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공유연대'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한동훈 자녀 논문, 왜 사이비 학술지에 초고료 줬는지?... 설명 잘 안돼"
"성명서 발표 계기... 한동훈 측에서 '오픈 액세스 운동' 폄훼·모욕했다고 생각"
"자녀 논문, 해외대학 입학 스펙용일 가능성 높아"
"사용할 계획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상식적인 듯"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다수의 대학 교수·연구자 단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자녀 논문 의혹과 관련, 한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에 문제를 지적하며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해당 단체 중 하나인 '지식공유연대'에 소속된 김명환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지난 10일 한 후보자 자녀 논문은 해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스펙일 가능성이 높다며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 진행자가 '한 후보자의 딸이 소위 '오픈 액세스 저널' 중 하나에 여러 편의 논문을 올렸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연구자로서 이 고등학생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묻자 "(한 후보자는) 이것을 입시에 사용하지도 않았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얘기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입시에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하면 왜 굳이 '오픈 액세스 저널'을 표방하는 수상한, 사이비 학술지에 최소 50달러 이상의 상당한 논문 초고료를 줬는지 설명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앞서 한 후보자는 지난 8일 후보자 자녀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 '연습용 리포트'라며 입시에 활용된 적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는 의혹이 제기된 학술지는 '오픈 액세스 저널'이며 'SSRN(사회과학 네트워크)'은 각종 논문, 리포트 등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릴 수 있는 심사 전 논문 등 저장소라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전국교수노동조합, 지식공유연대 등 6개 단체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딸의 표절과 '논문' 게재 등의 의혹과 그에 대한 해명에 비춰볼 때, 한 후보자는 나라의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완전히 부적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김 교수는 "저희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계기는 한동훈 후보자 측에서 '자녀가 논문을 실은 것은 그냥 간단한 투고 절차만 거치면 되는 오픈 액세스 저널'이라고 했는데, 그 오픈 액세스 저널을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지난 20년간 해외에서나 국내에서 이어져 온 오픈 액세스 운동에 대한 폄훼이자 모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진행자가 오픈 액세스 저널에 대한 설명과 한 후보자의 해명이 왜 잘못된 것인지 설명을 요청하자 김 교수는 "쉽게 말하면 '오픈 액세스'라는 건 말 그대로 비싼 구독료를 내지 않고도 지식과 정보를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이라며 "그런데 실제로 해외에서나 국내에서 어떤 학술지나 출판사나 학술정보업체가 그런 전자저널을 독점해서 비싼 구독료를 받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가령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같은 경우 수십억의 구독료를 내고 있는 상태인데 그런 한계를 벗어나자는 게 '오픈 액세스 운동'이고 '오픈 액세스 저널'이다"라며 "그런데 일부 부실한 학술지 또는 거의 사이비 학술지들이 오픈 액세스 저널을 표방하고 '우리는 투고하면 다 공개해준다'면서 사실은 심사과정을 생략하거나 부실하게 하고 굉장히 비싼 투고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걸 부실 학술지라고 하고 많은 투고료를 챙겨가기 때문에 '약탈적 학술지'라는 말을 쓴다"고도 했다.
이어 진행자가 혹시 한 후보자 자녀의 논문을 직접 읽어봤는지 묻자 김 교수는 "문제가 되길래 찾아봤다"며 "ABC Research 인가 하는 수상한 학술지에 실린 논문 세 편을 훑어봤다"고 했다.
이어 "(한 후보자가) 해명한 대로 5페이지 이하의 그냥 논문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긴 한데 그 학술지에 온라인 동영상 홍보 사이트를 홍보 영상을 보면, 자신들은 아주 훌륭한 학제적인 여러 학문을 다루는 학술지고 아시안 비즈니스 컨소시엄이 후원하는 곳이라고까지 얘기한다"며 "논문을 투고하면 대기시간이 '제로'라고 얘기한다. 즉 심사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 방송 캡처.
이에 진행자가 '정리하자면 오픈 액세스 운동이란 사실은 학술적인 성과를 여러 사람에게 부담 없이 나누고 공유하자는 좋은 운동인데, 지금 돈을 많이 내서 수준이 안되는 걸 검증도 없이 마구 올리고, 그것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잘못된 학술지에 보내놓고 (한 후보자가) 오픈 액세스 저널 핑계 대는 것은 잘못이라고 이해하면 되는지' 묻자 김 교수는 "그렇다"며 "그것은 오픈 액세스 저널이 아니고 사이비 저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한 후보자 자녀 논문이 해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스펙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그는 "(한 후보자의 자녀가) 아직 고등학교 2학년으로 알고 있다. 입시에 사용된 적은 없다"며 "그런데 입시에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면 '왜 그렇게 돈을 내고 학술지를 자처하는 이런 허위적인 학술지에 실었는가?' 라는 건 의문이 남는 거고 해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스펙으로 사용하려고 했던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것 외에는 생각나시는 게 없다는 말씀인지' 묻자 김 교수는 "네"라며 "(한 후보자 측이)전자자료로 올려놓기 위해서라고 그러는데, 그건 자기 컴퓨터에서 PDF 파일로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굳이 거기에 올린 것은 사용할 계획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상식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