제(블랙리스트 의혹 수사)에 대해서 계속 수사가 진행된다면 야당 차원에서 대책기구를 만들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