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내리면 세수 는다"…조언 쏟아낸 전직 경제수장들

전경련, 역대 기재부 장관(5명) 초청 특별대담

"韓경제 총체적 복합위기…법인세 인하, 구조개혁 서둘러야"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은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시장에 초과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원자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초래해 물가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며 한국경제 상황을 '총체적 복합위기'로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또 "금리·환율·물가의 3고(高) 현상, 재정·무역 분야의 쌍둥이적자,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가격 폭등이 위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새 정부 경제팀의 최대과제로 물가안정과 경기침체 가능성 차단을 꼽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역시 개회사를 통해 "총체적 복합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크고 구조적 저성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전경련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주장도 있었다.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강 전 장관은 "과거 통계를 보면 실제로 세율을 내릴수록 세입이 늘었다"며 "사실상 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증세 정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수준이 투자지 결정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경쟁국 수준과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8번째로 높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은 21.8%다. 윤 전 장관도 "복합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감세 등을 과감하게 추진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금리인상엔 신중론이었다. 가계부채가 1900조원에 달하는 상황도 큰 부담일 뿐만 아니라 환율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모두 엔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엔화 환율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2일 현재 엔화 환율은 100엔당 964.97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강 전 장관은 또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재외동포에 이중국적 등을 부여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더 걷는 방향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박 전 장관은 또 "대다수 선진국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엔 재정이 정상궤도로 복귀할 전망인데, 한국은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그 속도도 가파르다"며 "과감한 구조개혁 없이는 부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2025년으로 미뤄둔 재정준칙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선출직 정치인 등이 재정준칙을 우회하거나 완화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금융통화위원회에 버금가는 수준의 독립성을 갖춘 '국가재정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포퓰리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정부 경제정책에 ①공급 확대 등 과감한 부동산 대책 ②정부의 퍼주기 지출 폐지 등 재정 여력 회복 ③가시적인 성과를 목료포 노동개혁 추진 ④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규제개혁 추진 ⑤사회보험(공적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장기적 재정안정 방안 등 다섯 가지 요소를 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새 정부 경제팀이 정책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상황을 읽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전 부총리는 경제정책의 두 가지 중심축으로 혁신과 형평을 제시하며, 경제개혁의 성공조건으로 정책의 일관성 유지, 말 없는 다수의 장기적 편익 우선시, 경제팀의 역할 분담과 명확한 책임소재 규정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