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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정글의 강자들⑤ –무한경쟁시대:전문직의 성공DNA-

교수의 입을 빌려라

  • 보도 : 2019.12.12 14:37
  • 수정 : 2019.12.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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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다수는 대한민국이 교수의 천국이라고 한다. 물론 반대의견도 많을 것이다.

일부 교수들은 항상 어깨를 짓누르는 필수논문편수 등 자기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반박한다. 그리 높지 않은 보수에 업무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교수는 65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요즘 청장년 조기 실직·퇴직자가 얼마나 많이 쏟아지는가? 거기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기타 등등 합하다 보면 1년에 쉬는 날들이 무려 3개월 안팎이 된다. 6년마다 1년씩 안식년도 보장된다.

그것뿐인가? 교수는 국무총리, 장관 등 정부기관의 장에 단골 후보로 거명된다. 청와대 등 핵심포스트에도 상당수 진출한다. 교수가 빠진 부처나 자치단체의 위원회 등을 보았는가?

정부뿐 아니다. 사기업들의 사외이사 명단을 보라. 교수의 수가 압도적이다. 공기업은 더하다.

우리나라에서 교수가 이렇게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상아탑의 교수가 속세에 덜 오염되어 있고 좀 더 순수할 것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수는 보다 더 양심적이며, 덜 편향적이고, 보다 더 객관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물론 전공분야의 대가들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나아가 현실보다는 미래를 탐구하는 학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당파성이 강한 정치집단에서 인재를 찾기도 곤란할 것이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교수를 활용한다.

건강식품의 제조회사를 보자. 신제품이 생산되면 그 제품의 광고에 엄청난 비용을 사용한다. 그러나 단순 광고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너나 나나 다 하는 일이라서 신선하지 못하다. 그때 교수가 필요하다.

교수에게 제품성능시험 등을 맡긴다. 물론 연구비 등을 지급한다. 그리고 그에 관한 논문을 요청한다. 논문은 향후 신문 등에 발표된다. 만약 연구결과가 불리했다면 발표가 보류되었을 것이다.

논문의 결론이 기업에 불리하지는 않을 것은 당연하다. 교수의 논문이니 소비자의 신뢰는 높을 수밖에 없다. 기업에겐 최상의 홍보수단이다.

논문의 결론은 처음부터 이미 예상되는 것들이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는 회사가 충분한 연구개발도 없이 신제품생산에 뛰어 들었겠는가? 이미 연구개발과 시험 분석을 수십 번 수백 번 거친 후 그 성능이 확인된 제품들일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가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면 대중이 잘 믿어 주지 않는다. 장사꾼이 자기 제품을 홍보하니 무조건 믿기도 어렵다. 

이럴 때 교수의 입이 큰 도움이 된다. 교수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발표하게 하는 것이다. 아주 객관적인 연구인 것처럼~, 그럼 그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연구에만 몰두하는 교수는 보다 전문적이고 독립적이며 양심적이며 덜 편파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의 발표가 모두 옳을 수는 없다. 과거에 어느 교수가 기업에 매수되어 그 기업에 유리한 논문을 작성한 사례도 적발된 적이 있다. 학자의 양심과 윤리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정부도 교수의 입을 빌린다.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민감한 정책이 있다고 하자. 이 때 교수의 의견이나 논문을 슬쩍 덧붙여서 은근히 그 객관성 내지 정당성을 강조한다.

전문직의 최고 고수들이 이를 모를 리 없다.

난해한 국제조세 문제가 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하자. 국제 조세는 국가 간의 과세권이 충돌하는 문제로 워낙 복잡한 것이 많다. 관련국들의 과세권이 충돌하는 문제라서 국가 간의 대립도 아주 첨예하다. 명쾌한 해석을 내리기가 어려워 전문가들 간 극렬한 쟁론도 아주 흔하다.

하물며, 조세 이론과 경험이 부족한 판사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가능하면 억울한 납세자의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다.

전문지식이 해박한 판사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판사라도 뭘 알아야 판단을 하지 않겠는가? 이 때 억울한 납세자는 불안하다. 판사든 누구든 공무원은 대체로 사건이 난해하면 국고주의(國庫主義) 입장에 서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려운 문제일수록 판사에게 가면 납세자에게 불리하기 쉽다. 판사들이 굳이 정부의 논리를 짓밟고 납세자의 편을 들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 교수의 입이 필요하다.

소송에는 원고이든 피고이든 소위 전문가 의견(expert opinion)을 받아서 제출할 수 있다. 제3자의 독립적인 전문가 의견을 받아 제출하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판사가 제3자의 의견을 들어보라는 사려 깊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편법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판사의 예리한 판단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원고와 피고의 법규 해석이 상호 크게 대립될 때, 쟁송의 담당자(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등)는 납세자를 대리하여 학계의 저명한 교수에게 전문가 의견(expert opinion)을 부탁한다.

최종 판단을 못 내리고 고민 중에 있는 판사측이 이런 의견서를 무조건 배척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내심으로 반가울 수도 있다.

그 의견서가 선고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줄 수도 있고, 원고의 위촉에 따라 작성된 의견서이지만, 교수의 양심, 윤리 그리고 전문성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어줘도 후환(後患)이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에 비난을 받더라도 교수에게 상당부분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다.

교수들의 expert opinion이 항상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의견서가 의뢰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성될 수도 있어서다. 대형로펌이나 회계법인에게서 보수를 받고 expert opinion을 작성해 주는 경우 특히 그런 의심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학자들은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지식과 양심에 따라서 독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의견을 제출할 것이다. 그 의견서에 그 학자의 자존심과 명예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꼭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법관들이 최종보루로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듯이 변호사든, 회계사든, 전문직의 대형법인들은 교수들과 각별한 네트워크(network)를 유지해야 한다. 그들이 많은 분야에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들이 자기들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갖게 되면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그들의 입이 사회, 기업 그리고 정부인사들에게 훌륭한 홍보매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교수들의 입보다 더 신뢰를 주는 홍보 매체를 찾기 쉽지 않다.

교수들이 자연스레 (심지어 일부러 나서서라도) 어느 전문직 또는 그 법인에 대한 호평을 해대면 시장의 승부는 이미 끝난 것이다. 전문직 법인들이 평소에 교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이다.

교수들과의 인연 만들기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강의 자리를 마련하고, 세미나의 발표자로 모시고, 이렇듯 자연스런 인연들을 만들면 시장은 저절로 유리한 환경으로 바뀐다.

"어려울 땐 교수의 입을 빌려라."

전문직들이 잊기 쉬운 중요전략이다.

법무법인 광장
이종열 고문

[약력] 서울대학교(경영학과) 졸, 세종대학교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 안건(현 안진)회계법인대표, 김&장법률사무소(부문)대표, 미국UC HASTINGS 법학대학원 방문교수,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조세분과 회장, 미국 및 호주회계법인 간부 등, 현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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