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박지현 공동위원장 체제로 14일 출범

비대위원 절반 2030... 김태진·권지웅·채이배·배재정·조응천·이소영 합류

11일 의총에선 대선 패배... "졌지만 잘 싸웠다" vs "반성부족" 당 내홍

김두관,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론 위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가 불가능" 거듭 반대

윤호중, "할 일 하겠다" 정성호 "남 탓이나 하는 자는 미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체제'가 13일 26세의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인선하고 14일 공식 출범한다.

민주당은 이날 6월 지방선거까지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에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26)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인선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원내대표)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 공동위원장은 온갖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불법과 불의에 저항하고 싸워왔다"며 "앞으로 성범죄대책, 여성정책, 사회적 약자와 청년 편에서 정책 전반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박지현 신임 비대위원장은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 격리 중이다.

이어 윤 위원장은 "청년을 대표하는 결단과 행동이야말로 저희 민주당에는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정신이자 가치"라며 이번 비대위 인선이 청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권지웅 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정치권 인사로는 배재정·채이배 전 의원, 이소영·조응천 의원으로 비대위를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윤 위원장은 "사회 각층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해 원외 인사 5명과 원내 인사 2명으로 비대위를 구성했다"며 "특히 전체 위원의 절반을 2030 세대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위원장은 "향후 새롭게 선출되는 원내대표와 지난 대선에서 대의원 총의로 우리 후보의 지지를 결정한 한국노총에서 노동 분야 비대위원을 추천해주면 이분들을 비대위원으로 추가 선임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윤 위원장은 "비록 대선에서 패했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유능한 민주당을 만들어달라는 채찍으로 알겠다"며 "국민에 사랑과 신뢰받는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길 없는 길에 길을, 벽을 만나면 문을 만들겠다"며 "절실하고 간절하게 변화하겠다. 국민 여러분만 바라보겠다. 결단하고 성찰하며 과감하게 혁신해서 다시 희망의 씨앗을 심겠다"고 말했다.

이날 꾸려진 비대위 진영은 내일인 월요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대선 패배 후폭풍을 수습하고, 당을 재정비하는 작업과 함께 6월 지방선거를 준비할 예정이다.

◆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쏟아진 갑론을박

앞서 당내에선 '윤호중 비대위 체제'에 대한 갑론을박이 연일 쏟아졌다.

지난 11일 의원총회(의총)에서도 대선 패배를 전면적인 당 쇄신의 기회로 삼으려면 윤 원내대표보단 참신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부 분열 없이 빠르게 당을 정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부딪쳤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은 20대 대선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반성이 부족하다'는 질타의 목소리가 더 많이 쏟아지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읍참마속이다. 조국 사태 책임자, 윤석열 검찰총장 추천인, 부동산 실패 책임자들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그런 정도의 조치가 아니면 민주당이 반성한다는 신호를 국민께 보여드릴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총장에서도 이와 거의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한 의문도 잇달았다. 윤호중 원내대표의 비대위 체제에 당헌·당규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일괄사퇴했는데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이끄는 게 타당하지 않으며, 곧 선출하는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진의원은 "새로운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70∼80%는 된 것 같다"며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 참패"라고 꼬집었다.

◆ 일각에선 "비대위원 절반을 여성으로"

비대위원의 절반을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초선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20대, 30대, 40대 심지어 50대 여성 사이에도 이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비대위 절반은 이러한 표심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 여성 의원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강력하게 나왔다"고 전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할 일을 해내겠다"며 갈등봉합에 나섰지만, 김두관 의원은 의총 다음날(12일)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대로된 개혁입법 하나 통과시키지 못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던 윤 비대위원장으론 위기 수습과 지방선거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를 거듭 반대하며, 이재명 전 후보를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는 이재명이 유일한 비대위원장 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현재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최선으로 선방할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민주당이 익숙하지 않고 뻔하지 않은 새로운 길, 살뿐만 아니라 뼈까지 다 바꾸는 혁신의 길을 간다고 국민들을 믿게 만들 사람일까? 그것이 저의 기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정권 심판'이 된 대선 결과에 대한 반성과 성찰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이 대선 패배 이후 '윤호중 비대위' 출범을 놓고 다시 반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3일 "남 탓이나 하는 자는 미래가 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공자는 방법을 찾고 실패자는 구실을 찾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편, 이재명 전 후보는 대선 패배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역할을 둘러싸고 당내 내홍이 커지고 있는 만큼 조만간 직접 입장을 내놓을 거란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