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징계처분 취소소송 2심 진행 중
원고 윤석열, 피고 법무부장관
윤 징계사유 중,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는 한 후보자 보호
장관 지명되면 원고와 피고로 대면하는 이상한 상황, 제대로 소송 수행할 수 있나
한 후보자, "장관 되면 소송 관여 않겠다"… '장관 영향 벗어날 수 없을 것' 반론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9일 인사청문회에서 만약 장관이 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윤석열)와 피고(법무부장관)로 만나게 돼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됐다. (YTN 방송화면 캡처)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장관 지명에는 직접적인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가운데 한 후보자의 지명을 둘러싸고 여야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청문회 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주요 문제들을 다시 짚어본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9일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0년 검찰총장 당시 법무부장관으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거론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취소소송에서 쟁점이 된 혐의는 3가지로 ■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이하 '제1징계사유'라 한다), ■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이하 '제2징계사유'라 한다), ■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이하 '제3징계사유'라 한다) 등이다.
최강욱 의원은 한동훈 후보자에게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제2징계사유인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가 인정 됐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건의 원고가 누구고 피고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한 후보자는 원고가 대한민국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최 의원이 원고는 징계 처분의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 본인이고, 피고는 법무부장관이라고 설명했다.
최 의원은 "지금 원고가 (대통령) 당선자가 됐고, 그 원고가 피고가 될 장관으로 한 후보자를 지명했다"며 "재판부에서 설시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당시에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사람이 최측근이었던 (한동훈)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수사를 방해하고, 감찰을 방해한 것이라는 사실이 법원에서 인정됐기 때문에 징계가 정당하다는 설시가 이뤄지고, 정직 2개월의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단이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그러니까 본인들의 세상에서 따로 별도의 세상에서, 원고 피고 관계가 형성돼 버리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한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YTN 방송화면 캡처)
김용민 민주당 의원 역시 한 후보자를 향해 "(윤 대통령 징계 취소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는데 향후 이 소송을 진행하게 될 피고로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할 것인가"고 묻자, 한 후보자는 "제가 취임하게 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피해갔다.
그러면서도 한 후보자는 "징계 자체가 대단히 부당하다는 판단은 이미 사회적으로 내려졌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용민 의원이 "법원의 판결을 뒤집는 이야기인가"고 따지자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판결에 항소해 있지 않습니까"라며 맞섰다.
이에 따라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에 지명하면 본인의 징계취소소송에서 원고는 본인(윤석열 대통령)이 되고, 피고는 이전에 징계를 내렸던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대신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소송을 진행하는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후보자가 제대로 재판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해충돌' 문제가 법조계에서 지적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심인 서울행정법원에서 패소하자 즉각 항소한 상태로 2020년 12월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은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심준보)에 배당돼 항소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 12부(재판장 정용석)는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당시 검찰총장)의 징계사유 가운데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이하 '제1징계사유'라 한다), ■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이하 '제2징계사유'라 한다), ■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 위신 손상(이하 '제3징계사유'라 한다) 등 3가지 사유에 대해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징계사유 내용. 재판부는 제1징계사유로 판사사찰 문건 작성 배포, 제2징계사유로 채널A 사건의 수사 및 감찰 방해, 제3징계사유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을 들었다. (열린공감TV 방송화면 캡처)
재판부는 특히 "제1, 2징계사유는 각 '정직 이상'의 징계에 처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제1, 2징계사유에 대해서는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3징계사유를 제외한 제1, 2징계사유만으로도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며 "정직 2개월의 이 사건 처분이 정당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면서도 한동훈 후보자를 장관으로 지명했을 경우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염두해 둔 포석이라는 비판 여론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에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이 있고, 한동훈 후보자가 윤석열 가족들을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동훈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친분 관계상 제대로 된 소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징계취소소송을 계속 하려면 한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지 않든지, 소송을 취하한 후에 한 후보자를 임명하든지 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에 처한 모양새다.
소송을 취하할 경우에 1심 판결이 확정돼 징계 처분의 효력이 계속 남게되고 결국 나중에 형사처벌의 문제가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송을 계속할 경우 한동훈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이해충돌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문제가 남는다.
이 밖에 한 후보자 딸의 논문과 전자책 발매 등 딸의 스펙쌓기 논란과 논문 대필 의혹, 한 후보자의 아파트 입주 관련된 딱지매매 등 불법 의혹 등이 제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