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그 친구는 요즘 SBS에서 방송 중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라는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프로파일러의 선구자로 알려진 윤외출 경무관(현재 경상남도 경찰청 수사부장)이다.
학창시절로 되돌려보면, 늘 웃음 띤 밝은 모습이 기억난다. 정이 많았던 그는 힘이 되는 친구였다. 한결같았다. 가정형편이 여유롭지 못했던 그는 경찰대학을 갔다. 궁금하여 다른 친구를 통해 안부를 물었더니 수사전문가가 되었다고 알려준다. 그가 프로파일러의 대부였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는 상상력이 풍부하다. 표현력도 남다르다.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그의 아재 개그를 듣고있어도 안다. 별로 웃기지 않는 듯한데 그는 아주 재미나게 웃는다. 그 표정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다 행복하다.
“비가 몇 도인지 아는 사람?” 다들 머뭇거리면, “야아, 오도잖아.” 그때야 옆에서 누군가가 “아, 비가 오도다...”라고 맞장구를 치면, “그래 맞잖아” 한다. 참고로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청포도 사랑”으로 익숙한 1950~60년대 가수인 도미의 “비의 탱고” 중에 “비가 오도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과일은?” “…….” “다들 몰라? 천도복숭아잖아”라면서, 눈가의 해맑은 표정과 부드러운 웃음소리, 살짝 들어 올린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행복한 미소를 보고 있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으로는 천진난만한 그의 모습에서, ‘저 친구가 범죄수사 전문가라고?’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친구에게 ‘프로파일러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었다. “SBS의 주말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를 한번 보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추천해 준 책이 존 더글러스의 《마음의 사냥꾼(Mind Hunter)》이다. 그도 이 책을 보고 감을 잡았단다. 이후에 서울경찰청에 과학수사계를 신설하고 범죄분석팀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친구는 존 더글러스를 연상케 한다. 존 더글러스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창시하여 하나의 수사기법으로 인정받고 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FBI에 수사지원부를 창설하고 우수한 프로파일러를 양성한 이력까지.
일반적으로 프로파일러(Profiler)는 범죄자의 행동과 인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프로파일을 만들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범죄자의 유형을 추정하는 고도의 수사기술로 이어진다. 요즘 넷플릭스를 통해서 《맨 헌터》, 《마인드 헌터》 등 다양한 유형의 프로파일러 영상을 접할 수 있다. SBS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파일러 드라마가 된 셈이다.
범죄수사에 프로파일러가 있다면 탈세자에 대한 세무조사에는 탈세조사 전문요원(‘악의적‧지능적 탈세조사 전문요원’)이 있다.
범죄자의 행동과 특성 등 변인들을 유형화했다면 탈세자를 업종별‧세목별‧납세유형별 등으로 유형화한 다양한 프로파일(사례집)이 있다. 경찰청에 과학수사관리관실이 있다면 국세청에는 조사국과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이라는 조직이 있다.
구체적인 프로파일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범죄 수사에는 범죄자의 인성, 즉 범죄 심리학적인 측면도 상당히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마의 기억과 전두엽의 성격, 뇌의 편도체에서 흘러나오는 감성까지도 종합적으로 터치하는 모양이다. 범죄수사와 탈세자 세무조사에는 같은 듯 다른 측면이 엄연히 존재한다. 국세청 세무조사의 경우 탈세자의 심리적 요인을 분석하여 세무조사시 활용하는 사례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국가와 조직(기능)은 미래를 준비하고 변화에 순응(또는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다. 특히, 중범죄자나 지능적 탈세범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추방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프로파일은 구체적 매뉴얼의 실행이자, 레디니스(Readiness, 일반적으로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준비(수준)가 갖추어져 있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레디니스는 선택이 아닌 미션이 되었다.
친구는 말한다. 프로파일링은 범죄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범죄를 사전 예방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고. 세무조사 또한, 마찬가지겠다. 잘못된 과거를 시정도 하지만, 미래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데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는 점에서.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3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