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李, 대장동 굉장히 억울했겠구나... 잘 참아냈구나 싶다"

'이낙연계' 설훈, 경선 당시 '대장동 네거티브' 주도

“'그분'=李라고 억측했었다... 4개월 이상 굉장히 억울했을 것"

"대장동, 적어도 이 후보가 돈 받은 게 아닌 건 확실한 듯"

"李, 얘기에 빠져들어가가는 게 있어... 노무현 말투도 나오는 듯"

최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관련자이자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등장하는 새로운 녹취록에서 '그분'의 정체가 현직 대법관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과 관련,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후보가 굉장히 억울했겠구나, 그걸 잘 참아냈구나 싶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설 의원은 지난 22일 오후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처럼 말했다. 설훈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인물이다.

설 의원은 "제가 몰랐던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며 "저는 '그분' 이야기를 안 했지만, 그 뒤에 '그분' 얘기가 나왔는데 그분이 이 후보라고 억측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드러난 걸 보니 이 후보와 상관이 없고, 대법관이라는 게 이제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후보가)많이 억울했겠다. 4개월 이상 굉장히 억울했겠구나, 그걸 잘 참아냈구나 이런 생각이 들고 나도 대장동 관련해서 이 후보가 뭘 잘못한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참 억울했겠다 싶어서 미안한 생각도 든다"라며 "정말 잘못 판단한 부분이 많구나라는 걸 느낀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등 야권과 상당수 언론들은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을 이재명 후보라고 단정 지으며 지난 수개월간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일보'가 공개한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대화를 내용을 보면, 김만배씨는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그 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 빌라를 사드리겠다"라며 현직 대법관 A씨의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만배씨는 경기 수원시 자신의 아파트에 "그분 따님이 산다"고도 했다.
  김만배씨가 '처장'이라고 호칭한 걸 보면 대법관 중 한 명인 '법원행정처장'으로 추측되며, 그 당시 법원행정처장은 조재연 대법관이다. 또 김만배씨가 '그분의 딸'이라고 한 걸 보면, 이 후보는 자녀로 두 아들만 두고 있는 만큼, 적어도 '그분'은 이 후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조 대법관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녹취록 속 김만배씨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씨뿐만 아니라(대장동 민간사업자로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개인적으로 알지도 않고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조 대법관 딸이 김만배씨의 경기 수원시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녹취록 보도에 대해서도 "딸은 수원에 거주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어 진행자가 여전히 국민의힘 측에서는 '그분'이 이 후보라고 주장한다고 언급하자 설 의원은 "그건 아닌 것 같다"며 "(대법관이 지목된)녹취를 할 때 상황이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않나. 몰랐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있었던 상황에 대해 정리한 부분이 녹취돼서 나온 건데, 그걸 보면 적어도 이 후보가 돈 받은 게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설 의원은 "그리고 그 사람들이 (이 후보를) 도와주지 않은 것도 맞는 것 같다"며 "그런 걸 보면 이 후보가 '난 대장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객관적인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 대장동 가지고 크게 덕을 보려다가 거꾸로 지금 역전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분을 느끼고 있다"며 "윤 후보는 '약탈 정권'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건 대통령 후보가 쓸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 자질에 문제가 있다. 도대체 국민의힘에선 그런 거 코치 안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갈수록 더 잘하는 것 같다. 뭐가 시동이 걸리면 빨리 달리는 이런 게 있는 건지 굉장히 처음 유세할 때보다 훨씬 나아졌다. 어느 날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까 대단히 논리정연하고 그리고 얘기에 빠져들어가가는 게 있다. 멀리 갈 수 있는 그런 논리로 정리를 하면서 얘기를 하더라"라며 "어떻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 (말)투도 나오는 것 같다. 이 후보가 진화하나 이런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 정운현 전 총리 비서실장이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에 대해선 "정확한 인식도 아닌 것 같고 소외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면서 "극히 작은 부분"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선 "적어도 어제 토론 결과를 보면 두 분이 안철수, 이재명 두 분이 공통된 부분이 많이 있다는 건 확인됐다"면서 "허심탄회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제가 볼 때는 이게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