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재용 가석방 당일 "국익 위한 선택" 입장 밝혀

그간이 침묵 깨고 가석방 결정 4일만에 전격 입장 발표..."국민 이해" 당부

靑 "반도체와 백신 분야 역할 기대하며 가석방 요구하는 국민 많아"

코로나19 엄중 상황에서 '경제회복과 방역성공' 위한 이재용의 역할 기대도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며 이같이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했다.

박 수석은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말씀드린 입장문에 여러 가지 의미가 다 담겨 있다. 다른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초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관련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께서 의견을 표명하실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침묵을 지켜왔지만 가석방 당일 전격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입장 발표 시기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시점으로 맞춰진 것에 대해 "종합적으로 청와대가 판단을 해 오늘 말씀을 드리게 됐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그동안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서 찬성하거나 요청하시는 분들, 또 국민들의 명분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구축과 코로나19 엄중 상황 속 백신 확보에 대한 그런 역할이었고 그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요구한 것에 대한 답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도 그런 마음이겠지만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국민의 요구가 있으니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는 수준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다른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입장을) 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사건인 만큼 청와대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서 '경제회복과 방역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과 코로나 백신 확보 전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작지 않다는 점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면서 "정치권 일부와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주무부처 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 대상 포함에 대해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 대상 포함에 대한 특혜 시비를 낳기도 했다.

박 장관은 전날인 12일에도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본인의 깊은 고뇌가 필요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고 재수감됐던 이 부회장은 207일 만인 이날 오전 10시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며 "저에 대한 걱정, 비난, 큰 기대를 모두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출소 소감을 짧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