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언론인 A씨,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 2년만에 승소
무슬림형제단 운영 언론매체 활동, 정권 교체로 이집트 탈출
법원 "정치적 박해 우려, 근거있는 공포 해당"
광장 공익활동위 대리, 승소 끌어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난민인권센터, 경기이주공대위 등이 2018년 9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주최한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행사에서 난민 상황에 놓인 이집트인들이 난민 혐오에 반대하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이집트 언론인이 난민행정소송에서 약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승소했다.
우리나라는 2013년 난민법 제정 이후 매년 난민 신청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법무부의 난민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약 2%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난민심사를 통과해도 행정소송의 승소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른바 '바늘구멍'을 통과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집트 언론인의 사례는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남기용 판사는 이집트 언론인 A씨가 서울출입국 외국인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인용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은 난민 심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당사자들이 이에 불복해 제기하는 행정소송이다.
A씨는 1995년 무슬림형제단에 가입해 무슬림형제단과 무슬림형제단 언론위원회가 운영하는 한 언론에서 활동해 왔다. A씨는 무슬림형제단 최고지도자급 바로 아래 지위인 2단계 구성원으로 무슬림형제단 활동을 홍보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무슬림형제단에서 활동하며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인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2013년 이집트 정권의 교체로 인해 정치적 탄압을 받게 되자 이집트를 탈출했다.
이후 수단과 말레이시아를 거쳐 2015년 9월 관광통과(B-2)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해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2017년 서울행정법원에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법무법인 광장의 공익활동위가 A씨를 대리했다.
법원은 11차례 변론 기일을 열고 3차례나 판결선고기일을 변경한 끝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남 판사는 "A씨가 이집트로 돌아갈 경우 체포 및 구금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A씨의 우려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한 박해받을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한다"며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A씨를 대리한 광장 공익활동위의 홍석표 간사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망명 과정과 박해 사실을 알고 있는 영국의 지인들 및 인권기관과의 인터뷰, 사실확인 등을 적극 채증했다"고 설명했다.
광장은 로펌 공익네트워크 차원에서 난민 법률 지원을 위해 2017년 난민인권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당사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하고 있다.
