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출석…취재진 질문 '묵묵부답'
검찰, '불법 승계 의혹' 이재용·최지성·김종중 구속영장 청구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8일 밤늦게나 9일 새벽 결정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지 2년 4개월 만에 또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이 부회장은 8일 오전 10시2분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서울법원종합청사에 출석했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도 몇 분 간격을 두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불법 합병과 관련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는지', '하급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보고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전히 부인하는지', '3년 만에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국정농단 재판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을 보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서울중앙지법 서관 출입구 앞에 취재진과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10시2분께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지지자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들은 "삼성 화이팅", "자유경제 응원한다"고 구호를 외쳤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이재용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자신을 '헬조선 변혁 추진위원회' 회원이라고 밝힌 이씨는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밝혀진 만큼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8일 밤늦은 시간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사안이 복잡하고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전부 부인하고 있어 영장심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 20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이 결정되면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피고인 신분이 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두 차례 영장심사를 받았다. 첫 번째 영장심사에서는 구속을 피했지만 두 번째 영장심사에서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영장심사는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과 최재훈 부부장 검사,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 검사 등 5명 내외의 검사들이 참석한다. 이 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대형로펌의 변호인들이 영장심사에 들어올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동, 이동열, 최윤수 변호사 등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인으로 선임됐지만 영장심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10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2015년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삼성물산이 회사의 가치를 고의로 낮추고, 제일모직은 주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합병했다고 의심한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0.35로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주식은 없었는데,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이 산정됨에 따라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 행위를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보고받거나 지시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만들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의 회계를 조작해 시장가치를 키웠고,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상장을 앞두고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사로 전환했고, 이에 대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하면서 4조원대로 시장가치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했던 제일모직의 주식가치가 높게 평가돼 삼성물산과 1대0.35 비율로 합병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수사 내용을 토대로 검찰은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 측은 2일 서울중앙지검에 기소 타당성을 심의해 달라는 내용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로 대응했다.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변호인단은 "1년 8개월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유례없을 정도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고 비판하는 입장을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