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집무실 이전부터 인사권, 업무보고 유예까지 갈등 깊어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한 가운데, 청와대는 윤석열 당선인측과 협의했다고 주장하고 인수위는 '협의 또는 추천한 바 없다'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충돌했다.［사진=청와대, 연합뉴스 제공 사진 합성］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이날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제 기자 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검찰의 직접 수사 확대 등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무사법행정분과는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 40여일 후에 정권교체로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가 없다"며 "인수위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어 "행정 각 부처의 구성원들은 국민이 선출한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존중하고 최대한 공약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며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오늘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법무부 업무보고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냉각기를 갖고 숙려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법무부에 업무보고 일정의 유예를 통지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검찰청법 제8조에 규정된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공약은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석열 당선인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은 청와대와 여당이 법무부 장관을 매개로 검찰 수사에 개입하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국민을 위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도 성역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검찰의 예산편성권 부여 공약 또한 검찰에 대한 국회의 민주적, 직접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서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 표명"이라고 말했다.
정무사법행정분과 인수위원들은 특히 "박범계 장관의 어제 기자 간담회는 국민을 위한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는 당선인의 진의를 왜곡했다"며 "이 사태의 엄중함을 국민께 설명드리고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박 장관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그리고 일종의 책임행정의 원리에 입각해 있다"며 "몇가지 케이스만 가지고 수사지휘권이 행사됐다고 하지만 과연 과거에, 소위 권위주의 정권 때 암묵적 수사지휘가 없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서면으로, 책임성 원리에 따라 4차례 발동된 것이다. 수사지휘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여전하다"며 윤 당선인의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장관은 검찰의 예산 독립성 문제에 대해서도 "특수활동비 등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담보된다면 예산 편성권에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전했다.
그는 또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과 관련해서도 "대선 때 여론이 양분됐던, 가장 큰 이슈였던 대장동 수사 등과 관련한 구체적 현안들, 이에 부수된 선거법 위반 사건들이 많다"며 "어떻게 공정하게 수사할 것인가,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언제까지 분열적 논쟁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개별특검이나 상설특검도 검토해볼만하다. 검찰의 중립성을 지키는 한 방안으로 특검 도입 여부도 검토해볼만하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전날 한국은행 총재 임명에서 청와대와 인수위 간 충돌 양상에 이어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 유예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부터 인사권 문제, 업무 인수인계 등에 이르기까지 인수위와 현 정부간 갈등이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