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4000달러 아래로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급등, 현재 1만9850달러 선을 오가며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가상화폐 관련 데이터 및 뉴스 제공업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3년 만에 전 최고치인 1만9783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의 급등은 지난 2017년 아시아의 소규모 투자자들이 주도한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가상화폐에 대한 가장 큰 의문은 온라인을 통한 거래나 마약 거래 등 극히 제한된 영역 오에 사용처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지금도 이러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기수단이 아니라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상승세에 힘을 더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회사 체인어넬리시스(Chainalysis)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나 전통적인 투자자 등 미국 투자자들이 이끄는 구매자들이 비트코인을 금과 같은 대체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빠른 자금회전이나 단기 투자목적이 아니라 정부와 기존 금융시스템의 영향을 받지 않는 투자포트폴리오의 일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그레드웰(Philip Gradwell)은 “최근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라며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투자를 하며 거래소에서 벗어나 장기적 투자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활황은 가상화폐를 더욱 안전하고 접근하기 쉽게 만들려는 규제 당국과 주류(전통적) 금융 회사들이 뒷받침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규제기관인 통화감독국은 지난 7월 은행이 고객들이 원하는 가상화폐를 보유할 수 있다며 길을 열어줬다.
그리고 페이팔도 지난 10월, 경쟁사이 스퀘어를 따라 이용자들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몇 가지 가상화폐를 사서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페이팔 최고 책임자 댄 슐만(Dan Schulman)은 “코로나19 확산 후 회사가 예상한 3~4배에 달하는 1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들이 사용이 시작되기 전부터 대기자 명단에 있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상승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의 우려를 무시하고 상승하는 주식시장과도 연관돼 있다. 다우, S&P500, 나스닥도 지난달 치러진 대선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사상최고치를 달성했다.
비트코인도 금처럼 정부나 금융기관의 통제 밖에서 생성, 이동, 저장이 가능하며 전 ㅔ계적으로 수천 대의 컴퓨터를 실행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유지되고 업데이트 되는 블록체인 원장에 존재한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의 무국적 특성은 기술의 합법적인 사용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으며 일부는 자유주의적 불신에 의해, 또 다른 사람들은 금융시스템의 대안으로 여기는 점도 상승의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의 유명한 헤지 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Paul Tudor Jones)는 자신이 관리하는 포트폴리오의 2%를 비트코인에 편입시켰다며 “비트코인 공급 제한이 전통적인 통화의 가치 하락에 대한 매력적인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상장기업도 달러가치 하락을 우려에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는 회사 현금의 일부인 2억5천만 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회사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는 “공급이 극히 제한적인 비트코인의 특성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1억75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3년 전의 렐리와 현재 가격 급등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3년 전에는 투기적 개인투자자가 장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금융회사나 기업 등 뭉칫돈들이 금과 달러 가치 하락의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