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영장심사 진행 중…국정농단 '7시간30분' 넘길 가능성
검찰 '불법 승계 의혹' 범죄 소명 집중 예상
변호인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다' 반박 전망
◆…불법 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6시간이 넘도록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시간이 넘게 구속 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심사 받은 7시간30분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부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구속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함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했다. 구속 심사는 이 부회장,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승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 분량이 한 명당 150페이지, 수사기록은 400권 20만 페이지에 달해 영장 판사가 이를 살펴보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중대성이 커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소송법은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범죄 혐의 소명', '범죄의 중대성이나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우려'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증거인멸 또는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검찰은 이 부회장의 불법 승계 의혹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관여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소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는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분식의 규모, 죄질,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감안했다"며 청구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현재 영장 심사에는 이 부장검사와 최재훈 부부장 검사,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등 5명 내외의 검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이 부회장의 범죄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염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고 비판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검찰은 2015년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삼성물산이 회사의 가치를 고의로 낮추고, 제일모직은 주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합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 행위를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는 것이다.
또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회계를 조작해 시장가치를 키웠고,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수사 내용을 토대로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은 2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타당성을 심의해 달라는 내용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이 신청한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심의위 소집과 관련한 첫 절차인 '부의 심의위원회'를 11일 열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법조계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다면 향후 기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2분께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불법 합병과 관련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는지', '하급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보고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전히 부인하는지', '3년 만에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8일 밤늦은 시간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