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유행 부추길 필요 없다, 괜찮다고만 하니 답답"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이틀 17만명대를 넘는 등 유행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며칠간 정부 당국자들이 낙관론을 꺼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24일 "지금 상황에서 괜찮다고만 얘기해서 유행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괜찮다고만 얘기하고 있는 게 너무 답답한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일부 거리두기가 완화된 측면도 있고, 전반적으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확진자 늘어나는 거 별것 아니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 주에 늘어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걱정했던 대로 늘어나서 당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2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위중증률과 사망률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정책도 큰 틀에서 개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과거와 같이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금 오미크론 변이 유행 상황을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 잡는 단계라고 설명하며, 다른 감염병과 같은 관리 체계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너무 많은 확진자가 나와 사회 필수 시설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다"며 "지금 17만명되는 시점에서 요양원·요양병원들의 집단발병이 위험수준을 이미 넘어서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그런 부분들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서 일부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는 부분도 현재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1, 2주 사이에 꽤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정부에서 발표한 것도 '60대 미만에서 3차 접종 마치면 크게 문제없다', '이건 계절독감 수준이다'라고 얘기해도 맞을 것 같긴 하다"면서도 "사실 계절독감도 그렇게 만만한 병은 아니고, 1년에 3천명 이상 사망하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또 "60대 이상 3차 접종 하신 분들도 일부 예방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이 됐다"며 "특히 요양원·요양병원에 계신 분들 경우 이미 피해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행상황이 악화되고 있으면, 특히 병원이나 사회필수시설의 운영문제, 고령층의 사망자가 늘어나는 부분, 필수시설의 운영이 어려워진다든지, 다른 질병에 의한 급성질환들을 제대로 치료 못한다든지 이런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더 이상 유행 규모는 키우지 않도록 국민들께 이동 자제를 부탁드리고, 유행 규모를 낮출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진중하게 말씀드릴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행이 단기적으로 위기지만 일상 회복을 위해선 한 번 더 거쳐야 될 필연적 과정이라는 방역당국의 설명에 대해 이 교수는 "이번에 오미크론 유행은 크게 겪을 수밖에 없고, 그것 자체가 추후 다른 큰 유행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건 맞지만 지금 당장 우리가 거쳐야 되는 고통에 대해서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사망자도 늘어나고, 병원에서 감염돼 고생하는 분들도 있고, 현장 공무원이나 의료진들은 말도 못하는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장 어려움을 이기려면 유행 규모를 줄여야 되는데 국민들 보고 이동을 자제하고 덜 만나라는 메시지는 안 보내고, '웬만큼 걸릴 테면 걸려봐'라고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